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부모, 독한 부모
-세상 어려운 부모 역할
변함없는 하루 속 반복되는 업무인 듯하나, 어제와 또 다른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그래도 쉴 집으로 돌아간다. 뒤 차창으로 멀어지는 저녁놀의 붉은 기운을 바라보며 오늘도 무사히 보냈음을 안도하며...얼마간의 여행이든 얼마만의 흥겨운 여행이었든 집으로 돌아왔을 땐 항상 "집이 젤 좋아~ "라 외치게 된다. 안정감이든 익숙함이든 모든 것을 다 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주는 자유이리라.
그러하니 귀가 후 업무관련 전화는 회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닐까. 그러나 내 일이 일인 만큼 외면할 수만은 없다. 결석한 친구와 늦게라도 통화해서 독려하다 보면 긴 상담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학부모의 전화는 더욱 거절하기가 힘들다. 어떤 사정인지 알 수 없기에 일단 연결해 보면 때론 학부모의 긴 하소연을 듣기도 한다.
퇴근 후 받았던, 너무나 달랐던 두 통의 학생 아버지와의 전화가 기억난다. 본인의 불우했던 과거에 대한 보상으로 학생이 원하는 건 다 해주는데 자식의 반항은 더 심해져서 이젠 감당하기 힘들다며 울먹이시는 너무나 착한 아버지의 하소연 한 통.
소통도 안되며 이젠 그조차 거부한다는 자식에 대한 한없는 하소연을 들으며 학교에서는 그나마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가능성을 전달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전했다.
이에 또 다른 전화 한 통. 사실 받을지 말지를 한참 망설이다 받았다. 본인은 자식을 강하게 훈육하는 스타일이라 안되는건 확실히 단속하니 학교에서도 협조해 달라며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 달라는 단호한 한 통.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지적해 주시면서 개선되고 있는지 알려달라는, 아니 보고해 달라는 상사같은 독한 아버지셨다.
누구나 처음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나 서툰 삶을 살아간다.
첫 걸음마가 서툴더니
첫 사랑이 서툴고
첫 직장이 서툴고
첫 결혼생활이 서툴듯이
첫 부모인들 다르랴
누구에게 배우지 않은 서툰 부모 노릇하며 분신같은 자식을 올바르게 키우려 무진 애를 쓴다. 세상 모진 풍파 다 막아주려 하고 다 해결해주려 한다.
나는 받지 못한 더없는 사랑을 줄테니 너는 이 부모가 가라는 데로만 가렴.
이런 양육방식이 옳을까. 세상이 모순덩어리이며 선악이 공존하며 때론 억울한 일 투성이이며 음모뫄 배신으로 아픈 곳임을 너희는 어리니 아직 몰라도 돼. 부모가 안내하는 밝은 빛으로만 걸으렴. 이런 길잡이가 옳을까.
난 아니었지만 넌 부족한 거 없이 다 줄게. 넌 내가 못해본 거 다하고, 넌 귀하게 뿌려 주는 꽃길로만 걸으렴. 과연 이런 삶을 자식이 원할까.
참 힘든 첫 삶의 첫 부모 노릇이나 무엇보다 자식 스스로에게 선택권을 더 주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현실을 느끼고 보며 스스로 단단해질 힘을 키워가도록 해야 함을 절실히 반성한다.
언제쯤 익숙해질지 모르는 부모노릇의 무게감에 숙연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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