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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일 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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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연희 Oct 06. 2022

하루 한 끼, 10월 5일

오늘은 잘 먹었을까?


하루에 한 번 먹는 일인데 조금 더 정성을 들이고 싶지만 뭐가 그렇게 바쁜지, 

또 뭐가 그렇게 게으른지, 

성의 없이 대충 먹고 지나가는 날들이 많다. 

이렇게라도 기록을 해두면 일일 일식 십 년 차 글타래가 부담으로 작용하여 

정성을 들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식단 기록의 이유이다. 





내 맘대로 알리오 올리오 with 그릴드 치킨





일주일에 나흘을 일하는데 점심 한 끼가 나의 하루 중 한 끼이다. 

가끔씩은 일터 가까운데 있는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도시락을 싸가는 것이 계획 식사를 하기에 좋다. 

경제적인 이유도 크고 

두식구 먹는 살림에 

터져나가는 냉장고를 비우려는 목적도 있다.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크러쉬드 레드페퍼, 마늘 편, 베이컨을 팍팍.

마늘이 탈만큼 볶다가 삶아둔 면을 넣고 같이 볶으면서 면수 부어주고 

국물 살짝 남을 때까지 뒤적.

새우젓도 조금.

면 넣을 때 냉동 그릴드 치킨, 냉동 브로콜리도 함께 투하. 

뒤적뒤적.

후추와 소금으로 간.


이렇게 만들어서 한 끼씩 소분하여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바쁜 아침에 하나씩 들고 출근!


아무래도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왔고 마이크로웨이브에 

덥히고 나면 면도 살짝 불은 느낌, 간도 흐려지고 

(뭐든 갓한 음식이 최고) 그렇지만 튜브 고추장 약간으로

그런 모자람을 아주 살짝 잡아주고...


파스타 면은 쌀밥(흰쌀밥, 잡곡밥 가리지 않고 모든 쌀밥, steamed rice) 

을 내 인생에서 꺼내고 대신 집어넣은 

탄수화물 원이다. 

딱히 탄수화물을 꼭 챙겨 먹지는 않지만

탄수화물이 들어가야 하는 음식이

먹고 싶으면 이렇게 파스타 면을 쓴다. 

가령 흰쌀밥에 김치 겉절이가 

먹고 싶으면,

김치 겉절이와 알리오 올리오를 먹는 식이다.


파스타 면이 특별히 살이 찌지 않는다거나 

영양가가 높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쌀보다는 천천히 당수치를 올리고

포만감도 천천히,

소화 후 흡수 과정도 천천히 진행되어서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안 먹던 쌀밥을 한 공기 먹고 나면 

다음날 얼굴빛이 환하고 피부에 윤기가 돈다.

탄수화물의 직접적인 영향력이다. 처음엔 역시 탄수화물이야 싶지만

이틀, 사흘째부터는 나름 무산소 운동으로 다져놓은 팔다리의 톤이 무너지고

단단하던 살들이 흐물거린다. 

배변도 조금씩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수순을 잘 알기 때문에 

가끔씩 쌀밥을 먹어도 꼭 다시 저탄 고지로 돌아가게 된다. 


쌀밥은 안되고 파스타 면은 왜 되는지

과학적으로 멋지게 설명하고 싶지만

그런 것들보다 내게는 지난 몇 년 동안의 경험들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본적인 상식과 지식이 있다면 

그다음은 실험과 관찰, 그리고 깨달아지는

인사이트가 인생의 해법이다. 


사진에 함께 나온

어묵볶음은

요새 내가 꽂혀있는

한국 반찬이다.

구성은 뜬금없고

모양도 없지만

나는 먹는 일에 조금 다른 기준을 둔다.

필요한 영양소,

미용을 헤치지 않는 재료(저탄 고지 원칙)

그리고 꼭 먹고 싶은 것(어묵볶음).


다 먹고 나서

디저트로는

홀 밀크(지방을 절대로 빼지 않은 우유)를

가득 부운 콘플레이크 시리얼 한 컵.

(일부러 가져간 디저트는 아니고 

다른 직원들과 공용으로 먹는 스낵) 





종이컵에 콘플레이크 그리고 홀밀크(지방을 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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