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자폐래요 49

(26.04.06)

by 우리 아빠



"벚꽃이야!"

"벚꽃은 팝콘 같애!"


"우리야, 저기 개나리도 있다!

개나리는 어때?"


"개나리는 노란색이야!"

"개나리는 피자 같애!"


"우리 아기 너무 잘한다!"


"목련. 우리 목련도 볼래. 목련!"


봄이 완연했던 지난 주말.


아기 역시 봄을 마주 했고,

난 그런 우리를 보며 물들었다.


봄이었다.

하얗고 노란 봄.


찰나를 지나고 사라지는 벚꽃처럼

길지 않을 이 계절을

함께 느낄 수 있어 다행이다.


아기도 아는지

이 짧은 계절을 힘껏 뛰어다니며

신기해했다.


나의 아이.

아내.


그 속에 들어 있는 내가

한순간 마음에 들다가도

예고 없이 밀려오는 생각들이

그 만족감을 할퀴고 지나간다.


자격.


자격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면서도

내 책임인 것만 같은 아기의 어려움이 떠올라

'이런 감정까진 느낄 자격 없음'

도장을 쾅 찍어버린다.


사실 자격지심일 것이다.


너무 잘 아는데

그게 잘 억눌러지지 않는다.


심지어 이 자격지심을 만들어내는

아기의 어려움은

지금은 보이지도 않는다.


아기는 재잘재잘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원하는 걸 요구하고,

떼를 쓰다

꺄르르 웃는다.


그래도 자격을 생각했다.


우리 아기의 부모일 자격.


내가 갖추어야 할 것들.

혹은 버려야 하는 것들.


봄을 끝까지 느끼고 싶었는데

그런 생각들에 순간순간 멈춰버렸다.


'그래도 아기는 웃고 있나?'


우리의 표정을 살피고

이내 다시 돌아와 느끼는 봄.


4살인 우리 아기와

2026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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