우리 딸이 자폐래요 41

(26.03.02)

by 우리 아빠


사실 교회에선 예배 소리가

머리까지 잘 들어오진 않는다.


아직은 예배를
아기들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드리는 관계로,

어느새 다른 분들께 다가가
간식을 탈취(?)하는 우리를 살피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다른 아기들까지 보다 보면
사실 예배가 잘 귓가에 맴돌지 않는다.


하지만 어제 예배 말씀은
그 정신없는 공간을 뚫고 들어와
당분간 계속 생각을 머물게 할
무언가를 만들어 주었다.


<요한복음 9장 1절–3절.>

— 예수께서 길 가실 때에
날 때부터 맹인 된 사람을 보신지라.
제자들이 물어 가로되
랍비여, 이 사람이 맹인으로 난 것이
뉘 죄로 인함이오니이까.
자기니이까, 그 부모니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 —


사실 선데이 크리스천에 가까운 내 삶 속에서
성경이라는 거대한 책을 깊게 생각하지 못하며 지내지만,

이 말씀은 두고두고 생각이 나고
곱씹게 될 것 같다.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의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


이 말의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을 만큼
요즘 들었던 모든 말 중 가장 묵직한 위로였다.


종교의 덕목은 믿음이라는데,
조금의 억지도 없이 스스로 믿고 싶어지는 구절이다.


이 말씀을 생각 한편에 두고
나는 그저 오늘도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그리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우리가 요즘 잘 갖고 노는
자석 블록을 대형 세트로 구매했다.


“선물 너무 마음에 들어!”
“우리야! 선물 좋아?”
“좋아! 아빠 사랑해요!”


이제는 별얘기를 다 한다.

심지어 ‘아빠 사랑해요’는
처음으로 시키지 않고도 아기가 먼저 해주었다.


또 잊을 수 없는 순간과
아기에 대한 마음들이 익어 간다.


그래, 헤아릴 수 없는
신의 뜻이 있겠지.


그저 책임져 주시길.

저보다는 우리 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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