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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Mar 15. 2024

넷플영화 <로기완>원작소설 <로기완을 만났다>/조해진

-소설과 영화 비교하기

첫문장 <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로, 이것이 바로 내가 들려주고 싶은 나의 이야기이다>로 마무리된다.


신동엽문학상 수상작

KBS선정 우리시대의 소설 50

넷플릭스 화제의 영화 <로기완> 원작소설


  이미 다양한  타이틀로 화젯거리가 되고 유명인들의 추천사로 흥미로운 조해진 작가소설을 만났다. 로기완이라는 한 사람을 만났다. 소설의 서술자인 K와 함께 2010년 12월 겨울 벨기에 브뤼셀 시린 거리를 방황했고, 로기완, 그의 흔적을 좇는 여정에 동행하며 같이 아파했다. 그리고 소설을 덮을 때는 데워진 가슴으로 비로소 미소지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생명이 보장되지 않은 탈북민이나 살고자 사투를 벌이는 로기완과 한 여고생의 암 발병이 자신의 탓인 양 죄책감으로 회피하고 괴로워하는 작가 K의 서사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서두를 읽을 때는 액자식 구성인가 하는 추측을 했으나, 사실은 방송작가 K가 서술자이자 주인공으로 이 소설은 그녀의 일기이다. 그녀가 행적을 좇아가며 이입되는 로기완은 오로지 그가 남긴 일기와 진술서로, 그녀의 상상 속에서만 등장하고 소설 말미에서 나와 현실적인 짧은 만남을 한다. 삶의 의미를 찾아 제대로 살고자 하는 두 사람은 닮아 있어서 그녀는 로기완을 통해 스스로를 용서하고 긍정하고, 화해한다. 로에게 들려주는 K의 이야기인 이 소설은 한 마디로 상처를 품고 사는 이들의 공감, 연대 그리고 치유의 이야기인 것이다.


어머니는 저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살아야 했습니다.


로기완이 인터뷰 중 기자에게 말한 이 문장 하나로 K는 그를 만나러 갈 결심을 한다. 바로 그녀의 죄책감을 대변한 말이라 느꼈기 때문일까. 다시 살기 위해 그녀를 죽음만큼 힘들게 한 상황을 다시 받아들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아낸 로기완을 만나러 간 것이다. 살아 있고, 살아야 하며, 결국엔 살아남게 될 하나의 고유한 인생, 절대적인 존재로 숨 쉬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작가의 섬세한 표현과 닮고 싶은 문장들을 놓칠 새라 며칠을 씨름하듯 읽고, 긴 여운에서 한 발 뺄 때 즈음, 넷플스 출시 영화 <로기완>을 보았다. 영화를 먼저 보았더라면, 송중기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신인 배우 최성은의 발견과 두 남녀의 성장 스토리에 몰입했을 것이다. 원작 소설을 극작, 감독까지 한 신인 감독에게 충분히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넷플만의 탁월한 영상과 주제에 감탄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원작 소설과의 비교로, 보는 내내 몰입보다는 아쉬움을 느껴야만 했다. 차라리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영화 <로기완>

드라마  대한민국 131분

출시   2024.03.01.

원작   소설

채널  NETFLEX

등급  청불

감독  김희진

주연   송중기 최성은 조한철 이일화


  영화에서는 로기완이라는 탈북민에 초점을 두고 그의 성장과정을 올곧이 보여준다.  소설에서 이미 K라는 김작가와 박이란 인물에 깊이 동감한 상태라서 이들이 빠진 영화는 김빠진 맥주 같았다. 뒤늦게 영화 제목에 <로기완>이라고만 붙인 이유를 알았다. 원제목 <로기완을 만났다>의 주체는 K이니, 그녀의 서사가 빠진 영화에 '만나다'라는 동사를 붙을 수는 없으리라. ,


<영화와 소설의 차이점>  

 로기완은 중국 연변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중 어머니를 잃는다. 소설에서는 중국 공안에게 발각되지 않으려 집에서만 칩거 중 어머니의 귀갓길 교통사고로 즉사한 소식을 듣게 되나, 병원에 찾아 가지도 못하는 처지였다. 영화에서는  어머니의 직장에 우산을 들고 마중 간 기완이가 공안에게 들키고, 어머니와 같이 도망가는 도중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즉사한다. 그리고 그 시신을 병원에 판 돈으로 브뤼셀로 가라는 삼촌의 충고를 듣게 되고 어머니의 유언임을 알고 떠난다. 영화의 첫장면에서 길가 핏자국을 수건으로 닦으며 엄마를 부르짖는 기완의 참혹한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다름 아닌 어머니의 마지막 사고 장소로 설정하여 비극미를 극대화시킨다.  


  영화 <로기완>은 각자 어머니를 잃고 아파하는 두 청춘, 기완과 마리가 만나 사 랑함으로써 서로를 치유해주고 빈 자리를 메워준다. 이는 순전히 각색된 부분이다. 한국인 마리는 엄마의 죽음에 아버지가 개입되었음을 알고 유망주 사격 선수를 그만두고 방황하다 브뤼셀에서 마약 도박단에 연루된다. 그리고 엄마 시신 판 돈으로 도망쳐 브루셀에 온 로기완이 아파 쓰러진 빨래방에서 그의 지갑을 훔치게 되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원 소설에서 기완과 사랑하는 여인 라이카는  필리핀 국적이며 둘은 식당에서 일하며 만난 사이이다. 영화에서는 북한 탈주민 남자와 남한의 상처 많은 여자,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에 초점을 두어 극화한 것이다. 마리가 마약단에 쫓기게 되어 급히 기완이 영국으로 보낸 후 일 년 뒤 그녀를 만나러 가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게 영화의 결말이다. 원 소설은 불법체류자 라이카를 본국에 강제 소환되도록 둘 수 없는 기완이 밀입국 방법으로 영국에 보내고 뒤이어 본인 역시 난민 자격을 버리고 다시 불법체류의 자격일 지언정 그녀를 만나러 떠난다.   


  영화에서는 깊이 다루지 않는 '안락사'문제가 소설에서는 중요한 안건이다. 아마도 이 문제와 마약을 다루고 있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지 않았나싶다. 영화에서는 여주 마리가 어머니의 죽음을 아버지가 방조했다고 생각하여 깊은 갈등으로 방황하며 무너져 간다. 이 문제는 소설에서 탈북민 로기완과 그를 찾아온 나, 작가 K를 적극적으로 도와 주는 의사 박을 통해 더 깊이 있게 다룬다. 그는 의사로서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도왔다는 죄책감에 오랜 좌절을 겪고 있는 중년이다. 어머니 죽음의 책임을 느끼는 기완에게 동질감을 느껴 외면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아내와 닮은 K와 만남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용서한다. 기완을 만나러 가는 K를 배웅하는 공항 장면은 소설 전체 중 가장 가슴 시린 명장면 중 하나이다.  


    브뤼셀을 떠나는 날, 공항에서 나는 박에게 꼭꼭 담아 두었던 윤주와 관련된 나의 이야가를 들려준다.

그리고 박이 남겨준 위로의 한 문장.

   

때로는 미안한 마음만으로도 한 생애는 잘  마무리됩니다.


마지막 헤어지기 전,


   부탁을 하나 들어주겠소?

   말씀하세요.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한번, 말해주겠소?


그의 귓가에 대고 가는 내내 잠을 자듯 편안했다고, 죽는 다는 의식도 없이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으며 고통은 전혀 없었다고 속삭인다. 박은 떨리는 두 손으로 내 얼글을 감싸며 매만지고 나는 그의 손길에서 한 생애를 , 한 사람의 인생이 그 손길에 모두 들어 있다고 느낀다.


    .....고생했소. 평생을 고생이 많았지.


그를 두 팔로 안아주며, 그의 등 뒤로 그에게 일어난 그 고통의 순간을 느끼게 된다. 그 사람이 지나 온 한 시절과 피와 뼈가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규정될 수 없는 존재 자체를 고스란히 느낀다. 하늘로 날아오를 수도, 땅으로 떨어질 수도 없는 날개가 젖은 새를 오래 품어 준다.


    됐어, 이제.


   사랑조차 거부하며 죄책감에 달아나 버린 K(김작가)

   사랑하는 아내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나 그 상실감과 좌책감으로 살아가는 박한철, 박

  어머니의 죽음에 깊은 죄의식으로 끝까지 어떡하든 살고자 하는 로기완

 세 사람은 서로서로가 얽힌 인연으로 상대에게 깊이 공감하고, 스스로의 아픔을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혼자가 아닌 상대의 서사에서 나를 보고, 나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그렇게 앞으로 용감하게 나아가는 이들이다. 현대 사회에서 과연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시키는 일이 가능할까. 시도의 노력만큼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의 답을 찾기에 좋은 소설이다. 이 소설을 모두가 읽기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숭고한 여정

타인의 아픔에 대한 가장 진정성 있는 고민

섬세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그려낸

공감과 연대, 치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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