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이 결국은 비극으로 마무리됨을 살면서 저절로 체득하게 된 이후, 드라마도 영화도 비극적 결말은 일부러 보지 않는다. 누구나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을 보내고 있으니, 삶의 본질은 결국 고독과 맞닿아 있다. 만남보다는 이별이 잦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굳이 허구의 삶을 그린 영상물에서조차 비극적 결말의 삶을 보고싶지 않다는 회피이다. 범죄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이야 각종 뉴스로 더 잔인하고 극악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으나, 그를 재현한 영상물을 만나는 건 불편하다. 아니 두렵다. 그리하여 본방 사수는 되도록 하지 않는다. 드라마가 마무리된 후, 본 이들의 평을 들어보거나 혹은 정보를 알아 본 후 몰아보기를 하는 편이다. 혹여 빠져 보는 드라마에 대한 사전스포가 없었기에, 갑작스레 비극으로 마무리되면 난 또 며칠을 우울해 한다. 도대체 나의 눈물샘의 자극점은 어찌나 낮은지 시도 때도 없이 터진다.
나의 지인은 그리하여 남들은 꺼리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결말 스포를, 난 스스로 요청하는 걸 안다. 슬픈 결말을 아예 꺼리며 회피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이겠지.
그 드라마 결말이 어떻게 돼?
그 영화 주인공 죽어? 헤어져?
친하지 않은 이와의 대화에서 영화나 드라마가 화제로 종종 등장할 때, 내가 어떠냐고 물으면,
저.., 스포해도 돼요? 라며 조심히 묻는다.
그러면 난, 기꺼이요~~^^
혹여 혼자 볼까말까 망설이는 영화인 경우, SNS를 훑어보고 대충 결말 스포를 본 후 결정한다. 참 비겁하긴 하다. 안 좋은 결말은 미리 피하기 위해 재미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는 것이니. 남 웃을 일이다.
허나 나에게 관람의 재미는 사실, 내용 전개 자체에 있기보다는 매 장면이 만들어 내는 영상의 감흥에 있고, 주고받는 짜릿한 행동들과 대사에 있기에 스토리 전개가 주는 자극이나 반전 자체는 즐기지도 않고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안전하게 결말을 알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게 상책인 것이다.
그러나 여지없이 당할 때가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카페6>이란 평범한 제목이었고, 나의 최애 영화 중 하나인 <말할 수 없는 비밀>과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제작진이 만든 영화라기에 별 망설임 없이 선택했고 청춘 로맨스라니 믿었다.
누구나 잊지 못할 청춘,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는 영화였다.
카페6
2016.11.16 개봉
감독 : 오자운
배우 : 동자건(관민록 역), 안탁령(심예 역), 임백광(소백지 역)
12세 관람가
멜로/로맨스, 코미디
대만, 중국
103분 러닝타임
1996년 고3인 관민록과 소백지는 같은 반 여학생인 심예와 채심을 짝사랑한다. 사고뭉치에 성적도 전교 꼴등을 다투지만 누구보다 진한 우정을 지닌 두 남학생의 서툰 첫사랑.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원거리 연애와 이상과 현실의 귀로에서 선택의 차이로 인한 갈등, 여기에 더한 가족 문제까지. 불안한 청춘에 서툰 사랑까지 짊어지기는 얼마나 아픈 시절인가.
첫사랑이야 이뤄질 수 없음이 흔하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도 보여주니 그 정도 이별 결말이어도 될 것을...중간 쯤 전개에서 이미 예상은 했으나 그래도 원하지 않는 결말에 통증이 가슴을 타고 또 눈물샘을 자극하고 말았다. 결국 생의 의지를 상실하고 스스로를 파괴할 수 밖에 없었을까.
▶가슴에 닿은 대사들
누군가에 의해 사랑받는 갓은 선물이다. 하지만 항상 잘 될 수는 없다.
좋아하는 것은 용기이고, 사랑받는 것은 선물이다.
난 심예의 인공위성이 되기로 했다. 거리를 좁히기 위해 그녀의 궤도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바란 건 곁에 있어줄 사람이었는데, 난 그곳에 있었지만 곁에 있었던 건 아니었다.
청춘 로맨스답게 스틸컷으로도 그 풋풋함이 스크린을 뚫고 나온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동자건 배우의 연기와 미소, 친구를 위한 진한 우정을 연기한 임백광의 능청 연기까지 두 사람의 케미가 보는 내내 미소 짓게 한다.
물론 반전의 결말과 아쉬움이 깊은 여운으로 남아 한동안 또 나를 괴롭힐 것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려는 요즘,
지난 청춘 잠시 소환, 감상에 젖어 아픈 사랑 한 편 들여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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