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일 일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스 Oct 08. 2022

하루 한 끼, 감바스니까 용서하자

어제의 여파로 살짝 무너진 하루, 괜찮아 하루 한끼니까.

일하지 않는 날 아침은 언제나 늦잠으로 시작된다. 

12시에 취침해도 10시, 새벽 2시에 취침해도 10시.

잠이 너무 많은 인간이다. 난.

이렇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그때까지 일하고 있던 재택 하는 남편과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부부 데이트 코너에서 진지하게 되짚어봐야겠다. 


최근에 서브웨이에 꽂혀 있는 우리 부부(말이 최근이지 반년이 넘었다. 어떤 주말에는 두 번을 가기도 했는데 곧 그러지 않기로 합의를 보았다. 우리는 둘 다, 특히 내가, 한 가지 일이나 음식, 음악 등에 질리지 않는 편집증적 저급 취향을 가지고 있고 남편도 나에게 그 왕좌를 선뜻 양보하는 것으로 보아 두 손 두 발 다 든 것 같다. 어쨌든 우리는 둘 다 아직도 서브웨이가 너무 맛이 있다). 서브웨이 중에서도, 두루두루 다 다녀본 결과(십오 분 거리에 다섯 개가 넘는다) 쿠바 출신 아저씨가 (순전히 우리 추측이다) 우렁찬 소리로 맞아주고 덩치와 달리 귀신같은 손놀림으로 종류 많고 할 거 많은 서브 샌드위치를 만들어내는 바로 그곳. 메뉴도 항상 똑같다. 원풋 데리야끼 스테이크. 





어제저녁 걸스 나잇 아웃의 여파로 식욕이 하나도 없었지만 기다리고 있는 남편을 실망시키기도 그랬고 어쨌든 나도 점심에 뭘 먹어야 하루 한 끼 식단을 잘 운영할 수 있으니까 순응하며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다. 그러나 결국 반만 먹고 반은 남편에게로. 평소에는 둘 다 먹는데...


사진에는 안이 잘 안 보이는데 부담스러울 만큼 얇게 썬 스테이크 고기가 속에 꽉 차 있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정도는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먹고 이때가 또한 일주일에 한 번 생야채를 먹는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생야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익힌 야채를 훨씬 좋아하며 영양적으로도 그렇다고 믿고 있다. 이 부분은 야채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다. 전분이 많은 야채들은 익히는 것이 좋고 상대적으로 적은 채소들은 날것이 좋다는 식으로. 물론 둘 다 각종 미네랄이나 식이섬유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해로울 것은 없지만 무조건적인 '헬시 푸드'로 추앙받아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는 것 같다. 개인차가 있는 위장의 상태에 따라 생야채가 부담스러운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케일 역시 생채소를 주스로 만들어 먹기는 하지만 파스타나 된장찌개에 넣어 익혀서 먹기도 한다. 


하루 한 끼를 하다가 어느 날 저녁을 먹으면 당장은 괜찮은데 다음날 리듬이 무너진다. 식욕이 하나도 없어서 점심에는 결국 뭘 안 먹게 되고 저녁이 다 돼서야 뭘 좀 먹을까 싶어지는 것이다. 샌드위치 반개를 먹었으니 오후 다섯 시가 되니까 평소와 다른 배고픔이 몰려온다. 그냥 넘기기에는 조금 어지러운 듯도 하고, 이번 주에 양을 늘린 비타민 E와 오메가 뜨리가 부담이 되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 간단하게 뭘 먹어보자. 




 

그렇게 뚝딱 만들어낸 감바스. 

나의 감바스에는 마늘과 토마토가 듬뿍 들어가는 것이 특징. 그런데 오늘은 만들어 먹은 지 하도 오래돼서 마른 고추를 너무 많이 넣었고 아주 매운 감바스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너무 맛있었다는. 




원래 치아바타랑 잘 어울리는데 방금 웨그만에서 사 온 건포도 빵도 포실 달콤하니 잘 어울렸고 블랙베리는 보기 드물게 달고 산미가 풍성했다. 평소보다 올리브유에 비해 버터를 많이 넣었더니 더 짭짤하고 맛이 좋았다. 내일은 일하러 가는 날이니까 다시 한 끼 식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타민을 많이 먹으면 생기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