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감정 새롭게 읽기 <비표준감정사전>김정은 著

by 다담

"나로 살기 위해 다시 쓴 43가지 감정/나는 나를 알기 위해 그림책을 펼쳤다"


작가의 말이 먼저 와 닿는다. 나로 살아가기도 힘든 세상이며, 더구나 나를 안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생일대의 과제가 아닐까. 얽히고 설킨 세상 살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역할들을 걸치고 살아가는지. 나 역시 부모님의 딸로 태어났다가 결혼과 함께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였다가 이젠 엄마라는 옷을 입고 잘 하지 못하는 역할로 전전긍긍하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니, 직장에서 맡은 일만 보아도 담임에 부서원에 국어 교과 선생으로, 도서 담당 교사로 하루 해가 짧다. 사적인 관계 속의 나까지 생각하면 도대체 나는 일인 몇 역을 하고 있는건지. 이처럼 원하든 원치 않든 여러 관계 속에서 적절한 옷으로 바꿔 입으며 제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은 어디 있나 싶을 때가 있다. 물론 그 모두가 나인 것은 맞으나, 과연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으며 알려고 노력했는지도 확신이 없다. 온전히 '나'만을 의식하고 나로서 느끼는 감정에 충실해 살기보다는 해야하는 의무들의 연속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엇비슷한 고민을 했을 작가는 동화를 읽으며 그 속에서 답을 찾았나 보다.


나역시 한 동안 동화책에 매료되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육아의 한 부분이기도 했으나, 오히려 내가 더 동화책에 빠져들었던 날들이었다. 쉽게 잠들지 않는 아이를 품고 나근하게 읽어보는 동화가 주는 아늑함이 좋았다. 가득찬 그림 속 꼭 필요한 만큼만의 적은 수의 말과 커다란 공백이 주는 넉넉함에 지친 마음이 위로 받는 치유의 순간들이었다. 가장 편안한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아이와 동화책을 읽었던 그 순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책의 작가 역시 나와 비슷했음을 매 페이지마다 느낄 수 있었다.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여러 사건들에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함께 느낀다. 같은 일을 겪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을 순간들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동화책과 연계하여 풀어 주고, 특히 작가 특유의 재해석으로 만든 비표준 감정사전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솔직한 풀이였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작가라서 그런지 원래 감성적인 성향인지 모르나 내겐 그저 귀여운 표현들이 많았다.


사전에 풀이된 표준화된 감정 풀이로는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어느 한 마디 말로는 딱 들어맞는 감정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럴 때 그냥 내 식으로, 나만의 언어로 그 감정을 풀어보는 좋은 경험을 작가는 소개해 준다. 더구나 소박하나 순수한 동화책에서 답을 찾아가는 작가의 안목이 새롭다. 특수 학교 교사로, 어렵게 얻은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세상이 살만 한 곳이라 느끼게 될 것이다. 특별하지는 않으나 돌이켜 보면 더할 수 없이 따뜻하고 포근했던 순간순간들이 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날들 또한 이만큼 지나와 있지 않은가. 아직 어렵고 어색하기도 한 여러 옷을 걸치고 있더라도 나는 나로서 잘 살고 있다고 위로 받는 책이다. 모두가 다른 만큼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있고, 이를 다르게 표현해도 됨을 알게 한다. 굳이 표준에 맞추지 않다고 되는 것이다.


작가가 정은어라 붙여 다시 풀이한 감정들 몇 가지를 살펴보자. 표준 사전에서 명명한 풀이보다 훨씬 마음에 와 닿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공허함 : 마음에 구멍이 뚫린 듯 아무리 채우려 안간힘을 써도 메워지지 않는 구멍을 가진 기분 - 유리병에 가둔 내 아픈 마음에게

·너그러움 : 흔들리는 순간에도 자신을 믿는 마음 - 나에게 다정할 것

·사랑 : 상대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바라는 방식으로 아낌없이 주는 마음 - 진정한 사랑이 뭐야?

·수치심 : 양심에 구멍이 뚫린 듯 불의를 보고도 모르는 척 외면하는마음 - 부끄러은 어른은 싫어

·용감함 : 모순과 편견에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낸는 마음 - 세상의 변화는 나부터

·정겨움 : 떠올리면 웃음이 나고 온화해지는 마음 - 만나고 싶은 그리운 손

·초라함 : 주머니에 가득했던 구슬을 잃어버리고 빈털터리가 되어 길 가운데 선 마음 - 나만의 속도로 가면 돼

·화 : 나의 콤플렉스와 결핍을 이해하는 열쇠 - 왜 화내면 안돼?


무엇보다 스스로를 차분히 돌아보고 나를 찾아 가는 과정이 중요함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사전에 풀이된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우리의 감정을 자기만의 경험 속에서 의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나역시 내 감정을 나만의 풀이로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끄적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공감 : 상대의 마음이 내게로 다가와 가슴 바닥부터 가득 차올라 저절로 울게도 하고 웃게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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