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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Oct 23. 2023

[독서후기] 마주보며 이겨내기 <마주> 최은미著

코로나 터널 끝 이야기

  참으로 긴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코로나-19'라는 터널을 3년 너머 달리고 있다. 멋모르고 들어온 터널이 가도가도 끝이 안 보이는 암흑이었다가 저 끝에 한 점 빛이 보이더니 점점 차오르는 타원형으로 커져가는 출구의 끝에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는 이도 있고, 이젠 끝난 거 아닌가 하는 이도 있으나 우리 모두에게 지독하게 힘든 길이었다.


  방심하다 맞은 칼끝이 깊게 파여 온몸에 독소를 퍼뜨린 것처럼, 별거 아니라 여긴 바이러스가 팬데믹이 되어 사랑하는 이를 잃었고, 만나지조차 못했고, 수 많은 이가 직장을 잃었고, 생계를 위협 받았다. 또 마음은 얼마나 황폐해졌는지. 서로를 불신하기도 하고 강압된 혼자만의 격리된 생활로 만남의 부재는 어그러진 소통이 빚은 상처로 우울감이 팽배했다. 아예 꿈을 잃은 청년 니트족들은 방구석에서 나오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난 가족이라고 마냥 행복했을까. 늘어난 가정폭력 건수가 말해준다.


   지나온 아픔의 시간을 이제는 성찰해야 한다. 두 눈 바로 뜨고 마주하며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지난 날을 돌아보고 상채기에 약이라도 발라야 새살이 돋고, 또 다음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는 마음의 항체가 생긴다.


건너왔으나 온전히 건너오지 못한 시절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들을 다시 마주하다


이렇게 이 소설은 우리와 <마주> 한다.


  가족이라하여 다 할 수 없고, 가족이 아니라하여  못할 거 앖음을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 시기를 혹독하게 겪은 두 여인의 삶을 통해 작가는 말한다. 은채 엄마인 나리의 삶에서, 서하 엄마인 수미의 삶에서 가족관계는 물론 인간관계의 본질을 본다. 나리가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를 보듬어준 만조 아줌마의 이타적 삶에서, 자신의 아픔을 서하에게 이입하여 집착하고 딸을 믿지 못한 엄마 수미 자리를 대신 해주는 나리는 만조 아줌마를 닮았다. 소외받고 아픈 이들의 터전이 되어준 '딴산'에  새 품종의  '아삭' 사과를 재배한 만조 아줌마처럼 우리도 서로 마주할 용기만 있으면 시간은 더딜지언정 좌절 속에서 희망의 새싹을 키워 낼 수 있다.


   마음이 수없이 헤집어지더라도 나는 수미와 서하가 겨우내 서로를 충분히 겪길 바랐다. 두려움을 껴앉고서라도 마주 보길 바랐다...<중략> 서하를 보고 있는 어른이 너뿐이 아니라고, 나만이 아니라고, 가족이어서 해줄 수 없는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고, 가족이 아니어서 할 수 있다는 걸 믿어보라고....<중략> 서하는 마음을 접어버리지 않았다고. 너한테 계속 자기 자신을 얘기하고 있다고. 너한테 순응하지 않았다고. 너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  P304

                                              

  최은미 작가의 솔직하면서도 남다른 문체에도 매료되어 부러운 문장들을 밑줄 그으며 읽게되는 소설이었다. 그 속에 단단하게 감춰진 희망의 싹이 이 사회에서 곧게 발아하기를 비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큰 서사 없이 그저 일상의 연속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주위 누구의 이야기인 듯 아니, 나의 이야기인 듯 살짝 지난 일기장을 들춰보는 느낌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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