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3.16)
아데노 바이러스.
이번에 우리 아기가 아픈 이유라고 한다.
유아기에 흔하게 접하는 바이러스 중 하나.
일주일 정도 고열을 동반하고
감기나 장염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낮에는 괜찮다가
밤에 고열이 되는 양상이 반복된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를 특정해서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는 현재 없다.
그저 해열제로 열을 조절하고
컨디션을 관리하며
자연 치유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다.
그런데
이게 처방인가?
아데노 바이러스
특정 항생제 없음.
열성 경련.
뚜렷한 원인은 불명확.
.
.
.
자폐 스펙트럼.
추측은 있으나 정확한 원인 불명확.
.
.
.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아픔들이
원인조차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라는 걸
나는 까맣게 모르고 살았다.
그리고 이런 미지의 영역은
그 방향에 털끝만 한 지식도 없는 당사자들에게
망설임 없이 책임을 전가한다.
"열성 경련이 있었는데
아기가 열이 안 떨어지네요.
수액을 맞히셔도 되고
입원을 하셔도 되고
부모님들이 상의해서 결정하세요."
"선생님, 입원을 하면
혹시 집에서 케어할 때와 다른 조치들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계속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이죠.
부모님이 불안하실까 봐 말씀드리는 거고
잘 상의해 보세요."
그리고 지난 11월.
"아버님, 아기 자폐 스펙트럼 맞고요.
F코드 드릴 거예요.
주 25시간 이상 ABA 받으시고요.
5월에 다시 뵐게요."
그리고 내 앞에 꼬깃하게 던져진
'자폐 스펙트럼'이 적힌 안내 팜플렛.
"교수님, 혹시 말씀해 주실 다른 방법은..."
"네. 일단 ABA 하세요."
뭔가
우리 아기를 키우며 느낀 건
세상에는 생각보다
진단만 존재한 채
처방은 없는 일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닌가.
열을 조절하며
그저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도,
자폐 친구들에게
ABA를 권하는 것도
일종의 처방인 거겠지.
우리 아기 열이 얼른 내렸으면 좋겠다.
내일이면 일주일째인데.
그리고
ABA도 다시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