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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일 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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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스 Sep 06. 2022

요요 현상 없는 하루 한 끼

우리 몸을 길들이다



체중과 관련해서 일일 일식의 최강점은 요요현상이 없다는 것이다. 몇 주 정도 포기하지 않고 식단을 유지함으로써 본궤도에 오르게 되면 즉, 몸이 이 식단을 변하지 않는 패턴으로 인식하게 되고 체중을 감량하기 시작하면 다시 과거의 체중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나흘 이상을 일일 일식으로 꾸려간다면 말이다. 여행이나 특수 상황으로 연달아 일일 일식을 하지 못했어도 언제든 식단으로 다시 복귀하기만 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기존의 감량된 몸무게와 신체 컨디션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물론 예를 들어 한 달 이상 식단을 유지 못하게 되면 제 컨디션을 찾는데에 그만큼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 하지만 시중에 난무하는 각종 다이어트 식단들처럼 음식의 종류와 열량의 수치에 영향을 받는 메커니즘이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체중 감량법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음식의 종류와 열량의 수치는 우리 몸을 길들이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타민과 미네랄을 포함해서 우리가 외부로부터 흡수하는 음식은 우리 몸 안에서 최장 48시간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 피부 표피 세포를 통해 흡수되는 화장품, 식도를 통해 받아들이는 물, 오메가 뜨리, 모두 48시간이 지나면 아니, 그 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대부분 우리 몸 밖으로 배출된다. 설사 저장되었다고 해도 최소 단위의 분자로 분해되어 더 이상 원래의 형태나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게 된다. 디톡스 주스, 한약, 홍삼, 도라지 즙들이 먹을 때뿐인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그래서 평생을 공급할 만큼 의미 있고 안전한 성분이 아니라면 잠깐잠깐의 효과를 노리는 일회성 처방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음식의 종류와 양에 의존하는 식단의 구성은 우리 몸에 장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며 23시간 동안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일일 일식의 식단은 우리 몸이 에너지를 어떻게 운용하고 어떻게 저장할 것인지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꾼다. 


몇 달 동안 라지 커피 한잔과 빵 한쪽 정도로 고된 노동을 버티는 경험을 하면서 나는 내 몸이 온몸의 근육과 축적된 지방을 절대로 잃지 않겠다고 절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그 기간 동안 체중 변화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물론 체중을 감량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현상은 우호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몸이 힘들고 조금 먹으면 빠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반대로, 몸이 편하고 많이 먹어도 찌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유도해낼 수도 있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구석기시대의 사람들에게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식량은 평생토록 보장되지 않았다. 현대인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정해진 때에 식사를 한 것이 아니라 먹을 것이 있을 때만 간헐적인 식사를 한 것이다. 열흘쯤 굶은 후 먹을 만한 열매가 달린 나무를 만나서 채식을 하거나 사냥 나간 부족의 남자들이 모처럼 잡아온 날짐승을 한 달만에 먹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의 일원으로서 각자 맡은 분량의 노동이나 더 안전하고 먹이가 풍부한 곳으로의 이동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농경을 위해 정착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먹이가 공급되는 사이사이의 간헐적인 기간 동안 그들 몸의 부피는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며 급격한 변화를 지속했을까? 난 아래의 경험을 통해서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새벽 여섯 시 반에 일어나서 씻고 화장하고 다이슨으로 컬링 하는 데까지만 삼십 분, 출퇴근 운전 소요시간 삼십 분, 출근하면 환자 한 명당 한 시간이 넘는 치과 진료를 어시스트하고 진료실과 전처리실의 정리 및 청소와 소독, 물품 리스탁킹, 차트 작성 및 다른 병원에 보내는 레터 작성 등의 업무를 여덟 시간 동안 하며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 삼십 분 밖에 없다. 이 정도의 활동량을 소화하고 라지 커피 한잔과 스콘 하나 정도로 주 4일을 보내며 - 주말에는 전과 같이 한 끼 또는 두 끼의 정상적인 식사를 했다 - 몇 달이 지났는데도 몸무게는 2킬로그램 정도 떨어졌다. 


체중 변화만 미약했을 뿐 아니라 에너지 레벨, 생활 의욕, 기타 생리현상 등에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는 새롭게 익혀야 되는 업무와 언어 장벽 때문에 힘들어서 하루 한 끼 자체에 관심을 두지 못했지만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내 몸의 부피는 전과 달리 어떤 꽤 견고한 세팅을 가지게 되었고 일일 일식을 유지하는 한 웬만해서는 드라마틱하게 불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다이어트 식단과 하루 한 끼가 다른 부분이다. 그동안 나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덴마크 다이어트도 계란과 자몽만을 먹으며 버티는 그 시간만큼은 만족할만한 체중감량을 선사했지만 다시 일반 식사로 돌아가는 순간 인체가 원래 가지고 있던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소화하고 분해하는 패턴대로, 다시 말하면 살이 찌는 패턴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체중이 줄어들었던 이유가 계란과 자몽이라는 음식 자체에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사라지면서 요요현상을 겪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장기적으로 한 몸의 부피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은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와 열량이라기보다 - 전혀 상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 얼마나 가끔씩(?) 섭취를 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일일 일식이라는 식단을 탐험 중이다. 지금까지 이 식단이 나에게 준 것은 다 좋았다. 하지만 내가 더 욕심을 부리며 궁금해하는 것은 과연 육십이 되고 칠십이 되어서 노화한 몸에도 최상의 식단일까 하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예스'라는 답을 안고 살아가지만 이런 나의 모든 실험과 깨달음의 기록은 브런치를 통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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