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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Oct 27. 2022

공존하는 생명체의 아름다움

-생태학자 최재천의 강연을 듣고

 '안다'는 것과 '가르친다'의 간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가 많이 알고, 잘 알고 있다 하여 그것이 잘 가르친다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하니 고학력을 보유한 사람이라고 하여 훌륭한 선생님은 아니며, 학력이 낮다하여 모자란 선생님이 되는 것도 아니다. 상담이나 생활지도 측면으로 가면 격간은 더 벌어지나, 전문 교과 관련 수업도 마찬가지이다. 알고 있는 것을 그저 쏟아내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 눈높이에 맞추어 꼭 필요한 내용을 재미나고도 알차게 전달하는 선생님들이 언제나 인기이다. 나의 평생 숙원이기도 하다. 때론 내가 연기자인가 싶을 만큼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수업하는 나를 느끼며, 나조차 놀랄 때도 있으나  애들만 잘 따라와 준다면...하며 가면을 쓸 때도 있다.

   늘 변하는 교육 제도뿐만 아니라 시국에 맞추어 매해 새로운 연수를 권장하고 있고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소속 교육청 주관의 연수 뿐만 아니라 각 대학이나 교육기관의 무료 연수도 다양한 내용으로 전문성 신장이라는 명목으로 권장되고 있으며, 수강이 어느새 나의 하루 일과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사로 누리는 특혜이자 의무라 여기고  있다.


   생태학자, 동물행동학자, 개미학자 국립생태원 초대원장 등 많은 호칭을 지닌 우리나라 대표 과학자이신 최재천 박사님의 강연을 듣고 있으면, 저 분은 알고 있는 지식을 어떻게 저렇게 잘 가르치시는지 그저 존경스럽다. 출퇴근의 차 안 무료한 시간을 강연으로 꽉 채우며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끄덕이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빠져든다. 물론 친절한 강연은 아니다. 우리에게  반드시 있어야 하나, 부족한 소양들을 쉽게 풀어서 성찰하도록 하는 강연에서 "여러분은 현명하십니까?"하고 되묻기도 하고, "저는 동의하지 못합니다."라는 단언적 말씀을 들으면 콕콕 찔려서 아프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다같이 생존해 나기기 위해 행동으로 실천해 나가야 하는 항목들임을 안다.


 그의 말하는 핵심 키워드들을 보자.

통섭/ 숙론/ 경협/ 호모 심비우스/ 생태백신

이런 단어들이 이제는 낯설지만은 않다.

참 와닿는 단어들이며 시대가 요구하는 실천항목들이지 싶다.


통섭 :  이제는 한 분야의 전문가로만 살기에는 인생 길이도 길며, 사회 여러 분야가 얽히고 맞물려 있다. 사람이 평생 5~6개의 직업을 가지게 되는 시대라 하니, 옛말처럼 한 우물만 파서는 곤란하다. 주캐/부캐 라는 개념이 유행하고 많은 부캐를 가진 이가 더 삶을 알차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과 상통할 것이다.  이는 와키스 아메드 저자의 <폴리매스>와도 맥이 같다. 최재천 박사님은 이를 위해 기획독서를 권하고 있으며,  독서는 빡세게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과 하는 주제통합적 독서와 같으리라.  한 주제를 다양한 분야의 글들과 통합적으로 읽게 하여 넓은 안목과 깊이 있는 사고를 함양시키는 교육목표와도 상통한다.


숙론 : 토론이 참 부족하고 제대로 현실화되지 못한 우리 민족이다. 과묵함이 미덕이고 양보나 참는 것이  좋은 인성이라 배우다가 뒤늦게 과도한 경쟁에 몰리어 상대를 이겨야하는 대상으로 여기다보니 제대로된 토론 문화는 아직 부족하다.  여기에 아예 용어 정리부터 해 주신다.

'토(討)' 한자부터 상대를 두드리며 치는 경쟁용어이니 이를 대신하여 '숙(熟)'을 권한다.

논쟁의 디베이트와 달리 상대 의견을 존중하여 듣고 자신의 생각을 성찰하여 서로에게 발전이 될 의견을 받아들이는 올바른 의견교환은 관계 형성의 아주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경협 : 각자 속한 단체의 발전과 성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상대를 누르고 우리만 잘되고 성공하여 완성되는 사회는 없다. 결국 다같이 협업하지 않는 사회는 무게 중심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게 된다.

교육에서도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힘을 합쳐야한다'라는 말처럼 우리 사회는 제대로 된 거버넌스를 요구하고 있다. 이가 바로 경협일 것이다.


호모 심비우스 : 박사님의 동굴 사례로 살펴본 인류의 이기적 유전자가 헌재 우리 사회를, 지구 환경을 얼마나 해치고 있는지 참 부끄러웠다.게다가 이젠 그 주체인 인류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되돌아 오고있다. 그러하니 인류의 '사피엔스(지혜)' 학명은 오류라는 것이다. 이렇게 어리석을 수 없다는 말이 가시였다. 그러나 인간은 또한 잘못을 알고 시정할 수 있는 종족이기에 이제라도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공존하기 위해 성찰하고 변모해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가 바로 공존적 인류라는 호모 심비우스이다.


생태백신 :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뀐지 어느새 3년이 되었다. 더구나 이 바이러스의 종식은 불가하다 하니, 단지 정상 생활을 해갈 정도의 안정기를 바랄 뿐이다.이를 위해 백신이 답이라 한다. 주사로 맞는 백신 외에 거리두기 손씻기와 같은 행동백신의 중요성 당연하다. 여기에 더하여 항후 이런 일이 번복되지 않게 하는 근원적 해결로 박사님은 '생태백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자 아름다움을 지닌 생명체가 본연의 모습으로 더불어 공존해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수많은 책과 강연으로 늘 바쁘게 살아가는 박사님께 존경을 보내며, 그의 건강을 기원해본다. 어제보다 조금더 나은 나로 성장해야 함을 그를 통해 배운다. 평생 학습의 중오성, 더구나 제대로 공부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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