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했다고 끝이 아니라구요
전날 탕수육과 짜장면을 든든하게 먹은 덕에, 밤새 뜬눈으로 지새웠어도 무사히 출산을 할 수 있었다. 분만실에서 옮겨진 회복실에선 2박 3일간 아기도 소아과 검진을 받고, 나도 몸조리를 한 후 퇴원하게 된다.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산모는 4박 5일 혹은 5박 6일동안 입원한다고 들었다.
미국에는 따로 조리원이 없지만, 병원에서 지내는 기간동안 산모 몸 상태나 멘탈 컨디션 등을 주의깊게 진찰해주고, 기본적인 신생아케어법을 알려주며, 무엇보다도 산모가 회복할 수있는 “산후기간=post partum” 을 짧게나마 가질 수 있다. 마냥 휴식을 취하는 기간이라 생각했는데, (물론 집에 돌아갔을 때를 생각하면 휴식기간이 맞긴 하나) 생각보다 2박 3일은 바쁘게 흘러간다.
산모와 아기 컨디션 체크
먼저 매일 아침 소아과 의사와 산부인과 의사가 번갈아 방문하여 산모와 아기의 상태를 체크한다. 나에게는 회음부나 가슴쪽 통증은 없는지, 배변은 했는지, 기분은 어떤 지 등을 체크하는 편이고, 아기는 소아과 의사가 전반적인 아기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각 과의 테크니션들이 방문해서 시각, 청각 등 감각기관들의 기능을 확인하는 듯 했다.
모유수유 컨설팅 & 신생아 케어법 배우기
하루가 정신없게 돌아가던 가장 큰 이유. 낮엔 시간마다 배가고파 울어제끼는 아기에게, 아직 나오는 것 같지도 않는 내 젖을 물려보다가, 병원에서 주는 분유를 먹여보다 했다. 세상에 갓 나온 아기는 본능적으로 엄마의 젖을 찾아 물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젖을 물리는 일은 쉽지 않더라. 처음 젖을 먹여보는 나의 자세도 불편했을 뿐더러, 행여나 애기가 부러지진 않을까, 애기를 놓지진 않을까 하는 오만 걱정을 다 해야하는 초보 산모에겐 어려운 일이었다.오랜 사투끝에 내 젖을 물어주는 그 순간을 내 담당 lactation 선생님은 “랜딩“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달에 착륙하듯, 그때까지도 모유수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에게, 병원에서의 노력으로 제이슨과 나의 완모여정이 시작되었다. 모유수유 이야기는 또 할 말이 많으니 다음 번에 이어서.
신생아의 위는 내 엄지손톱정도 될까말까 해서, 뭘 먹는 것 같지도 않은데 기저귀는 왜케 자주 갈아줘야하는지.. 그때마다 애기를 부리또처럼 만들어놓았던 속싸개를 다시 풀고 다시 싸매는 법을 배우다가 식은 땀이 좔좔 났다.(사실 병원에선 난 누워있고 우리 남편이 속싸개 담당이었다) 미국 병원에서 출산하시는 분께, 꼭 한국식 배냇저고리나, 신생아용 바디수트를 몇벌 준비해가심이 좋을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24시간 모자동실을 원한다면 새벽수유를 하며 아기와 밤새 지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차피 퇴원 후 24시간, 48시간 실컷 모자동실이 가능하기에, 나와 남편은 간호사”님” 이 감사하게도 밤새 아가를 맡아주시는 시간을 거절하지 않았다. 사실 몇년전 이 지구를 세게 흔들었던 “코시국” 에는, 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 24시간 모자동실을 해야했었다고 한다. 다행히 나는 의료인들은 대부분 백신접종을 완료한 시기였기에 간호사선생님께 아기를 맡기고 밤에 잠시라도 눈을 붙이며 사람다운 잠을 잘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전할 수 없는 감사인사를 남겨본다.
사실 지금까지 글을 본 당신이라면 “한국 산부인과랑 크게 안다른거 아냐? 보통 출산 후 다 그렇지뭐” 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그리고 몸 하나 까딱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동안 병원 의사와 간호사, 스탭들이 해주는 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음에 설명하는 일은, 미국 산부인과에서 출산 후 꼭 잊지않고 “나 혹은 내 가족=남편이 반드시 챙겨서 해야하는 일” 이다.
바로 “출생신고하기”
미국은 속지주의라 하여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는 출생과 함께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에서 출산을 계획하는 분들이 꼭 알아야할 것 중 하나는, 출산한 병원에서 '출생신고'가 이루어져야한다는 사실이다. 출산 병원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간호사를 통해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아기의 이름'. 아기가 태어나기 전 미리 이름 후보를 두세개 정도로 정해두어야, 출산 직후 빠른 시간 안에 이름을 결정할 수 있다. Last name, First name 은 기본이고 만약 Middle name 은 어떻게 정할 것인지도 미리 정해두어야 하고, 만약 한국과 미국 국적 모두, 즉 이중국적을 갖게 될 아기라면 한국이름과 미국이름을 같은 이름으로 지을 것인지, 따로 두개의 이름을 지어줄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한국이름을 따로 지을 경우, 미국 이름 중 Middle name 에 한국이름을 표기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 경우엔 Middle name 을 꼭 추가해서 출생신고를 해야한다. 나중에 되서야 "아 한국이름을 Middle name 으로 하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면 여간 귀찮은 일들을 많이 겪어야 하는데, 바로 우리가 그런 케이스였다. 미국이름을 Jason Lee, 한국이름을 이정우라고만 생각한 채, 'Jason Lee'로만 미국 출생신고를 했다가 나중에 Middle name 에 정우를 추가하려고 하니 꽤나 복잡하고 기간도 오래걸려서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했더랬다. 미국에서 아기를 낳을 계획이신 분들은 꼭! 반드시! 아기 이름을 미리 고민하고 상세하게 정해둘 것.
출생신고가 문제없이 처리되면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집으로 한국의 주민번호와 같은 SSN(Social Security Number) 와, 출생증명서를 받게 된다. 출생신고를 위한 서류를 작성할 때, 출생증명서를 몇 부를 받을 것인지 신청하는데, 이 때 꼭 기본 3부 이상을 신청할 것을 추천한다. 미국 출생신고 후에, 이중국적의 아이라면 별도로 한국 출생신고를 해야하는데 이 때 이 출생증명서가 필요하다. 추후에 여권 신청을 할 때도 필요하고, 한국 여권을 신청할 때도 필요하다. 가까운 시일내에 아기 보험을 들어야하는 데 그때도 출생증명서가 필요하다. 그리고 출생증명서를 요하는 기관들 모두 다시 돌려준다는 전제하에 ’원본‘서류를 요구한다. 그렇기에 신생아 아기를 돌보느라 정신없을 초보부모라면.. 출생증명서는 기본으로 여러장을 가지고 있어야 조금이라도 복잡한 상황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정부기관의 행정처리도 스마트폰 세상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는 한국을 생각하고, “출생증명서? 등본이나 기본증명서 같은거면 그냥 인터넷에서 발급받으면 안돼?”라는 질문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미국 살이 중에는 그런 류의 질문은 모두 그냥 접어두심을 추천드린다. 출생증명서는 신청방법도 쉬운 편은 아니지만, 무조건 우편으로 받을 수 있고 그 우편으로 받는 기한은 세월아 네월아 인 것을 꼭 잊지 않아주길..
자 출생신고까지 무사히 했으면, 본격적으로 아기와 함께 귀가할 시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