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뭐 해 먹고살아야 되지?

by 직진언니


30대 후반부터였던가, 직장인으로서의 마지막이 어렴풋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40대가 되면서 그 마지막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동일한 질문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뭐 해 먹고살아야 되지?


사무직 종사자인 나는 회사 안에서나 유능한 인재다. 하지만 회사 밖으로 나가는 순간 무지의 결정체이자 아무짝에 쓸모없는 잉여 인간이 되어버린다. 특별한 기술도 없고, 쓸만한 자격증도 하나 없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롯이 '나'에 집중해서 답을 찾고자 했다. 그 질문의 답을 알아야지만 앞으로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지 질문에 대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평생을 주어진 삶의 길을 착실히 걷는 것 외에는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나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는 것은 고난도 숙제였다. 그렇다고 허송세월 고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인생의 지혜와 통찰을 구할 수 있다는 독서를 시작해 보았다. 책을 읽다 보니 가끔 머리를 띵하고 울리는 메시지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욕심을 부려 더 많이, 더 많이 원한다면 야망이 빈곤하다는 뜻입니다. 대신 '와, 난 가지고 있는 게 너무 많아. 누구를 도와줄 수 있을까? 어떻게 더 많이 기여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야 말로 야망이며 영향력입니다.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경이로운 선물인가요?
- 버락오바마, 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 기념일


오로지 '나'를 향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기 위해 점점 더 '나'에 집중하면서 답은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런 나에게 '누구를 도와줄 수 있을까? 어떻게 더 많이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나의 시선을 '나'에서 '타인'으로, 완전한 반대로 전환시키기에 충분한 자극이었다.


내가 진정성 있게 인생을 살고 있고 내 진심을 가차 없이 실용적으로 창조하면 생계는 자동으로 해결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질문은 '의미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가치를 나누느냐 아니냐'입니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 알렉스 룽구


한 권의 책을 통해 나는 나의 사고가 미개척지로 확정됨을 느꼈다. '뭐 해 먹고살지?'라는 질문에도 사실은 내가 어떤 가치를 생산해서 타인과 교환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야 했다. '나'를 중심에 두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중심에 두고 생각했어야 했다. 그리고 단순한 생계를 위한 물물교환의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무작정 답을 구하기보다는 적절한 질문이 우선해야 했다. 사고의 가지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삐죽 싹을 틔우자 나의 질문은 완전히 바뀌었다.


나는 어떤 가치를 세상과 나눌 수 있을까?


이제는 '나' 중심이 아닌 내가 나눌 수 있는 '가치'에 초점이 맞춰졌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내가 과연 어떤 가치를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즐거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특별할 것 없는 나 같은 사람의 생각을 누가 궁금해하기나 할까? 여전히 답을 찾기 위해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휴일 운전과 인생의 공통점을 이야기한 나의 글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책을 내보시길 바랍니다.' 댓글을 보는 순간 내 안에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꿈틀거렸다.


누군가에게 나의 경험과 생각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면 나는 사람들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연가가 되면 어떨까 상상했다. 그리고 책상에서 일어나 수십 명의 청중 앞에서 강연을 시작하는 나를 연기해 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oo입니다.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매우 반갑습니다.'


내 인생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연가로서 목소리를 내는 순간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설렘이 마음속에 몽글몽글 피어났다. 심지어 몇 년간 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던 내가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일, 가치 있는 일을 찾았다는 사실에 울컥하는 감정까지 밀려왔다. 그러고 보면 나는 선항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회사에서도 동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는 것을 퍽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제 나의 꿈은 내 삶의 경험을 기반으로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연가이다. 방향이 정해지자 하루하루 겪게 되는 어려운 과제와 스트레스 상황은 내 강연의 소재가 되었다. 긴장되기만 하던 회의시간의 발표도 강연가가 되기 위한 연습 과정이 되었다. 독서는 더 깊은 통찰과 지혜를 얻게 해주는 최고의 무기가 되었다. 글쓰기는 강연가로 성장하기 위한 자양분이 되었다. 지루하고 불안하기만 했던 40대의 일상에 강연가라는 꿈이 더해지자 일상의 모든 요소가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오늘 하루도 나의 꿈에 가까워진다.


당신의 꿈이 아예 이뤄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현재 아예 꿈꿀 수 없는 것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사드그루



*참고문험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 알렉스 룽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