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휴고상 최종후보작 <호랑이가 눈뜰 때>

-이윤하 작가/창비출판사

by 다담

 SF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Hugo Awards)에 3년간 노미네이트 된 세계적인 공상과학 소설가 이윤하 작가의 신작이다. 앞 선 <드래곤 펄>과 묘하게 이어지는 스토리로 '천 개의 세계' 시리즈 두번 째라 한다. SF(공상과학)소설이라 하여 평소 즐기지 않는 장르이기에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독서의 편식은 참 쉽게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다. 그러나 작가의 동양적 신화 속 소재와 과학의 만남,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성장 스토리를 풀어가는 것에 관심이 갔고, 때마침 창비의 귀한 서평도 하게 되어 영광으로 여기기로 했다. 이번에는 특히 소재가 호랑이였고, 이미 디즈니에서 영상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더욱 반가웠다. 

옛 설화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동물 중 호랑이만큼 한국적인 게 있을까. 위협적인 덩치와 생김새, 포효하는 울음소리는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종종 주인공과 대치하여 극복의 대상으로 나온다. 혹은 오히려 역으로 어리석고 단순한 사고로 우스꽝스런 결말을 불러일으키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나 대부분은 경외의 대상으로 동물의 왕 산군(山君), 산령(山靈)으로 추앙받는 동물이다.

단원 김홍도의<송하맹호도> 속 호랑이를 보라. 결코 포악하거나 사나운 모습은 없고 오히려 기개가 넘치고 근엄한 선비의 자태가 보인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그려낸 호랑이 소재의 공상과학 소설이라니. 지금은 한반도에서 볼 수 없는 귀한 호랑이와 SF의 만남이라니.


과학적 지식이 얕은 나로서도 광활한 우주에 티끌같은 지구라는 파란별에만 수십 억의 생명체가 살아간다는 사실은 다소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라 여겨진다. 우주 어딘가의 다른 은하계든 행성이든 생명체가 살아가야 하는 게 우주 전체를 따져보면 가성비 측면에도 맞지 않을까. 굳이 외계인이니 UFO니 하는 존재를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인류의 과학적 시선이 우주로 향하는 근본이유이지 않을까. 분명 있을 것 같은 어딘가의 다른 존재와의 교우.


이 소설은 그런 세계를 <천 개의 세계>라 부르며 각자 세계에 다른 부족들이 살고있다 한다. 주인공 세빈은 '용기세계' 호랑이령 주황 부족-호랑이와 인간으로 자유롭게 변신이 가능함- 신세대 청소년으로 우주군에 입대하는 것이 꿈이다. 이미 명망 높은 부족의 자랑인 선장 환 삼촌처럼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소설은 주황 부족에 도착한 두 통의 편지로 시작한다. 우선 존경의 대상이었던 환 삼촌이 반역죄로 기소되었고 체포령이 발부되었다는 것.

그리고 세빈이 간절히 기다리는 우주군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같이 전해진다. 그리하여 세빈은 모든 일에 부족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피의 맹세를 하고 우주군 입대를 위해 떠난다.

그리고 시작된 복무는 순탄치 않았다. 계속 걸리는 삼촌의 반역과 배신, 탑승한 전함 해태호에 감지된 탈주범 삼촌의 냄새...그리고 수상한 특별조사관 이와 보좌 민의 존재.


소설 내 반전을 이렇게나 여러 번 두기도 하는구나 싶을 만큼 흥미진진하고, 세빈의 갈등과 결정에 함께 긴장하게 된다. 결국 이 소설은 사회적 정의와 가족 혹은 부족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 세빈의 성장 스토리이다. 생도 동기 지와 먼저 입소한 남규, 유나 넷의 파란만장한 활약상과 이에 얽힌 민과 준 남매의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다. 게다가 중간중간 등장하는 K-스토리답게 한국적인 소재들이 미소짓게 한다. '천 개의 세계' 공용어가 한글인 점, 한복이 공식 의복이며 사방신을 섬기며 굿으로 예언을 듣기도 하는 주황 부족, 삼촌 환이 해태호를 점령하는데 절대적으로 공헌한 민이 사실은 구미호족이며 '홀리기'기술이라는 점, 환의 동업자인 세나가 무당이며 그의 충견이 삽사리라는 것, 세빈이 그를 욕실에 감금하기 위해 유혹한 음식이 잡채라니.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고 실신한 세빈이 회복한 후 먹은 첫 끼니가 미역국에 김치이니 이보다 한국적일 수 있을까. 이런 사실들이 과연 디즈니로 영상화할 때 반영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암튼 보는 한국인으로서는 꽤 반갑고 뿌듯했다.


결국 결정적 순간에 가족인 세빈을 죽이지 못하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환 삼촌, 서쪽의 빛나는 백호. 개인이 옳다고 여기는 것과 사회적 정의가 어긋났을 때 어찌해야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른인 환 삼촌의 경우도 쉽지 않았을 것이나, 경륜이 부족한 청년 생도들의 혼란함이야 일러 무엇하리. 그러나 선함과 옳음을 지닌 그들은 결국 용기로 상황을 차근차근 이겨나간다. 제목 그대로 눈을 떠 세상을 바라보는 제대로 된 시각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공상과학 소설이라 하여 다르지 않은 우리들의 삶인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미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섬세한 배경과 통쾌한 액션 씬, 심리 묘사가 탁월했다. 그리하여 그 결과물이 기다려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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