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일식의 또 다른 파트너!
소개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저의 일일 일식 글을 주욱 읽어오신 독자라면 벌써 눈치채셨을 것이라 사료된다. 하루 한 끼 식단을 유지했던 지난 십 년 동안 오메가 뜨리, 케피어와 함께 동거 동락한 친구가 한 명 더 있었으니 그는 바로 비타민이다.
처음 성인 여드름을 치료하고자 시작했던 실험의 주인공은 오메가 뜨리였고 오메가 뜨리의 흡수를 돕고자 함께 병행했던 도우미들이 케피어와 비타민이었다. 케피어와 비타민은 독립적으로도 건강보조식품으로서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은 존재들이지만 이 실험에서는 오메가 뜨리가 몸속에 더욱 잘 전달되고 효능을 보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우선적으로 부여받았었다. 비타민 한 두 가지 정도(멀티비타민을 포함해서)는 집집마다 드시고 계시겠지만 이 복용법에 남다른 점이 있었다면 현격하게 다른 양이었다. 정말 눈이 튀어나올 만큼.
맨 처음 삼주 동안 매일매일 섭취했던 비타민과 무기질의 양은 다음과 같았다.
베타카로틴(Beta carotene or a mixed carotene): Between 50,000I.U. and 75,000I.U
비타민 E(Vitamin E): Between 800 and 1200I.U.
징크(Zinc): Between 50- 100 mg
비타민 B(B vitamins): Up to 2 tablespoons of bee pollen
셀레늄(Selenium): 50 and 200 micrograms
비타민 C(Vitamin C): 1500 milligrams to 5000 milligrams
마그네슘(Magnesium): 900 mg
이렇게 명단을 적고 보면 잘 감이 오지 않지만 각각을 양에 맞게 비타민 알갱이들을 다 모아놓고 보면 삼십 개 가량의 분량이다. 비타민에 표기된 IU는 international unit의 약자로서 인체에 특정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단위 화한 것이다. 내가 먹기로 작정했던 각각의 비타민 양은 대부분 미국이나 한국의 기관이 정한 일일 권장량의 적어도 3000%를 웃도는 양이었기 때문에 실험에 앞서 망설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고민을 오래 하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일단 시작하고 보았는데, 앞서도 밝힌 바 있지만 이렇게 복용한 지 한 달이 채 안되어서 성인 여드름과 천식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물론 그것이 오메가 뜨리 덕분인지 케피어 덕분인지 비타민 덕분인지 무 자르듯이 확실하게 판가름하기는 힘들지만 오메가 뜨리와 비타민의 합작품인 것만은 확실했다.
미국은 일찍부터 비타민을 비롯한 건강보조제 산업이 발달한 나라여서 쉽게 다양한 종류의 비타민을 구입할 수 있었고 내가 복용한 양만큼은 아니어도 비타민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십 년 전만 해도 한국은 비타민을 따로, 그리고 많은 양을 복용하는 일이 생소한 나라였다. 그 때문에 한국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나의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가끔씩 기회가 되어 비타민 얘기를 할 때마다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무턱대고 나를 따라 했다가 낭패를 보실까 두려웠고 '비타민을 너무 많이 먹는 여자'로 손가락질당할까 겁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 분위기가 참 많이 바뀌어서 각 비타민의 효능에 대한 관심도도 높고 기준치 이상의 복용도 어느 정도까지는 개인의 선택으로 편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처음처럼 많은 양을 복용하는 것은 첫 삼주 정도였고 그 뒤로는 각각의 효능에 집중하면서 점차 양을 줄여나갔고 지금은 집적도가 높은 비타민을 구입해서 대여섯 정의 비타민을 복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비타민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효과를 알게 되었다.
천식과 성인 여드름이 없어졌다고 앞서서 기술했는데 사실 천식이 없어진 일은 계획에 없던 일종의 '사이드 이펙트'로 받은 선물이었다. 이 실험을 시작하기 한 오 년 전부터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이 되면 콧물을 동반한 재채기 증상의 알레르기로 고생했었다. 처음에는 경미하게 시작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정도가 심해져서 카페인 음료를 마실 수도 없었고 아침에 눈도 뜨기 전에 머리맡에 놓아둔 알레르기 약을 일단 삼키고서야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경까지 되었다. 의식이 깨고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코안의 점막이 재채기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봄에만 오던 알레르기가 여름 지나고 가을, 겨울까지 이어지더니 어느 날부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재채기가 멈춰지지 않고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지속되었다. 병원에서는 천식이라며 흡입기 사용을 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실험을 시작하면서 비타민을 왕창 먹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천식은 물론 그 시발점이었던 알레르기까지 인생에서 사라진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알레르기는 결국 몸의 전반적인 면역에 관련된 문제여서 오메가 뜨리와 비타민으로 높여준 면역력이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믿는다.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사실은 지난 십 년 동안 감기에 걸린 적이 없다는 점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어렸을 때부터 건강체질이라 2~3년에 한 번 꼴로 감기를 앓았는데 아이들 키우면서 감기 몸살이 조금씩 찾아오더니 성인 여드름과 천식으로 고생하던 시절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심하게 아파서 일주일 정도는 침대에서 나오지도 못하며 앓곤 했었다. 그 감기와 몸살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아, 약을 파는구나(?)'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정도의 긍정적인 보상 없이 한주먹으로 쥐어지지도 않는 비타민을 십 년 동안 매일매일 먹는 것이 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싶다.
심지어 지난 십 년 동안 두서너번 정도에 걸쳐 감기에 걸릴 것 같은 즉,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다. 살짝 머리가 핑 도는 듯한 느낌, 이어서 피부 표면의 온도가 약간 다르게 느껴지는 뭐라 표현하기 힘든 그런 순간. 증명해 보일 수는 없지만 그럴 때마다 사람이 많은 코스코 같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것, 돌이켜보니 일주일 정도 비타민 섭취를 게을리하고 있었다는 것, 재빨리 집에 와서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비타민을 복용하고 수분 섭취와 함께 쉬어주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가곤 하는 경험들을 통해서 나는 누구한테 얘기하기는 힘들었지만 마음속에서 나의 관찰과 짐작을 믿어 가게 되었다. 내가 평소에 쌓아온 면역이 바이러스와 싸워서 이기던 순간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와 같은 비타민과 오메가 트리가 버티고 있었기에 어쩌면 걱정 없이 유지할 수 있었던 지난 십 년 간의 하루 한 끼 식단이 아니었나 싶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에 비타민과 무기질까지 모두 섭취하기에는 한 끼 식사에 대한 부담이 너무 심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비타민과 무기질, 지방을 식사와 별도로 섭취했으니 메인만 신경 써주면 되었던 것. 어쩌면 몸통이 오메가 뜨리와 비타민이었고 일일 일식은 돼도 그만 안돼도 그만이었으니 오히려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년부터 시작된 갱년기 증상들 덕분에 나의 비타민 섭취 구성도 조금씩 변화를 주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전에 없이 빠지는 머리카락의 숫자도 늘고 예전만큼 소화 능력이 왕성하지도 않게 되었다. 십 년이 지났고 나도 이제 오십이니 변화는 너무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똑같은 비타민을 십 년이나 먹었고 섭취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나의 몸만 달라지는 것이 조금 당황스럽고 슬프지만 이 역시 또 넘어야 할 산일 것이다. 형식은 똑같이 일일 일식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십 년 전과 지금이 또 다른 것처럼 비타민의 구성 역시 재점검을 하며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