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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일 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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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스 Aug 17. 2022

나는야, 우리 동네 박소현?

응, 그 소식한다는 박소현!

정말 그럴까? 나는 정말로 우리 동네 박소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스 앤드 노우다. 

십 년째 일일 일식 중이므로 비교적 남들보다 적게 먹는다는 관점에서 예스, 대중에게 알려진 박소현 씨처럼 조금 먹는 것은 아니니까 노우인 것이다. 


우연히 실험처럼 시작했다가 고정 식습관으로 자리 잡았지만 누가 뚜렷하게 가르쳐 주었거나 매뉴얼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아직도 일일 일식의 여러 가지 면을 탐험 중인 나에게 '적게 먹는다'는 점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적게 먹는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조금 누그러뜨려지기를 기대함과 동시에 더 많은 사람이 소식에 동참하게 되면 일일 일식에 대해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덤으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다.


마흔 언저리에 성인 여드름을 심하게 앓았던 나는 몇 번의 피부과 방문을 통해 의사들조차도 성인 여드름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치료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답답함을 안게 되었다.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성인 여드름에 관련된 여러 정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달 정도 온갖 인터넷 문서와 수북하게 쌓인 책을 독파하면서 얻은 결론을 바탕으로 하나둘씩 실험을 했는데 비타민 과다복용과 오메가 뜨리 복용은 그중 하나였다. 그 당시 내 원칙 중 하나는 비타민이든 오메가 뜨리이든 일, 이주 안에 눈에 띄는 변화나 효과가 있어야만 복용을 지속한다는 것이었는데, 몸의 변화를 예민하게 측정하려면 예전과 같은 양의 식사를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초기 한 두주만이라도 섭취하는 음식 양을 급격하게 줄이면 비타민 만의 효과를 더욱 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일종의 '실험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 한 끼의 식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성인 여드름 치료와 관계없이 꽤 쓸만한 '사이드 이펙트(?)'를 안겨주었고 별 이변이 없는 한 죽을 때까지 계속 가져갈 식단으로 나의 인생에 자리 잡았다.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난 남들보다 훨씬 조금 먹는데 왜 젓가락처럼 마르지 않지?" 라던가 "세끼 먹으나 한 끼 먹으나 몸매는 별 차이 없는 것 같은데 그냥 세상 맛있는 거 다 누리다가 죽을까?" 같은 근본적인 고민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마음을 다독이며 내일 먹을 한 끼를 고민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나는 음식물을 받아들여 소화하고 흡수하며 배설하기까지 수고하는 우리 몸의 장기들에는 일정 수명이 있고 그것이 곧 우리의 수명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마치 여성분들이 노화 억제의 한 방법으로 피부에 무리를 주지 않거나 햇빛이나 거친 환경에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이 장기들 역시 원래의 사이클대로 무리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쉼과 영양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소화 능력이나 흡수, 배설 능력이 다 다를 수는 있지만 될 수 있으면 과다한 노동을 줄이고 노동 후에 충분히 쉴 시간을 주어야 그들의 건강을 보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즉 음식 섭취의 양과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하는 하루 한 끼의 진정한 목적이다. 


처음 일일 일식을 시작했을 때 눈에 띄게 좋았던 것은 배변활동의 변화였다. 평소 만성변비에 시달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섭취하는 음식물이나 환경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애를 먹일 때가 많았고 한 번도 나 자신을 쾌변을 누리는 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일일 일식을 시작한 이후로 하루에 한 번은 물론이고 때로는 두 번 이상 화장실을 갈 정도로 배변이 쉬워졌을 뿐만 아니라 잔여감이 전혀 없는 쾌변을 속성으로 볼 수 있는 기쁨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놀라운 사실은 변의 양은 섭취한 음식물과 견줄 만큼 많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세끼를 먹을 때보다 한 끼를 먹을 때 더 많은 변을 보게 되면서 적절한 배변의 양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모든 과정이 순조롭다면 양이 많은 쪽이 건강에는 더 긍정적이라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지금도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서 제일 자주 하는 생각은 "먹은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화장실을 자주 와야 하는가"이다. 하루 중 정상적인 화장실 방문조차 투덜거리는 나의 극에 달한 귀차니즘을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럽지만 그것이 정말로 사실이다. 그렇다면 세끼를 먹었던 그때, 만나보지 못한 '배설물 후보' 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것이 두 번째로 많이 하는 생각이다.


일일 일식을 얘기하면서 체중변화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일일 일식을 하기 전의 나는 하루에 두 끼를 섭취했다. 점심과 저녁. 그 십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단순히 숫자만으로 표현한다면 오 킬로그램 정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얼마 안 되는 숫자이기는 하지만 체중면에서 볼 때 가장 큰 변화는 숫자보다는 항상성이다. 나는 소위 '고무줄 살'의 원조격 체질을 가지고 있다. 연 중 겨울에 찌고 여름에 빠지는 몸무게의 오차가 오 킬로그램을 넘기 때문이다. 많이 먹고 늘어지면 푹 쪘다가, 많이 돌아다니고 적게 먹으면 쑤욱 빠진다. 어떻게 보면 다이어트하기에 아주 적합한 체질이 아닐까 싶지만 실상은 떡볶이나 팥빙수처럼 체중이 급하게 불어나는 음식 앞에서는 내일 입어야 하는 옷이나 심하게는 당장 저녁에 있을 행사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할 만큼 음식 앞에서 심한 부담감을 느끼며 살아야 했다. 그런데 일일 일식을 하자 어떤 상황이나 음식의 종류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항상성 체질로 바뀐 것이다. 즉, 유지하고 있는 일정 몸무게가 음식의 종류나 신체 활동의 많고 적음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나에게 음식에 대한 무한한 자유를 허락했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면 평소에 먹고 싶었던 아이스크림만 먹어도 되고 떡볶이만 무한대로 먹어도 되었던 것이다. 물론 나이를 한 살, 두 살 더 먹을수록 균형 잡힌 영양에 신경을 써야 하기에 그런 식의 식단으로 자주 구성하기는 무리지만 물리적으로 가능해졌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다. 적어도 급변하는 몸의 부피 때문에 특정 음식을 피해야 하는 일은 없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일 일식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속이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참으로 미묘한 부분이라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이 말의 뜻을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나는 하루 한 끼를 점심식사로 섭취했는데 이렇게 점심을 오후 한, 두시 전에 먹고 나면 잠잘 때까지 커피나 음료수 약간 외에는 거의 음식 섭취가 없다 보니 해가 지고 나서부터는 공복 상태가 계속된다. 예전에 점심과 저녁, 두 끼를 먹었을 때는 저녁에 먹은 음식물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소화가 다 되었어도 뭔가 몸이 가벼운 느낌까지는 몰랐는데 일일 일식을 시작하면서 그 느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온몸이 할 일을 제대로 마쳤고 잘 작동하고 있다는 듯한 종합적인 시그널이다. 대장 쪽의 느낌을 표현하자면 이대로 숙면을 취하고 내일 일어나면 오전 중에 곧 화장실을 잘 가겠구나 하는 느낌이고 위와 심장 쪽을 살핀다면 달리기 같은 조금 과한(?) 신체 활동도 충분히 할만한 준비가 되었고 위산이 나올 것 같지 않아서 내일 점심에 삼겹살처럼 소화에 부담되는 음식을 먹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속이 편하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일상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기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아랫배가 홀쭉해서 편안하고, 위가 있는 윗배가 더부룩함 없이 양호하면 저절로 콧노래가 나올 수도 있다. 몸이 가볍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비까지는 아니더라도 변의를 느끼기 한 서너 시간 전 단계쯤의 묵직한 느낌이나 오전에 먹은 햄 샌드위치가 아직도 위장 안에 있어서 치즈 냄새가 자꾸 올라오는 듯한 그 느낌들은 저절로 미간을 찡그리게 만들곤 한다. 그리고 그 느낌을 지우기 위해 연거푸 마신 각종 커피와 카페인 음료수들의 결과는 다른 종류의 더부룩함과 카페인 중독증상까지 불러올 수 있다. 꼰대처럼 나이 얘기를 자꾸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류의 영향력은 십 년 전 보다 지금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사실을 꼭 명시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렇게 각종 영향력으로부터 약해지는 일일까, 적어도 물리적으로는 말이다. 


나의 일일 일식은 팔레오 다이어트에 많은 부분을 기인하고 있다. 성인 여드름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호르몬의 불균형이고 그 불균형을 바로 잡아 줄 가장 중요한 지방이 오메가 뜨리이기 때문에 그 옛날 구석기시대에 수렵과 채집을 통해 섭취했던 오메가 뜨리가 인류의 식단에 중요한 키 역할을 했던 것과 맞물려 적용하려는 것이다. 철저하게 구석기시대 사람들처럼 먹으려는 것이라기보다 여기저기서 얻은 정보들을 종합했을 때 중심 흐름이 일치하기 때문에 큰 줄기들을 받아들여 식단에 반영하고 있다. 인류가 기원전 1만 년 경부터 정착하며 농경생활을 시작하기 전의 생활을 항상 상상하며 몸무게의 증감이나 식단의 구성, 낮과 밤의 사이클, 공복의 기간들을 미루어 짐작하거나 얻고 싶은 답들을 찍기도(?) 한다. 너무 과도할 수도 있는 육류의 섭취라든가 가공식품이나 유제품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 식단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상황이나 다른 합리적인 가설들을 병합해서 그때그때 취사선택한다. 예를 들어 해가 진 시간 동안은 온몸의 장기가 쉬어야 한다는 음양의 사이클을 믿음과 동시에 구석기인들의 생활환경과도 일치하기 때문에 이 시간 동안은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또 유제품을 피하는 팔레오 식단과 달리 오메가 뜨리를 흡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케피어를 고집한다. 당연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포기하는 부분도 있고 간헐적으로 영양의 균형과 상관없이 철저히 기호와 기분을 위하여 먹을 때도 있다. 하지만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의 섭취가 훨씬 많고 다양한 지방을 먹으려고 하며 야채나 과일 등 채집이 '가능한' 덩어리 음식을 거의 조리하지 않고 먹으려는 노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더 상세한 일일 일식의 면면은 질의, 문답 형식으로 다른 글에서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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