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도 참 예쁜 시월이 흘러가고 있다. 세대를 떠나 이맘쯤이면 라디오에서 꼭 들리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 속 가사처럼 시월은 이별과도 그리움과도 참 어울린다. 시월은 그리하여 남은 한해를 아쉬워하고 지나가버린 시간을 아쉬워하는 계절이다. 그리하여 지난 시간 속에 놓쳐버린 것들을 아쉬워하는 계절이다. 그리하여 시월은 저녁 어스름이 더 아리게 예쁘고 괜스레 상념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참 신기하다. 하루 하루 별 변화없이 반복하여 흘러가는 시간들의 연속 같은데, 어느새 계절이 바뀌면서 주위 풍광이 서서히 달라진다. 매스컴 등에서 자주 보여주는 이상 기온에 의한 지구 곳곳의 기이한 기후변화들-아프리카에 내린 첫눈, 홍수에 폭우, 산불들, 끝나지 않는 가뭄, 떼죽음 당한 물고기들-에 두려움을 느끼며 그 심각성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동네 실개천조차 가물어서 바닥이 드러나는 가뭄의 연속이나, 또 지구 반대편은 홍수로 한 도시가 잠긴다 하니 물조차 공평하게 나눠지지 않는 기운 세상이다.
시월에 접어 들었음에도 여전히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운전할 때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안되는 이런 말도 안되는 여름의 지속이었다. 은행나무 가로수는 이파리 끝이 살짝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었으나, 여전히 물러나지 않은 여름은 계절을 순환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한 곳 막힌 곳은 결국 정체를 불러오고 탈이 난다. 자연의 섭리조차 제 순환을 못한다면야 그 곳에 살아가는 생명체들에게 어찌 탈이 나지 않을까. 아직도 종식되지 않고 주변에 머물러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아도 그 위험은 앞으로 계속 될 것이다.
'자고 나니 세상이 달라졌다'라는 말처럼, 하룻밤새 더위는 그대로 물러나고 세상이 싸늘해지더니.찬 기운을 몰고 왔다. 채 꺼내지도 못했던 두꺼운 외투를 부랴부랴 입고 머플러라도 두르고 나서야하는 갑작스런 겨울 맞이를 해야 했다. 15, 16일 주말을 지나 예상대로 겨울 패딩을 입고 찬바람에 잔뜩 웅크린 학생들의 등교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이제 사라지려나 우려가 되었다. 여름에서 갑작스레 겨울로 바뀌다니. 오늘 아침 학급 아이가 '선생님, 가을 어디 갔어요?'라는 애교 가득한 문자를 보냈다. 아쉬움 가득한 그 아이의 마음이 내 마음과 통하여 '그러게, 급한 일이 있나봐. 잠시 볼일 보러 갔다 다시 온다니 기다려 보자~'라며 서툰 위로를 보냈다.
물론 이상 기후라고 하니 곧 계절은 제 궤도를 찾을 것이고 가을을 완상할 기회는 있을지나, 머지않아 정말로 여름 겨울 두 계절로 축소돼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우스개소리로 우리나라 사계를 <뽐 여~~~름 갈 겨~~~울>이라는 아이들 말처럼 되고 있는 듯하다. 짧은 봄과 가을에 유독 나들이를 하고자 하는 것도 아쉬움에 부여잡고 싶은 마음일까.
이런 갑작스런 기후 변화에 올해 가을 단풍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무엇이든 자연스러운게 좋다고. 서서히 순환되는 시간 속에 나무들도 제 모습을 바꿀 시간을 주어야 하는데, 이런 급박함에 조바심 내어 적응하지 못할까 안쓰럽다. 비움도 다 차야 가능한 것인데, 제대로 차지 않은 마음을 그저 버릴 수는 없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