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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연희 Sep 16. 2022

케피어와 함께, 일일 일식 십 년

오메가 뜨리의 흡수를 돕는다!



성인 여드름으로 고생하던 어느 날 나는 방대한 양의 웹 문서를 발견했다. 

벤조일퍼옥사이드로 여드름을 퇴치해 볼 요량으로 

관련 피드백을 찾아서 서치 엔진을 이 잡듯이 뒤지던 때였다. 

어떤 한 개인이 오랜 연구와 실험을 통해 터득한 일종의 '성인 여드름 퇴치법'을 블로그에 게재한 것이었다. 그 중심에는 오메가 트리가 있었고 오메가 뜨리의 흡수를 돕기 위해

케피어와 함께 복용할 것을 제시하고 있었다. 


오메가 뜨리의 중요성은 그 문서가 아니더라도 익히 인지하고 있던 터였고, 

어떤 물질도 흡수가 잘 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그의 주장 또한 합리적으로 다가왔다. 

당장 인터넷에서 케피어 종균을 서치 하기 시작했고 얼마 되지 않아 바다 건너 호주에서 

반투명의 케피어 그레인이 도착했다. 





케피어


[ Kefir]


                용어 분류                

음료 일반


카프카스(Kavkaz)의 산악지대에서 음용되는 발포성 발효유로 어원은 터키어의 케프(Kef : 편안하다는 뜻)로서, 락토오스(Lactose : 젖당)를 발효시키는 효모와 젖산균이 함유된 케피어(Kefir) 씨에 유즙을 가하면 알코올 · 이산화탄소 · 락트산을 발생하고 특유한 향미를 낸다. 염소젖 · 양젖 · 우유 등으로 만드는데, 유사한 것으로 동유럽의 “우르다(Urda)”, 칠레의 “스쿠타(Skuta)” 등이 있으며, 말 젖으로 만든 “쿠미스(kumys)”는 알코올 성분이 강하다. 만드는 법은 온수에 녹인 케피어(Kefir) 씨에 일단 가열해서 식힌 우유를 넣고, 20℃에서 1주일 방치해서 술 밑을 만들고, 거기에 다시 약 5배의 가열 냉각유를 첨가해서 잘 섞으면 2~3일 후에는 마실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케피어 [Kefir] (와인&커피 용어해설, 2009., 허용덕, 허경택)





케피어는 일종의 유산균 효모종으로 배양한 발효음료이다. 일반 요구르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 요구르트 대부분이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acidophilus (L. acidophilus)), 

한 종의 박테리아로만 발효되는 데 반해 케피어는 수많은 '좋은 박테리아'가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울트라 슈퍼 요구르트라고나 할까?




흡사 콜리플라워처럼 생겼지만 만지면 동물 내장 같은 감촉의 케피어 그레인



하지만 내가 찾은 그 문서에서 밝힌 케피어의 필요성은 프로바이오틱으로 서라기보다 

분자구조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오메가 뜨리와 결합시킴으로써 물질의 상태를

지용성이 아닌 수용성으로 전환을 시켜 

오메가 뜨리의 체내 흡수율을 급진적으로 높이는 데에 있었다. 


당연히 여기서 흡수하는 오메가 뜨리는 캡슐에 저장된 것이 아닌 액체상태의 오일을 의미한다.

동물성 오메가 뜨리인 피시 오일이든 플랙시드 같은 식물성 오메가 뜨리이든 

오일상태의 오메가 뜨리를 적정한 양의 케피어와 한 컵에 넣고

잘 섞어 주면 처음에는 케피어 위에 둥둥 떴던 기름이

어느새 미세한 입자로 변신하며 케피어와 한 몸으로 섞이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시중에는 이렇게 발효시켜 제품화한 완제품의 케피어가 많이 있다. 

내가 처음 케피어를 만들어 먹기 시작하던 10년 전까지만 해도

홀푸드 같은 고메 식품과 건강식품 전문점에만 소수의 제품이 있을 뿐이었는데

이제는 미국 어느 그로서리를 가도 케피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한국도 분명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구입해서 잘 먹고 있는 트레이더조의 염소젖 케피어와 오메가 뜨리를 섞어 먹는 컵.



이 문서의 원저자는 사실 케피어 그레인으로 케피어를 배양할 때 

살균하지 않은 염소젖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주된 이유는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이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정체현상(mucus 또는 congestion)을 만들어내면서 

탁한 혈류와 림프액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여드름에 치명적이라는 설명과 함께. 


대신 염소젖에는 아주 적은 양의 카제인이 들어있다. 

살균하지 않는 이유는 몸에 좋은 기타 박테리아들이 

살균과정에서 모두 없어진다는 것이었지만 

살균하지 않은 염소젖을 구한다는 것이

(지역 파머스마켓에서 구할 수는 있었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았고 항상 판매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일반 우유로 배양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오메가 뜨리를 수용성으로 바꿔줄 수 있다면

그걸로 내가 목적했던 부분은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투명한 케피어 그레인은 

적당한 유리병에 프레쉬한 우유와 함께 부어서 한쪽 구석에 두면

야금야금 우유를 먹어치우고 뱉어내기를 정말로 열심히 했다. 

한참 가속이 붙으면 오후에 새로 우유를 부어 넣은 병이

다음 날 아침이면 투명한 액체와 발효 케피어로 분리되어 둥둥 떠다니곤 했다.

발효가 끝났다는 뜻이다.


케피어 종균 자체도 개체수 증식을 어마어마하게 해서

일부는 냉동실에 얼리고 일부는 말려서

만나는 사람마다 나누어 주기도 하고

케일 주스 먹을 때 함께 갈아먹기도 하며 주체를 못 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가끔씩은 그 적당한 그레인과 우유의 비율, 온도 등이 맞지 않아

며칠이 지나도 발효되지 않은 우유는 급기야 상해, 버리기도 했고

크고 통통하게 커져가던 그레인이 자잘하게 쪼개지며

기능이 떨어지기도 했다. 


성인 여드름은 오메가 뜨리와 케피어, 비타민의 과다복용을 

시작하 지 몇 주 되지 않아 싹 없어졌고

성인 여드름과 비슷한 시기에 찾아왔던 

계절성 알레르기가 발전한 천식까지도 

말끔하게 내 인생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이 실험을 위해 동반되었던 일일 일식이 그대로 남아 

지난 십 년을 나와 함께 했던 것이다.



마트에서 시판 중인, 역시 염소젖으로 배양한 케피어.


처음 삼 년 동안은 

열심히 배양해서 먹던 케피어도 

마트에서 파는 제품들이 많아지면서

시판 제품을 구입해서 섞어 먹기 시작했다. 


배양하면서 이래저래 수고로움이 있었는데 아주 날아갈 것만 같았다. 

깔끔해진 주방 카운터탑도 즐거움에 한몫했었고.

하지만 가끔씩은 

그 죽을 것처럼 멈추지 않았던 천식의 기침과

돌아서면 스물스물 올라오던 성인 여드름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것이

비타민과 오메가 뜨리만의 효과였을까,

혹시 직접 배양해 먹었던 케피어의 도움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상상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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