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 있다.
뭘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아니 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외부 세계는 별 다름없는 하루였으니
사실 원인은 나의 깊은 마음 탓이다.
쌓이고 쌓인 억울함이 폭발했는지
누르고 누른 그리움이 차고 나왔는지
비틀고 비틀린 내 열등감이 갈기갈기 찢어진 건지
이제는 괜찮다는 말로도 부족하고
잘 될거라는 희망도 헛되고
그간 내뱉었던 위로가 위선이 되고
입가에 머금은 미소가 거짓임을 느낀다.
이럴 땐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걸 안다.
진한 커피 향을 마시며
그저 내달리는 대로 사고하도록 내버려 둔다.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앞으로 달리는 줄 알았는데, 문득
바닥으로 내닫고 있음을.
씨줄 날줄 끊어진 천조각이 되어
서서히 가라앉고 있음을.
침전의 찌꺼기가 되어 바닥과 하나되어 있음을.
나는 몰랐다.
누군가의 애틋한 눈길에
연민 서린 온기로
내려다보는 시선 좇아 고개를 꺾어드니
과거 하이얀 내가 내려다보고 있음을 알았다.
아~이렇게 멀리왔구나 화들짝 놀랐다
저 멀리 내가 있구나.
이건 아니지. 이렇게 나와 헤어질 순 없지.
이제 그만 깨어나야겠다.
일욜 하루 사치는 여기까지.
다시 알람을 맞추고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한다.
그저그런 하루이나
내 생에 남은 첫날로 다시 오지 못할 날이니...
그만 다시 힘찬 발길질로 올라가자.
물의 저항이 날 가두지도 못할거야
나를 구원하는 나를 만나러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