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3.20)
ABA치료.
아이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에 맞게 프로그램을 적용하여
좋은 행동은 늘리고
문제 행동은 줄이는 치료 방식.
아이 생활 전반을 모두 다루기에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자폐 스펙트럼 아동에게 적용되는
대표적이고 검증된 치료법.
이것이 내가 이해한 ABA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수박에 겉핥기 정도겠지만
틈틈이 찾아보고 공부하는 중이다.
이런 ABA치료를 지금껏 망설이고,
여전히 고민하는 이유들이 있다.
우선,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다.
내용을 살펴보고 알아볼수록
ABA는 교육보다는
훈련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행동을 훈련하고,
그 행동이 성공하면
강화물(사탕, 초콜릿등)을 통해 보상을 주고
또 어떤 경우에는 반대 개념인
혐오물(싫어하는 자극이나 벌칙)을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극단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마치 '동물 훈련'을 시키는 듯한 느낌이
도저히 지워지지 않았다.
'이런 걸 우리 아기에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이를 세심히 관찰하고,
체계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며,
훈련시켜 실행하고 기록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노력들이 따라오겠지만,
그럼에도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
두 번째는 아이의 발달이
그동안 많이 올라왔다는 점이다.
특히 언어적 발달이 두드러졌는데,
할 수 있는 말들이 급격히 늘어났고
두세 어절을 조합해 말하는
비교적 복잡한 문장들도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완벽하진 않지만
엄마, 아빠가 묻는 질문에 정반응을 보이고,
본인이 원하는 것들은
막힘없이 표현하고 요구한다.
처음 소아정신과를 갔던 지난 11월에는
잘 되지 않던 것들이다.
기능적, 학습적인 면에서도 많이 좋아졌는데,
혼자서 양말을 신고,
바지를 입으며,
젓가락질을 하고,
옷소매를 걷고 손을 씻는다.
한글 자음과
두 자릿수 숫자를 읽을 수 있고,
본인이 좋아하는 자석 블록과
뽀로로 인형들을 이용해
역할놀이와 상상놀이도 가능해졌다.
현재 다니는 발달센터 선생님들과
끊임없이 아기와 상호작용하며
의사소통하려 노력하는 아내의 공일 클 것이다.
아무튼 이런 발달성과로 인해
'ABA까지 굳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마지막은 비용.
ABA는 꽤 고가의 치료 비용이 요구된다.
알아본 바로는
평균 1회당 10만 원, 40분 수업,
그리고 대부분의 ABA 센터에서
최소 주 2회 수업을 권장한다.
그렇다면
일주일에 20만 원,
한 달이면 80만 원.
현재 아기가 언어, 감통, 놀이 치료를 받으며 드는 비용이
비슷하게 80만 원 정도이니,
모두 다 하게 되면 한 달에 160만 원.
감당할 수는 있겠지만,
이 돈을 들였을 때의 효과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이 비용으로 인한 기회비용도
심각하게 따져보게 되는 금액이다.
거기에 더해
36개월 이전의 아기들은
훈련보다는 애착과 관계 형성이 더 중요하다는
유명 교수님의 코멘트도 고민에 힘을 더했다.
이제 우리는 36개월이 되었고,
두 달 후에는 소아정신과 재진,
1년 후에는 유치원에 가야 한다.
자폐 교육의 스탠다드라고 불리는 ABA를
지금쯤은 시작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아기는 처음 자폐 진단을 받은 작년 11월 이후
많은 부분들이 발전했고 좋아졌지만,
여전히 걱정되는 점들도 많다.
반향어,
맥락 없는 언어 사용,
약한 호명반응.
그중에서도 가장 걱정되는 건
본인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종종 일어나는
'강한 울음'이다.
시간이 길지는 않고,
울음에 이유도 나름 분명한 경우가 많지만
강도가 너무 세고, 빈도 역시 많은 느낌이다.
모든 아이들이 성장하며 겪는
일반적인 수준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감정 폭발 행동인 '텐트럼'을 넘어
더 나아가 통제 불가능한
감각 과부하 상태인 '멜트다운'이 되어버릴까 봐
무섭고 걱정이 된다.
ABA를 받으면 좋아지려나.
선생님의 역량이 엄청 중요하다던데.
센터마다 운영방식도 다르고.
그리고
'정말 ABA가 우리 아기에게 좋은 걸까?'
도무지 고민이 끝이 나지 않는다.
육아라는 건,
하나의 인간을 길러낸다는 건,
고민에 고민,
그 위에 또 다른 고민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