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송송 양파 송송 감자도 깍뚝 썰어 된장찌개를 끓인다. 계란찜과 버섯볶음을 생각해 뒀으니, 자 뭘 꺼내야하지...요리엔 잼병이고 흥미도 없으나 그래도 맛있다고 먹어주는 식구들 칭찬에 또 반찬 준비를 한다. 요리도 전문가가 하는게 훨 맛있고 이것저것 영양소니 가성비 따져 봐도 한 끼 나가서 사먹고 오는 게 훨 낫다고 여기는 일인이나 집밥이 그립다는 식구들 말에 거의 의무처럼 밥을 준비한다.
식구라야 다들 생활 리듬이 다 달라서 다같이 둘러 앉아 밥 먹는게 고작 일주일에 한두 번이니, 이런 상차림도 사실은 몇차례 되진 않는다. 어린 자식들 하루 세끼 유기농 재료로 영양소 따져가머며 온 애를 썼던 때에 비하면 요즘은 그저 먹기일 수 있다. 그랬던 것에 비하여 늘지 않은 실럭을 봐도 정말 요리는 내 특기도 취미도 아닌 게 확실하다.
혼자 서 있는 부엌에서 나름 동선을 생각하고 이미지 메이킹하며 순서에 따라 움직이나 항상 한 끼 식사 준비에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이미 먹기 전에 나의 체력은 고갈된다. 냄새도 칼로리가 있는건지 이미 난 허기는 가시고 배가 부르다.
집밥이 건강엔 최고라는데 나는 자신이 없다. 물론 MSG나 조미료는 아예 없으니 사용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유기농과 제철 재료와 가족 영양소 따지는 반찬 준비는 내 능력 밖이다. 그저 할 수 있는 몇 가지 한식 국과 찌개, 밑반찬을 돌려가며 차릴 뿐, 요리에는 도전 정신이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남이 해주는 요리가 젤 맛밌다는 말에 백번 공감하는 요리잼병이랄까. 그런데도 희한하게 식구들은 내가 내주는 요리마다 감탄하고 때론 타인에게 자랑까지 한다. 진정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또 서툰 주방 점령에 들어가야 한다. 정성으로 따진다면 어느 누구에 뒤지랴마는 안되는 걸, 못 하는 걸 애쓰다 보니 힘이 부친다.
나의 긴 노고에 비해 식사 시간은 금방 끝나고 뒷정리에 설거지는 또 배 이상의 시간이 든다. 간단한 차와 과일을 준비해서 부른 배로 느긋이 티비 시청하는가족들에게 대령한다. 큰일을 끝낸 듯 하루의 끝을 느낀다. 오늘도 무사히 내 일을 마무리했다. 내 일이 맞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애초 가사분담이 명확하지 않았다보니 그저 할 수 있는 대로 담당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일이 되어 있었다. 커피 한 잔 들고 쇼파에 기대 앉으니 진정한 하루의 끝을 느낀다. 이건 흡사 퇴근시간 교무실을 나서며 하루 업무가 끝났음을 느끼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동료 여교사가 교무실을 나서며 "저는 집으로 출근합니다" 라는 말에 나역시 공감의 웃음을 지었나보다. 이런 일과들의 반복으로 나의 시간들은 계절과 함께 쌓여 간다.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은 다양하나, 그 깊은 본심 마음은 서로 아껴주고 귀히 여기는 마음일 것이다. 나 비록 가사에, 특히 요리에 잼병이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늘 더불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진심임을 전한다. 어설픈 변명 같지만, 그래도 나름 나를 상하게 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애교로 봐주길 바라며 오늘도 별거 없는 밥을 같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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