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루틴

이 번 달은 런던..

by Galley 퀸

지난 두 달의 90% 이상이 런던 비행이어서 한 달에 3-4번 정도 런던에 오고 있다. 같은 장소, 도시에 반복해서 오게 되면 내가 의도했던 아니던 패턴이 형성되고 루틴이라는 게 생기게 된다. 물론 비행을 시작했던 아주 초반에는 유명한 관광지, 박물관 이런 곳들도 열심히 찾아다니지만 20여 년 넘게 같은 곳에 반복적으로 오게 되면 …. 서울에 살면서 쉬는 날마다 남산타워나 고궁에 가지 않는 것처럼 난 거의 현지인들과 흡사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비행과 여행의 차이 이겠지만 휴식, 곧 잠을 자는 게 제일 중요하게 되고 그다음엔 짧은 시간 이어도 나름대로 운동이나 산책에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어떨 때는 동료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도 하지만 매번 그런 건 아니다. 함께 일하는 사이는 그걸로 충분하지 굳이 나의 휴식 시간까지 어울리고 싶은 사람들도 생각만큼 그렇게 많지 않고 ㅎㅎ


밤 비행을 하고 보통은 오전에 도착하니 우선은 잠부터 자고 현지 시간으로 3시 정도는 되어야 천천히 일어나서 오늘은 어디로 갈까를 정한다.

난 켄싱턴 가든과 하이드 파크를 좋아하고 가끔은 포토벨로 마켓으로 앤틱 구경을 가기도 한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그때는 윈터 페스티벌도 구경하고 Harrods 백화점이 있는 옥스퍼드 스트릿 도 구경 가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어떤 때는 몸이 너무 피곤하면 정말 룸서비스시켜서 꼼짝 안 할 때도 있지만. Guilty!

무엇을 보던 어느 곳을 가던 돌아오는 길에는 숙소인 호텔과 멀지 않은 쇼핑몰에 들리게 된다.

지하에 있는 그로서리에서는 저녁이면 저렴하게 파는 샌드위치도 있고 가끔은 또 함께 지내는 그 가 좋아하는 다이제스트 비스킷을 살 때도 있다.

아, 그런데 매번 갈 때마다 보게 되는 광경이 있다. 세계적으로 특히 도시에서 코로나전 보다 후에 더 자주 보게 되는 모습이 있는데 바로 홈레스/ 노숙인들이 그들이다. 내가 들리는 쇼핑몰은 Sheperd’s Bush 전철역 근처인데 그 복잡한 도로 근처에 늘 같은 자리에 있는 노숙인이 있고 그는 보통의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아닌 활달하고 말이 많은 아주 수다스러운 1인이다. 안 그럴 때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지나칠 때는 비가 오던 날까지 포함해서 몇 시가 되었든지 매번 100% 지나가던 행인 중의 누군가와 열띠게 대화 혹은 토론을 하고 있는 거다. 몇 번씩 지나갈 때마다 이어폰을 정지시키고 무슨 얘기를 하나 들어 보는데 주제도 다양하고 ㅎㅎ

그를 보면서 웃긴 얘기지만 문득 셜록 홈스 생각을 했다. 어떤 스토리였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홈즈가 어떤 케이스를 맡아서 거지로 분장을 하고 길에서 하루종일 앉아 있었던 부분.. 우리가 접하는 일상은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 위안을 줄 때가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근처에는 사립학교도 있어서 내가 주로 걷는 오후 시간에는 자녀들 픽업하려고 기다리며 삼삼오오 모여있는 부모님들의 모습도 주 중에는 보게 되는데 그런 모습들이 난 참 좋다.

곧 어둑어둑 해지면서 해가 지고 아이들과 함께 손 잡고 따뜻한 집으로 가는 모습.. 퇴근 후에 빠른 발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그 사이 섞여있는 관광객들 그리고 어떨 때는 피켓 같은 거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또 이도 저도 아니지만 현지인인 듯 여기저기 두리번거리지 않으면서 빠르게 열심히 걷는 나도 있고 ^^ 그리고 난 오늘도 오후에 런던 비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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