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컨퍼런스 2019 에 다녀오다 (2)
The Big Bang 2019의 첫날 리셉션 현장 ©박정빈
2019년의 빅뱅 컨퍼런스(The Big Bang 2019, 이하 빅뱅)의 오프닝을 알리는 리셉션 현장. 설렘을 가지고 들어갔지만 생각만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빅픽처러닝 네트워크 소속 학교들(The Big Picture Learning Networks) 이 주가 되어 진행하는 컨퍼런스인 만큼, 빅픽처러닝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는 학교의 교장, 교사 그리고 학생들이나 빅픽처러닝 모델을 기존 학교에 적용하기 위해 찾아온 교사나 행정가가 대부분의 참가자이었고, 유쓰망고팀처럼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 빅픽처러닝 외의 교육 사례를 발표하기 위해 온 사람들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또 여러 해 동안 같은 학교 네트워크에서 진행하는 컨퍼런스여서 그런지 참가자들끼리는 이미 아는 사이들로 보였고, 첫 리셉션임에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나누는 것을 보면서 약간의 위축감 또한 들었다.
다행히 첫날 리셉션 현장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어색함과 두려움은 컨퍼런스 기간 동안 점차 해소되었는데, 이는 빅뱅에는 다른 학술대회나 학회들과는 구별되는 특별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빅뱅에서는 빅픽처러닝 네트워크 (Big Picture Learning Network) 에서 실천하고 적용하고 있는 교육적 활동들을 참가자들이 직접 경험할 기회들이 주어지는데, 이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 빠르게 관계 맺기를 할 수 있었다. 여러 프로그램 중 이번 컨퍼런스 동안 유의미했던 활동들은 어드바이저리(Advisory), 픽미업(Pick Me Up)*, 그리고 넘나들며 배우기(Leaving to learn)*였다.
* 어드바이저리(Advisory)는 어드바이저와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진행하는 교육활동을 일컫는다. 입학 할 때 학생들은 어드바이저를 배정받는 데, 학교에 재학하는 동안 같은 어드바이저의 지도를 받고,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학생의 관심사를 발전시키고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학생들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개별화된 학습을 목표로 하는 빅픽처러닝 학교들의 핵심이 되는 제도이다.
* 픽미업(Pick Me Up)은 한국의 아침 조회와 비슷한 교육 활동으로 어드바이저와 학생들은 매일 아침 픽미업 시간을 가지며 함께 일과를 시작한다. 본 컨퍼런스에서는 관계 쌓기를 위한 아이스브레이킹 활동이나 신체 활동, 어드바이저 소개 및 컨퍼런스 당일 프로그램 소개 등의 시간으로 활용되었다.
*'넘나들며 배우기'는 빅픽처러닝의 창시자 중의 한 명인 엘리엇 워셔의 책 ‘Leaving to Learn’의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에서 따왔으며, 현장에서의 배움(fieldwork)을 중시하는 빅픽처러닝의 교육 활동이다.
먼저, ‘넘나들며 배우기’는 컨퍼런스가 열리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다양한 교육 관련 기관들을 컨퍼런스 참가자들의 관심사에 따라 신청하여 방문하는 활동으로, 어떤 기관을 선택했느냐에 따라서 본인의 어드바이저리 그룹이 정해진다. 그리고 그 기관이 중점적으로 시행하는 교육 활동에 관련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어드바이저(advisor)가 지정되고, 같은 그룹으로 지정된 참가자들은 컨퍼런스 기간 동안 함께 어드바이저리 세션을 듣고 같은 기관을 방문하게 된다. 콘퍼런스 시작 전부터 참가자들을 관심사별로 묶고, 3일 내내 교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는 데이터 기반 디트로이트 (Data-Driven Detroit)을 선택하여 방문했다. 데이터 기반 디트로이트는 데이터를 활용해 공공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공공 기관이나 비영리 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데이터 활용 교육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어드바이저리는 컨퍼런스 기간 동안 총 3번의 만남을 갖는데, 기관 방문을 위한 사전 모임, 넘나들며 배우기 기관 방문, 그리고 기관 방문 후 사후 모임으로 진행되었다. 데이터 기반 디트로이트를 선택한 청소년들은 없었고, 그룹 구성원 대부분은 교장이나 교육청에서 일하는 행정가들이었다.
첫날 키노트 발표자이기도 하였던 우리 그룹의 어드바이저 베쓰 화이트(Beth White)는 매우 능숙하게 어드바이저리 세션을 이끌었다. 어드바이저리 세션의 목표를 공유하고, 참가자들이 서로 알 수 있도록 교육 철학과 함께 자기를 소개하는 활동을 진행하거나, 제시된 시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공유하도록 하였다. 넘나들며 배우기의 사전 모임이라는 목표에 맞게 교육에서 활용되는 데이터의 예시와 빅픽처러닝에서 어떻게 데이터들을 활용하는지에 대한 사례들을 소개해주었다. 예를 들어, 빅픽처러닝에서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연구 중에 교사들이 생각하는 ‘학생 중심 교육’이 학생들 입장에서도 ‘학생 중심 교육’이라고 생각되는지 설문 조사를 통해 알아보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분석 결과 유의미한 차이가 있어 학생들과 교사들 간의 인식의 차이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 베쓰가 제시한 가이드 질문 (우리는 어떻게 학습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측정할 수 있는가? 어떤 교육 지표를 사용해야 하는가?)을 통해 참가자들의 토의를 이끌었다. 첫 어드바이저리 세션은 2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빅 픽처 러닝과 방문 기관, 그리고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참가자들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Beth가 진행한 사전 모임 진행 화면 예시 ©Beth
그러나 놀랍게도 모든 어드바이저리 세션이 내가 속한 그룹처럼 짜임새 있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함께 컨퍼런스에 참가한 유쓰망고 팀은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각자 다른 방문 기관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각기 다른 어드바이저를 만나게 되었다. 어드바이저리 세션에서 무엇을 했는지 서로 나누면서, 나와 같이 긍정적인 경험을 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험을 하고 온 사람도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과 서로 알아갈 기회가 현저하게 적었다던가, 방문 기관이나 참가자들의 관심사에 맞게 진행되지 않았다던가, 또는 일정한 계획이나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지 않아 어드바이저리 세션이 배움의 장이 되지 못하였다.
우리가 했던 경험처럼 빅픽처러닝 학생들도 담당 어드바이저리의 역량에 따라 멘토링의 범위와 깊이가 달라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학교에서는 한 어드바이저와 최소 2년 최대 4년을 함께 보낸다. 빅뱅에서 어드바이저리를 직접 경험하며 빅픽처러닝의 어드바이저리가 어떻게 진행되며 무엇을 의도로 하는지 또 어떤 문제를 가지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이는 빅픽처러닝의 여러 교육 활동 중 어드바이저리 제도에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탐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어드바이저의 역할은 한국의 교사들이 하고 있던 학업 상담이나 생활 상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제도와 시스템 내에서 이 활동을 얼마나 뒷받침하는가에 차이가 있었다. 따로 어드바이저리 시간을 교육 과정 내에서 허용하고, 개별화 학습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어드바이저와 활동하는 학생의 수를 제한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드바이저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빅픽처러닝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었다. 행동하는 청소년에게 지지하는 어른들이 필요하다면, 행동하는 어른들에게도 그들을 지지하는 시스템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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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온더레코드 ON THE RECORD 의 협력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