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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과 학생 Apr 15. 2019

우울증

이유 없는 슬픔


한 아이가 놀이터 앞에 서있다. 활발하게 뛰고 있는 아이도 있고 앉아서 모래 놀이하는 아이도 그에게 보였다. 마침 학교를 같이 다니는 친구가 말을 걸었고 아이는 그 친구를 바라보았다. 친구는 같이 놀자고 하였고 내키지 않지만 아이는 마지못해 술래잡기에 참여했다. 얼마 가지 않아 다음 술래가 정해졌을 때 아이는 앉아서 지켜보기로 했고 친구들에겐 몸이 안 좋다고 둘러 됐다. 미끄럼틀 위에 앉아 뛰놀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차라리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우울증은 '갈라진 사랑'과 같다. 누구를 사랑할 수 없으며 누구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 스스로에게도 사랑을 줄 수 없으며 나 자신에게서도 사랑을 찾을 수 없다. 사랑이란 감정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갖고 있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눈을 갖게 해 준다. 하지만 반대로 사랑이 없으면 슬픔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허함이 남는다. 모든 감정이 사라지고 공허함만 남는다면 그것은 절망과 같다.


필자는 우울증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떤 이유로 우울증에 걸렸어?"라는 질문이다. 마치 그들은 내게 특정한 사건이 일어났으므로 우울증이 발생됐으니 그 이유를 알려달라 라는 뜻과 같다. 그 '특정한 사건'이 무엇인지 알려주면 내가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겠다 아니면 동정이든 뭐든 같이 아파해 줄 것같이 많이들 얘기한다. 그러면 나는 스스로도 모르는 '일어났던 모든 슬픈 일들'을 생각해야 했고 그 동시 이유를 찾아야 했으며 결국 이유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찾지 못해 더욱 깊은 슬픔에 빠진다. 그러므로 질문을 하는 자체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에겐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계기일 수도 있다.


예전에 이 싸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우울증에 관한 서적을 많이 읽어봤다. 어떤 책에 '우울증은 겪어본 사람만이 그 아픔을 안다'라는 문장이 아직도 기억난다. 아마 그만큼 우울증은 평소에 겪을 수 없는 마음에 병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우울감을 우울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우울감은 위와 같은 질문을 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정도에 슬픔이다.


슬픔은 고통에서 나오는 감정이다. 앤드류 솔로몬 작가는 "고통은 환경에서 나오는 우울증이지만 우울증은 환경과 관련 없는 고통이다"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고통은 내게 아픔을 가져오는 특정한 일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이라면 우울증은 이유 없는 고통과 같다. 예를 들어 오늘 낮에 새로 산 핸드폰을 잃어버려 저녁에 슬픔이 찾아왔다면 우울증은 핸드폰을 잃어버리지 않아도 그보다 더 큰 슬픔이 내게 온다. 다르게 비유해보면 슬픔이 찾아올 때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천사가 나를 이끌어준다면 우울증은 악마가 나를 망연자실케 한다.


생리학적으로 본다면 감정을 담당하는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부족 현상으로 나타난다. 세로토닌이 부족한다면 감정이 불안정해지며 심각할 경우 충동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면 생리학적으로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등 부족한 호르몬을 채운다면 우울증은 사라질 수 있지 않나?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확실히 약물치료를 진행한다면 상태는 보다 많이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치료를 중단하는 순간 다시 원상태로 돌아올 확률이 매우 높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심리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우울증은 강도에 따라 악물 치료가 병행되거나 집중치료를 위해 입원을 권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 이 부분은 상당히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심리병이나 정신병으로 인한 입원은 마치 큰 외상치료를 위해 중환자실로 가는 것과 다름없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입원을 거부할 수도 있으며 약물치료도 하지 않고 심리치료만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에 선택이다.


심리치료만 해도 치료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약물치료를 권하는 경우는 외상치료 전 진통제나 마취제를 맞는 것과 같다. 불안정한 심리로는 치료는 물론이고 일상생활도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우울증은 불안증(불안장애)과 불면증이 동반될 확률이 높고 의욕과 식욕저하로 마음뿐만 아니라 육체 또한 망가지기 쉽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울증이 어떤 감정인지 알고 싶다면 불안증, 불면증, 의욕과 식욕저하, 관심과 정신 활동 저하로 인한 공허함, 이로 인한 지속적인 슬픔과 같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탈출구를 찾기 위해 충동적인 생각을 할 것이고 그러다가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생각과 결정을 스스로가 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즐겁게 웃고 있는 누군가를 본다면 스스로는 더욱 깊은 절망에 빠진다 나 자신은 그 감정을 공감할 수 없으니까.


우울증에 관한 모든 의료서적에서는 '절대로 치료 불가능한 병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시간이 오래 걸릴 뿐 항상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어떤 순간에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각오가 필요하고 많은 순간 절망이 올지라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이 이 글을 본다면 절대 포기하지 마라 그리고 충동적인 일을 생각하고 그 일을 행하는 건 절대로 탈출구가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항상 그 슬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어라. 반드시 다가올 지옥 같은 내일도 머지않아 서서히 끝날 것이다. 당신을 도울 수 있는 많은 심리상담자분들도 계시고 고통을 줄여줄 의사분들도 많다. 부디 거부감 때문에 혹은 하고 싶지 않아도 이번 한 번만 발걸음을 옮겨 당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가 영원한 지옥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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