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진담

by 다담

카페 통창을 굵은 빗줄기가 쉼 없이 노크한다. 두두둑 두두두둑. 무슨 간절한 사연을 전달하려 저리 다급할까. 몽글몽글 맺어졌다 흘러내리는 자국들이 서럽다. 그래, 서러운 눈물이라면 나도 지지 않는데. 그만 울어야지 얼마나 다짐하며 입술 앙 물고 고개 처들고 연습해 왔는데. 이 소낙비가 또 서럽다.


예고 없이 갑자기 퍼붓는 소낙비에 근처 보이는 카페로 피신해 들었다. 조그만 카페 끝 창가에 자리하고 일단 젖은 머리칼을 털어본다. 여름 우산 없이 나선 나의 모자란 준비성이 문제다. 미리 준비하지 못하여 겪는 곤란이 어디 이번 뿐이랴. 삶이 준비된 대로만 흘러가겠냐마는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에 뒷감당으로 자주 애를 먹는다.


그리움의 문을 열고

너의 기억이 날 찾아 와


하필 비 오는 날

하필 들어 온 카페에

하필 낮게 깔린 이 노래라니.


비 오는 그 날도 나는 우산이 없었고 넌 굳이 네 우산을 건네주었고 난 그걸 굳이 내동댕이쳤다. 온 얼굴과 어깨를 연신 두드리는 차가운 비보다 더 차가운 말들을 쏟아내며 널 밀어냈지.

내 손을 억지로 끌어 가까운 카페로 들어간 우리는 카페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낮게 울리는 노래만 듣고 있었어.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저 노래가 끝나갈 즈음 고개 숙인 널 두고 난 비 내리는 거리로 나왔지. 채 열 걸음도 딛기 전 내 손에 쥐어 준 네 우산과 기다리겠다던 한 마디 남기고 넌 비 속으로 다시 젖으며 사라졌어.


그 뒤로도 나는 우산을 잘 챙기지 못 했고 종종 차가운 비와 더 차가운 추억과 함께 젖어야 했다. 너와 이별한 이유는 세월 속에 퇴색했지만, 그날의 차가운 빗속에서 보았던 너의 눈물과 건네준 우산에 남아 전해진 온기의 감촉은 여전히 각인되어 잊히지 않는다.


아직도 너의 소리를 듣고

아직도 너의 손길을 느껴

오늘도 난 너의 흔적 안에 살았죠


그 날의 노래는 지금의 나를 본 것일까. 그날 그 빗속에 놓쳐 버린 널 지금에야 놓치 못할 걸 미리 말했을까. 기억을 걷는 시간이 이리 오래 지속될 걸 그때 미리 알려 준 것일까. 너무 늦어버린 후회는 차가운 비와 함께 또 그날로 날아가 너를 찾는다.


너는 비 내리는 오늘 같은 날 더는 춥지 않니?

널 아프게 젖게 한 난, 아직도 이 비가 차다. 창가를 두드리는 창가 빗방울에 남겨진 추억이 차다. 심장에 흐르는 비는 또 얼마가 지나야 마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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