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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ne Mar 03. 2023

네? 심장소리를 들을 수 없다구요?

첫 임신과 이별


 입덧과 걱정으로 가득찬 영원같았던 4주가 지난 후, 드디어 산부인과 첫 방문 날. 전 세계가 긴장상태에서 마스크를 철저히 쓰며 거리두기를 하고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라, 남편과 유별날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병원에 갔다. 산부인과 웹 포털로 미리 체크인시(접수) 서류 작성은 했기에 열 체크만 한 후 대기했다.


 대기 하는 동안, 아메리카노를 10잔을 들이킨 것 처럼, 심장이 너무 요동쳐서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다. 드디어 초음파를 봐주는 테크니션의 호출. 초음파 룸으로 들어가 드라마에서만 보았던 산부인과 의자에 앉아 오랜 기다림 끝에 내 안의 존재와 만나길 기대했다.


그런데 화면을 본 순간 뭔가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 인터넷에서 흔히 보던 임신 몇주차 초음파 사진 속 아기집과 모양이 확연히 달랐다. 예쁜 동그라미가 아닌 찌그러진 표주박 같은 모양이였고, 그 안엔 하리보 젤리같은 태아 대신, 그저 점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당황한 테크니션이 “음 아직 심장소리를 듣기엔 태아가 충분히 크지 않은 것 같은데, 곧 의사선생님 들어올꺼야 자세한 건 그녀에게 들어” 라고 말했다. “솔직히 지금 상황이 긍정적이진 않지만, 2주 정도 더 지켜보는게 좋을 것 같아, 아직 태아가 덜 큰 걸수도 있고” 의사의 말도 테크니션의 말과 다르진 않았다. 다만 성급하게 유산이라고 보기보단, 시간을 가져보자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 2주 간의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길고도 괴로웠던 시간이었다.

 

다시 산부인과를 방문하기 까지, 그 누구에게도 임신소식을 알리지 못한 채로 남편과 둘이 오롯이 견뎌야 하는 2주였다. 일말의 기대심을 없애기라도 하는듯 날 괴롭히던 입덧의 감각은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고, 가끔씩 피가 비치기도 했다. 기다리는 2주라기 보단, “아 유산이겠구나” 하고 마음의 정리를 하기 위한 2주인듯 했다.


2주 후 다시 찾은 산부인과의 초음파 실에선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표주박 같은 아기집 모양이 살짝 더 커졌을 뿐, 그 안의 태아의 모습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의사는 유감이라며, 약물을 통한 유산유도를 원하는지, 자연유산을 기다려보겠는지, 아님 수술을 하겠는지 물어봤다. 나의 경우엔 극 초반이라 약물유산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타지에서 수술 후 몸조리를 잘 할 자신도 없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자연유산의 과정을 겪기도 싫었다. 다시 곧 좋은 소식으로 만나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나의 첫 임신을 확인한 산부인과 방문이 끝났다.



다시 산부인과를 오기 까지 마음의 준비를 했던 덕에(?) 병원 안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코로나 상황때문에 병원 밖에서 기다리던 남편을 본 순간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건물 밖 벤치에서 그렇게 동양인 부부는 서로를 끌어안고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우리에게는 상상도 생각도 못해봤던 첫 이별은 그렇게나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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