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효과: 네 아픔이 내 위로가 되어 미안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종종 친구의 기쁨이 배아픔이 되고, 친구의 슬픔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이는 비록 알면서도 끊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잘 되기를 바라지만, 나만큼은 아니기를, 혹은 내가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이 꺼림칙한 마음은 한번 생기면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 특히 누군가의 아픔이 내게 위로가 될 때면, 내 마음은 더욱 이상해지곤 했어.
이상해진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연못 효과라는 심리학 이론이 하나 떠올랐어. 이 이론에 따르면, 친구의 기쁨이 내게 배아픔으로, 슬픔이 위로로 작용하는 이유는 친구가 나와 같은 연못에서 “얼마나 큰 물고기인가”에 따라 내 상대적인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야. 즉, 친구가 더 잘 나가면 나는 나를 더 작은 물고기처럼 느끼고, 친구가 실패하면 그만큼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지. 인정하기 싫지만,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어. (*연못효과[Pond Effect]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기 평가를,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환경과 비교하여 형성하는 심리적 현상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고민이 시작됐어. 이 연못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연못 안 물고기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 같았기에 나는 이 연못을 벗어날 궁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러나 이내 그게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애초에 우리가 물고기라는 생각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야.
우리는 연못에 사는 물고기가 아니라, 각자의 연못을 가꾸는 정원사처럼 살 수도 있었던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급히 교육대학원으로 간 것도, 교사로서의 사명감도 있었지만, 사회 속에서 느껴지는 천대가 지옥 같았기 때문이었건만, 나를 진짜 천대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즉, 내가 물고기가 된 것은 내가 나를 그렇게 여겼기 때문이었던 거야. 도대체 이 지긋지긋한 비교의 근원은 어디길래, 나를 이토록 끈질기게도 힘들게 하는 걸까. 과거를 한 번 더듬거려 보기 시작했어.
사람들은 내가 다닌 대학교나 외모, 사는 곳을 보고 “우와!” 하거나 “아…” 하는 반응을 보였어. 내가 다닌 대학교 이름을 말하면, 그 학교 심리학과로 유명하지 않냐며 자신도 가고 싶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도 있었어. 내가 살고 있는 동네도 마찬가지였어. 외지인은 내가 사는 곳을 보고 “잘 산다”라고 말하지만, 동네에서는 그저 평범하거나 가난한 축에 속했지. 외모도 어디서는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어디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 이와 같은 비교 속에서 나는 열등감과 우월감이 교차하는 저릿한 느낌 속에서 평생을 나는 살고 있어.
비교의 내면화. 세상이 던지는 비교에 나는 저항하지 못하고, 무방비로 그것을 받아들이며 내 자아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세상이 그렇게도 불편하고 싫었던 것이구나. 누군가의 학벌이나 사는 곳이나 외모가 그 사람의 노력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존재로서 우리가 그것들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쉽게 잊고 있지 않았니. 적어도 나는 그랬어.
나는 연못에 갇혀 내 감정에 먹이를 주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졌어. 이제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 존재가 규정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렇게 자연스럽게 비교가 아닌 각자의 해석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게 되었어.
비교의 장을 넘어,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며 서로 다른 정원을 가꾸어 나갈 때, 삶이 아픔이 아닌 기쁨으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비록 그것이 이상적인 꿈일 수 있지만, 적어도 ‘나’라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 나는 내 세계만큼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싶어. 물론, 비록 마음을 다져도 여전히 누군가의 아픔이 내게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을 거야. 위로를 당연시하기보다는, 그 아픔을 함께 느끼며 미안한 감정이 생기겠지만, 그 미안함 속에는 나와 타인, 이 세상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타인과 나에 대한 비교를
타인과 나에 대한 사랑으로 이겨내길
응원하는 나로부터.
P.S. 비교를 멈추기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어. 남들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압박감, 다른 사람의 행복과 나를 견주며 느끼는 불안과 열등감이 끊임없이 따라다녀. SNS만 봐도 세상이 기이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어. 하지만 정작 내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열등감이 아니라 우월감이었어. 우월감은 누군가의 열등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어. 누군가를 나보다 낮게 여길 때 비로소 나 자신이 높아지는 기분. 우월감은 순간적으로 안도감을 줄지는 몰라도, 결국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더 불편했어.
글을 쓰는 지금도 이런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아. ‘이건 진짜 진심일까? 아니면 내가 우쭐대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글일까?’ 현대 사회는 그런 감정조차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당당하게 자신을 자랑하고 말해. 하지만 나는 그렇게 우쭐대는 마음이야말로 허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그것은 진정한 자신감도, 자존감도 아냐.
우쭐거림은 우리의 관계를 삐걱거리게 하고, 대화 속에 비교의 독을 슬며시 스며들게 해. 그래서 나는 우리의 대화가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어. 우리의 대화가 비교가 아닌 사랑으로 가득 차기를, 서로를 재고 따지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를, 비교와 우월감이라는 허상에속을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알아채고 극복해 나아가면서 진짜 사랑과 존중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