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학에 갔을 때 받았던 컬처쇼크는 잊지 못할 충격이다. 지방에서 온 학생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진학한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청주에서 갓 상경한 나에겐 모든 게 좋아 보이고 커 보였던 것이다. 호텔경영학과에 왔지만 호텔이란 곳에 가본 건 대학 입학 전 처음 나갔던 해외여행에서 경험했던 게 전부였고, 친구들에게는 해외여행이나 해외 유학생활이 매우 흔해 보였다. 재외국인 전형으로 입학한 친구들은 아예 집이 지구 반대편이었던 경우도 있었다. 아무래도 지방에서 별다른 일상의 변화 없이 살아왔던 나에겐 대학 입학이 제일 큰 삶의 변화였다면, 그들에겐 그냥 하나의 거쳐가는 관문처럼 보이는 느낌이었달까. 그 안에서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기 위해 나는 수업에서도 조별 과제 발표를 도맡아 했고, 타 대학과의 연합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나갔다.
호텔경영학과 중에선 제일 명문이라는 곳에 진학했지만, 정작 대학 동기 친구들은 호텔에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대학 고학년이 되니 주변에서 취업을 위해 여러 가지 스펙을 쌓는 목적도 대부분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준비였거나 회계사, 세무사 자격증 등 전문직종 진출을 위한 준비에 매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급여조건이 많이 차이가 나다 보니 학교를 다니면서 호텔에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친구들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목표가 확고했기에 호텔로 취업하겠다는 생각은 계속했지만, 워낙 취업문이 좁은 터라 컨설팅 회사 인턴, 항공사 면접 등도 병행하며 취업을 준비했었다. 그러다 운명처럼 지금 일하고 있는 호텔의 인턴 취업공고를 보게 되었고, 왠지 처음부터 잘 될 것 같다는 예감을 갖고 지원해서 현재의 회사에 정직원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우선 호텔에 취업하는 방법은 여러 루트가 있겠지만, 아래와 같은 N가지의 방법으로 접근해 볼 수 있겠다.
호텔 장기 아르바이트
호텔에서 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자주 하다 보면 일 잘하는 친구들을 장기로 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식음/연회 업무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사를 하게 되어도 비슷한 부서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입사를 한 후 경력을 쌓다가 다른 부서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호텔 인턴
인건비 비중이 워낙 높은 산업이다 보니 호텔은 정직원 채용 전 인턴으로 채용하여 업무가 익숙해지면 재선발 과정을 통해 정직원으로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보통이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비중은 50% 남짓정도 되는 것 같고, 나머지 친구들은 다른 직종으로 가거나 새로 오픈하는 다른 호텔에 인턴 경험을 살려 취업하는 경우들도 많다.
이런 제도를 활용하여 기업에서는 인턴 기간을 최대한 길게 하고 정직원으로 적게 전환하여 인건비를 낮추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지만, 함께 일하던 후배들이 정직원 전환이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픈 것이 사실이다.
해외 호텔 취업
본인이 대학에 다닐 때 한참 해외호텔 취업을 알선해 주는 기관들이 많았었다. 지금이야 정보에 접근하기도 쉽고 해외 경험이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땐 이런 기관에 소정의 알선료를 내고 괌이나 일본, 크루즈 취업 등을 소개받는 경우들이 많았던 듯하다. 해외에서 경력을 쌓고 오면 아무래도 외국어나 시스템 사용 부분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 취업을 하기도 수월하고, 해외에서 정착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해외호텔학교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호주 등의 호텔학교로 가서 호텔로 취업하는 방법도 있다. 스위스 호텔학교를 졸업하면 해외 체인 호텔의 매니저급으로 직행할 수 있기 때문에 한참 인기가 많았던 루트이다. 호텔 사관학교로 불리는 레 로쉬나 SHMS 등이 유명하고, 아이비리그에서는 코넬을 졸업하면 유명 호텔 체인의 재무나 매니지먼트 팀으로 취업하기도 수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바다주의 UNLV를 졸업한 호텔리어도 많이 있다.
대기업 공채
본인의 경우 대기업 공채를 통해 호텔에 입사한 케이스인데, 롯데나 한화, 신세계, 삼성그룹 같은 경우 그룹 내 호텔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그룹공채를 통해 호텔로 지망을 해서 입사하게 되었다. 본인이 입사할 당시 호텔 취업 시 5급이나 6급 사원으로 입사하는 것이 보통인 반면, 공채를 통해 입사하면 4급 (주임)에서 시작하게 되어 승진이 좀 더 빠르고 초임 급여가 좀 더 높아 인기가 있었지만 각 그룹당 10명남짓을 선발하다 보니 경쟁률이 치열하고 1년에 1번이나 2번 정도만 채용을 진행하기 때문에 취업 기회가 자주 있지는 않다. 요즘엔 대기업들이 삼성을 제외하곤 점점 공채를 없애는 추세이다 보니 위 방법으로 취업하는 방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경력직 채용
타 산업군에서 일하다가 호텔 경력직으로 들어오는 방법도 루트가 다양하다. 호텔 내에도 헬스 트레이너, 간호사, 시스템 엔지니어, 시설 관리자 등 다양한 포지션이 있기 때문에 호텔 근무나 호텔 복지에 관심이 있는 경우 경력직 채용으로 호텔리어가 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