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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Jan 17. 2024

뜻밖의 보상

한 끼 식사가 주는 의미

  때론 계획대로 되지 않아 황당해할 때 또다른 기회가 오기도 하는 것이 삶이더라. 어찌보면 신의 자비인지도.

거창하게 따지지 않아도 소소한 삶에서 흔히 겪는 일일 것이다. 기대와 실망, 뒤이은 또 다른 기회 그로 인한 보상과 만족. 참 신기한 삶의 이치이다.

그러니 계속 삶을 이어가라는 뜻이리라.


새해엔 항상 복요리를 먹는다. 일종의 미신이겠으나, 믿거나 말거나 복이라도 받아보자는 의도도 있고, 뜨근한 복 국물 먹으며 몸도 데우고 다같이 새해 소망도 얘기해보는 시간을 가져왔었다.


  올해는 이래저래 시간을 놓쳐 당일은 아니어도 더 늦기 전에 가보자 하여 기장 단골 복국집인 <가마솥복국>으로 나섰다.  이런~ 불꺼진 가게 앞에서 잠시 황당해하다 얼른 일광으로 턴~두번째 장소인 <일광대복집>으로 출발했다. 아풀싸! 여기도 깜깜한 가게. 검색에선 분명 영업 중이라 했으나 업뎃이 늦었나보다. 복 가게도 다같이 휴일을 정해서 쉬나 싶었다.


  실망에 잠시 망연자실했다. 새해 새 맘으로 찾는 자리라 실망이 더 컸다. 오는 길에 보았던 가게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했다. 올해 연초 복국과는 인연이 없나보다.


 심상찮은 외관에 다들 좋아하는 생선구이이니 설마 실패할까 하는 마음과 허기에 뭐라도 먹어야 했다.

 주차장 입구 생선뼈를 새긴 간판에 한번 웃고 들어가니 꽤 넓은 가게 둿마당이 나왔다.
왠 석등이며 여래부조상이 이리도 많은지 여느 사찰 마냥 즐비하게 전시돼 있고, 중간중간 유명시인의 시들도 물고기 모양 나무판에 세워져 있는게 희한했다. 좋아하는 것들을 그저 모으고 보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었다. 수집의 재미를 톡톡히 지닌 분인가보다.

 주메뉴는 단촐하게 제철 <모듬생선구이정식>과 <고등어구이>가 다였다. 다국적 별별 메뉴를 다 내놓는 식당은 왠지 의심이 가는 터라 오히려 믿음이 갔다. 그만큼 음식 나오는 속도도 빨랐다.

우와~이거 뭐지? 밑반찬 가지수도 다양하지만 정말 취항대로 잘 구워져 나온 생선에, 정갈하면서 담백한 나물과 엄마표와 똑 닮은 김치에 양념게장이며 쌈배추가 기분좋게 했다.
그저 스쳐가는 길에 보여 찾아온 가게였으나 정작 맛집이었구나 싶을 만큼 후회없이 기분좋게 잘 먹은 저녁 한 끼였다.


 이층 화장실로 가는 계단에서 본 처마 끝 풍경이
또 시선을 끈다. 주인의 여유 있는 취미가 부러워졌다. 한 자리에 식당을 운영하며 평소 좋아하는 것들로 하나하나 채워왔을 계절들이 스쳐갔다.


 일광에 앞으로 가끔 올 이유가 생겼다.
한 끼 식사로 하루 저녁 헤맴을 보상 받고 또 따스하게 데워진 속으로 새롭게 시작해야지.

#일광맛집 #어촌밥상생선구이 #생선구이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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