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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과 학생 Apr 13. 2019

가치와 욕망

인간은 끝없는 욕심으로 스스로를 깊은 절망에 빠뜨린다

"천 원짜리 지폐와 만 원짜리 지폐가 있다면 당신은 어떤 것을 갖고 싶습니까?"


어렸을 때 장난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장난감을 보면 그렇게 탐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나는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난감이 있는데도 예쁘게 포장된 장난감을 보면 먼저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구입을 반대하시는 부모님을 볼 때면 항상 내년 생일에는 꼭 그 장난감을 사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장난감은 내게 즐거움을 주지 않았다. 내가 즐기던 장난감들은 한 박스에 모아 구석에 자리만 차지하던 날이 많아졌다.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은 내 장난감 박스를 버리려고 했지만 나는 아직 더 놀 수 있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내 장난감들에 대한 존재는 잊히고 다른 취미가 생기면서 그곳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그 순간부터 새로운 장난감을 보았을 땐 탐을 내던 나 자신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때는 장난감이 내게 소중했던 시절이다. 나에게 가치가 있던 물건이었고 더 갖고 싶은 욕심도 많았다. 하지만 그 가치는 평생 가지 않았고 결국 가치를 잃어버려 내게서 버려졌다. 이런 나를 바라보면서 한 아이가 오천 원짜리 지폐와 만 원짜리 지폐를 고를 때, 앞자리 숫자가 더 큰 오천 원을 가져간 기억이 떠올랐다. 만 원짜리와 바꿔달라고 해도 거절하는 아이를 보며 현실에서는 만원이 더 크더라도 그에게는 오천 원이 더 크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쉽게 말해 같은 종이인데도 불구하고 가치가 더 큰 종이를 원한다.


가치란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가 크다면 내 욕심 또한 커진다. 분명 우리는 사회에 영향을 받아 모두가 비슷하게 가치를 정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값을 매긴 것은 나 자신이다. 천 원짜리 인형이라도 내가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 받은 것은 결코 천 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쓸모없는 물건일지라도 나 자신에겐 정말 소중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는 인간이기에 끝없는 욕심으로,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은 것을 욕망하게 된다. 이때 내가 불필요한 욕심이 생겼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나 자신에게 최면에 걸려 그것을 얻을 때까지 탐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비슷하기에 내게 가치 있는 물건은 남에게도 가치 있는 물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욕심이 큰 가치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게 눈을 가린다. 마치 부족하지만 행복한 가정은 부족함이 없는 가정을 부러워하고 반대로 다른 가족은 행복함이 넘치는 가정을 부러워한다. 서로가 소중한 것을 갖고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결국 서로를 탐하게 된다는 말이다.


결국 욕심은 끝이 없다. 칸트는 말한다 "신은 존재한다,  우리는 신처럼 완벽한 존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 존재가 없다면 우리 또한 완벽함을 찾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신은 완벽한 존재이다 그리고 우리는 욕심을 넘어 틈이 없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신이 아닌 인간이 아닌가. 나도 못난 모습이 있고 좋은 모습도 있다. 욕심 때문에 가려진 눈으로 나의 가치 없는 부분만 보는 것이 아닌, 내가 정말 가치 있는 사람인 것을 꼭 알아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가치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나 자신을 바로잡아야 한다. 질투와 시기에 잡혀있는 나를 하나뿐인 나 자신을 사랑하며 남과 비교하는 나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욕망은 내가 가진 것보다 가치가 더 많은 것을 보았을 때 나온다. 반대로 내가 가진 것에 소중함을 느껴 그 가치를 인정한다면 욕망은 사그라 들것이다. 자존감도 마찬가지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와 같이 내 떡도 남에겐 커 보일 것이다. 그만큼 분명 누군가는 나를 부러워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를 이기는 욕심보단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욕심을 가지다 보면 분명 사라지는 욕망을 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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