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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과 학생 Mar 30. 2019

오늘은 비가 오네요

날씨로 인한 심리 변화

비가 오면 평소에 잘 마시지 않는 따뜻한 커피를 컵에 담아본다. 아끼던 노트에 시를 써보기도 하고 하염없이 창문 밖을 바라만 보기도 한다. 그 많던 새들도 빗소리에 잠들었는지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잔잔한 음악처럼 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눈을 감아본다. 당신은 비 오는 날 무엇을 하나요?


마음이란 참 알 것 같다가도 모르는 거 같다. 저녁에 내리는 비는 나를 편안히 재워주지만 아침 비는 짜증을 불러온다. 괜히 비에 젖은 빨래를 보며 하늘을 원망하고 우산이 보이지 않아 엄마를 탓해본다. 대중교통도 비 오는 날이면 항상 늦어지고 사람 또한 북적거리지만 비로 인한 지각 사유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면 괜히 비를 탓하며 몸이 더욱 피곤해한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를 굳이 저녁에 커피를 마시며 즐기지 않는다. 아마도 나를 힘들게 했기 때문인가? 이런 날은 비가 밉기도 한다. 이와 같이 우리의 기분은 날씨에 좌우한다. 여행 가는 날이면 꼼꼼히 날씨를 체크하고 그 또한 맞지 않으면 계획을 취소하기도 한다.


우리는 날씨를 통해 또 다른 감정이 생긴다. 활동시간도 계절에 따라 달라지며 나 자신도 원하는 계절이 생기기 마련이다. 봄에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게 하고 가을에는 쓸쓸함을 즐기기도 한다. 이처럼 심리도 계절에 따라 행복지수가 다르게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은 어두운 밤에 잠을 이룬다. 밤에는 호르몬에 도움으로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을 생성하고 빛이 밝은 낮에는 이를 억제한다. 그러므로 햇빛이 적은 비 오는 날이면 멜라토닌 과다 생성으로 평소보다 더 많은 피로감을 느낄 수 있으며 감수성이 풍부하다 못해 우울할 수도 있다.


한 연구를 보면 중국에 우울증 환자를 통계했다. 그 결과 북쪽 지방에는 남쪽 지방보다 우울증 환자가 최소 5%는 넘게 나왔지만 추운 계절이 지나면 서서히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북극에 사는 연구팀들은 때때로 심리상태를 검진하기도 하며 해가 뜨지 않는 날들을 대비하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날씨는 우리의 신체를 변화시킨다.


이러한 저기압 상태를 장시간 유지하면 심리가 불안정해지며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나 자신을 관찰하여 심리적인 상태를 판단할 때 올바르지 못할 수 있다. 날씨로 인한 우울증 환자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다가 우울증에 원인을 잘못 판단하여 직장을 그만두거나 연인과 헤어지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비를 탓하는 게 아니라 우산 때문에 엄마에게 화내는 것처럼 날씨는 우리의 기분을 좌우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낼 때가 많다.


가끔은 날씨 변화로 인한 우울감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내일 해가 뜨면 잊어버리니까. 신기하게도 하루에 상태를 크게 변화시키는데도 하루만 지나면 기억 못 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애꿎은 우산에게 화풀이하는 것보단 날씨로 인한 심리 변화를 한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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