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묻고 내가 답하는.
질문. 하루 중 언제 한 끼를 먹나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점심을 먹습니다. 일일 일식을 처음 시작할 때 저는 전업주부였고 아침식사를 브런치처럼 먹었었어요. 아침형 인간도 아니었고요. 하루 중 소중한 한 끼를 너무 일찍 끝내버리면 긴긴 하루 어떻게 버티나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저녁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는 폭식이 될 수도 있는 하루 한 끼를 저녁에 먹고 취침 전에 괴로워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질문. 한 끼에 얼마나 먹나요?
이 부분은 지난 십 년 동안 조금 변화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한 끼는 양과 질에 제한 없이 '먹고 싶은' 모든 것을 '먹고 싶은 만큼' 먹는다고 저의 모토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상황이 조금 변했습니다. 작년부터 폐경의 조짐이 시작되었는데 그 때문인지 먹는 양은 변하지 않았는데 군살이 붙기 시작했거든요. 물론 이제 오십이 되었으니 먹는 양과 상관없이 운동해야 하나 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양은 인위적으로 조금씩 줄이게 되었습니다. 하루 한 끼에 오대 영양소를 다 섭취하고 필요 열량까지 채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보통 여성분들 식사량의 1.5 배 정도를 먹어 왔어요. 또 주변에서 제가 일일 일식을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같이 먹게 되면 하나씩 남는 닭다리나, 김밥, 고기반찬 들을 저에게 몰아주시는 일이 빈번합니다. "지금 먹고 나면 잘 때까지 안 먹는데. 다 저쪽으로 주세요. 우린 이따가 또 먹잖아." 이렇게 말씀들 하시면서요. 분위기상 제가 의도한 것보다 더 먹게도 됩니다. 원래 입이 짧은 소식이가 아니라 의도한 바가 있어서 '제대로 된' 식단으로 식사하는 걸로 보이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객기를 부리게 되는 것이지요. 또 배가 정말로 고파서 많이 먹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오전 열한 시 반 정도 되면 정말 허기가 지고 뭐든 먹지 않으면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느끼거든요.
맥도널드를 예로 들어 보면 쿼터파운더 하나만 먹습니다. 음료수는 얼음에 물을 담고 주스 한 숟가락을 추가합니다. 맹물보다는 먹을만해요. 소다를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거든요. 전에는 햄버거 패티가 두 개 들어간 빅맥에 치즈 추가하고 감자튀김 대짜에 애플파이 두 개 먹었어요. 물론 콜라와 함께요. 지금은 다른 사이드 없이 버거만 먹어요.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 것 같아요. 다만 서브웨이를 가면 각종 야채를 듬뿍 넣은 풋롱을 하나 다 먹습니다. 요새는 서브웨이가 집 주변에 많이 있기도 하고 먹고 난 다음 속도 편해서 야채 섭취용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가는 편입니다.
질문. 한 끼만 먹으면 나머지 시간 동안 배고프지 않나요?
처음 일일 일식을 시작하던 때에는 그랬던 것도 같아요. 이제는 이미 기억이 희미하지만요. 하지만 그때는 성인 여드름을 치료해야 한다는 사생결단(?)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잘 참았던 것 같아요. 일일 일식과 성인 여드름의 관련성은 저의 브런치에 있는 다른 글에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고 지난 십 년간 특별히 공복감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굳이 표현하자면 포만감보다는 공복감을 더 좋아하는 편에 속합니다. 몸속에 아무것도 없는 듯한 공복감을 즐길 때가 더러 있어요. 어려서부터 너무 단 음식, 특히 초콜릿 같은 스낵류를 잘 못 먹었어요.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거든요. 유탕류가 대부분인 과자를 한주먹 이상 먹으면 역시나 속이 불편했어요. 그래서 원래 세끼 밥 외에는 간식을 안 하는 편입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식사와 식사 사이에 원래 뭘 먹지 않는 편이다 보니 끼니 간의 간격이 길어지는 것, 즉 입 속에 뭘 넣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고 그러다 보니 한 끼 식사가 남들보다는 쉬웠던 것 같습니다.
질문. 한 끼 외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안 먹나요? 커피도 물도요?
커피와 물은 당연히 마십니다. 한 끼에서 다음 한 끼까지 공복으로 지내려는 이유가 소화와 흡수에 대한 노동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는 것이므로 요구르트나 과일, 강냉이 한주먹 정도는 어쩌다 먹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끼니 간 음식 섭취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주로 커피와 물, 차, 맑은 드링크류를 먹습니다. 그런데 반년 전부터 커피를 끊었습니다. 커피를 끊은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오전 중에는 차, 이것도 치아 변색 문제 때문에 별로 마시지 않고, 또는 그냥 뜨거운 물을 마십니다. 점심식사 후에는 점심식사 때 먹었던 드링크를, 주로 물이 8할 주스가 1할, 소다가 1할로 배합된, 오후 내내 마시는 편이고요. 해가 지면 뜨거운 물이나 맹물을 마시고 남편과 차를 마시러 나가면 녹차 슬러시나 차가운 패션 푸루트 티, 밀크티 등등을 마십니다. 요새는 한국 마트에서 파는 밀크티 드링크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 마시기도 합니다. 설탕과 열량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소화에 부담이 되는지가 초점입니다.
질문. 사람들과의 식사 약속이나 어른들과의 가족 모임 등은 어떻게 하나요?
일일 일식과 상관없이 무조건 잘 먹습니다. 하루에 두 끼가 될 때도 있고 세 끼가 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사회적 행사들은 웬만해서는 사흘 이상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사흘 후에 다시 원래의 식단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지난 십 년 동안 한 달에 두 번 정도 꼴로 주로 주말에는 두 끼 이상을 먹어 왔고 월요일에 원래 식단으로 돌아가면 정상적인 컨디션이 되었습니다. 일일 일식의 강점이 속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한번 익숙해지면 하루 두 끼 이상의 식사, 특히 저녁을 포함한 식사를 달가워하지 않게 됩니다. 속이 불편해지니까요. 적당히 상황을 봐서 제 앞에 놓인 음식을 옆자리의 남편에게 몰래몰래 나눠 줄 때도 있고 최대한 들키지 않고 쌀밥을 피해서 야채류나 국, 단백질이나 지방원이 되는 식품 위주로 소량을 먹습니다.
제가 다른 글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지만 일일 일식으로 안정화된 고정 몸무게는 이런 정도의 일탈(?)로는 영향을 받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 일일 일식 식단이 가장 위협을 받는 경우는 한국에 여행을 갔을 때입니다. 비교적 선택의 폭이 자유로운 친가에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이 허락된다면 그나마 일일 일식을 지켜갈 수 있겠지만 일, 이년에 한 번씩 가게 되는 한국행의 상황은 대부분 그렇지 않거든요. 집안 친지분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 외에도 워낙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이고 먹을 것 자체가 여행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일일 일식을 지켜가기가 아주 힘듭니다. 당장 먹고 싶지 않아도 지금 먹지 않으면 또 언제 먹을 수 있을까 싶은 음식들이 매일매일 쏟아지거든요.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아무리 일탈의 기간이 길어도 다시 돌아오면 됩니다.
질문. 일일 일식을 시작한 이후로 체중감량을 얼마나 했나요?
숫자로만 표현하자면 오 킬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제가 한 끼 먹는 양에 따라 가감이 생길 것입니다. 저는 지난 십 년 동안 비슷한 양의 식사를 하루 한 끼로 섭취하였기에 저만큼의 감량을 하였지만 아마 한 끼 식사 양을 줄인다면 체중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그 차이는 기껏해야 이 킬로그램 정도밖에 안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생활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섭취해야 하는 열량이 있으니까요. 일일 일식을 시작하기 전의 저는 58kg 정도의 몸무게를 가지고 있었고 신장이 있어서 의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비만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마른 편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의 체중 감량은 저에게는 계절 간의 차이와 일시적 다이어트로 쉽게 오갈 수 있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일일 일식으로 얻은 것은 항상 변함이 없는 체중이었습니다. 아무리 기름지고 열량이 많은 음식을 매일 먹어도 한 번 세팅된 몸무게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먹으면서 바로 붓는 저로서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해방감을 얻었습니다.
질문. 한 끼 식사로 무엇을 어떻게 먹나요?
주변 분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거의 한식을 먹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식이라는 것은 밥을 메인 음식으로 하여 단맛, 짠맛, 매운맛을 각각 또는 조합으로 내는 두서너 가지의 반찬으로 이루어진 식단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저는 곡물 밥이든 흰쌀밥이든 밥을 먹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 때문에 밥의 심심함에 반찬의 강렬한 맛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식사는 지양하는 편입니다. 대신 한식의 반찬들이 먹고 싶으면 파스타의 면을 삶거나 계란을 삶아서 함께 먹습니다. 즉, 어묵볶음과 오이지무침이 먹고 싶다면 오목한 파스타 접시에 삶은 달걀 네 개, 어묵볶음, 오이지무침을 고루고루 담아서 먹는 것입니다. 밥 대신 계란, 밥 대신 파스타 면을 삶는 것이지요. 밥을 멀리하게 된 것은 성인 여드름과 관련이 있습니다.
곡류의 찰진 성질이 강할수록 몸속에서 풀어지지 않는 덩어리들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소화를 방해해서 제대로 소화, 흡수되지 않은 큰 분자들이 몸속을 돌아다니며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을 어느 정도 신빈성 있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불충분한 소화는 성인 여드름의 큰 원인 중 하나이기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탄수화물 중에서도 대부분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제거된 정제 흰쌀밥의 당류는 혈당치를 갑자기 치솟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한식단의 특성상 정제 전분을 다른 영양소에 비해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 밖에도 여러 원인들로 인해 저는 탄수화물 공급원에서 '밥'을 제외시키고 그 자리에 감자나 고구마 등의 뿌리 야채나 삶은 달걀, 상대적으로 비타민과 미네랄을 함께 공급하는 비정제 파스타 면 등을 두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는 한식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매운 것은 즐기지 않고 단짠의 무한고리를 좋아하지도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어려서 할머니가 해주신 경상도 음식들을 먹고 자란 제가 각종 나물이며, 쑥버무리며, 콩잎 장아찌의 맛을 잊은 것도 아닙니다. 미국에 산다는 것은 젊어서 한식에 대한 갈증을 모르고 산 저 같은 사람조차도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달짝지근한 간장 양념이 흘러내리는 꼬막들이나 임연수어 튀김, 짠내 가득한 바닷바람에 섞여서 먹는 해삼과 초고추장의 맛들을 강제적으로 그리워하게 합니다. 하지만 일상 가정 식단에서 우리의 반찬들은 조리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길어서 음식 재료 원래의 날것 형태를 그대로 먹는 것을 선호하는 팔레오식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꼭 팔레오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식은 정성을 과하게 들여 오로지 맛을 위해 리폼된 메뉴들이 너무 많습니다. 시금치를 먹으려면 흐르는 물에 대충 씻어서 찜기에 살짝 쪄서 소금, 후추 약간만 추가해서 파스타 면 위에 얹거나 센 불에 올리브유 두르고 후다닥 일분만 볶아서 삶은 계란 위에 부어놓고 먹을 수 있는데 시금치나물을 하려면 끓는 물에 넣어 푹 익혀서 한소끔 식혀서 마늘, 간장, 깨소금, 후추, 약간의 설탕 등으로 간을 합니다. 전자의 조리법에 비해 부피가 십 분의 일로 줄어들고 시금치를 끓인 냄비에 남은 물을 버릴 때면 뭔가 중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빠진 것이 아닌가 싶어 항상 찝찝하지요. 고기 요리도 마찬가지이고요. 물론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나물이나 육질, 오래 끓여야만 나올 수 있는 소스와 육수들이 주는 즐거움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매일의 식단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과 무기질을 얼마만큼 최대한 섭취할 수 있는가이기에 맛이나 멋들은 최소한의 목적을 가지고 뒤로 물러서게 됩니다.
질문. 다른 영양제나 보조식품을 먹나요?
물론입니다. 원래 일일 일식을 시작했던 목적이 비타민 과다복용을 실험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처럼 많은 양의 비타민을 먹지는 않지만 지금도 남들보다는 많은 양의 비타민과 미네랄을 먹습니다. 또한 요구르트와 같이 유효한 박테리아들이 들어 있는 케피어를 하루에 반 컵 정도 먹고 식물성 원료에서 추출한 오메가 뜨리를 함께 복용합니다.
질문. 일일 일식을 계속하실 계획입니까?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렇습니다. 십 년째 해 왔고 앞으로도 별 이변이 없는 한 계속할 예정입니다. 첫째는 속이 편하고 건강에 좋다고 여기기 때문이고 둘째는 체중관리가 효과적으로 되기 때문이며 셋째는 배변활동을 만족스럽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수적으로 얻는 것들로는 적어도 나 자신을 위해 음식을 구입하거나 준비하는 일이 간소화됨에 따라 운용할 시간들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