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들떴다가, 또 갑자기 가라앉을까요
갑자기 너무 기분이 좋아지고, 하루에 몇 시간만 자도 힘이 넘치고, 말수가 많아지고, 아이디어가 폭발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좀 과한 거 아니야?"라고 말하지만, 본인은 오히려 세상이 더 선명해지고 자신감이 넘칩니다. 그런데 며칠 후, 이유도 없이 우울감이 몰려오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버겁고, 모든 것이 쓸모없게 느껴집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감정의 극단을 오가는 이 경험은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닙니다.
조울증, 혹은 양극성장애는 이런 기분의 높낮이가 병적인 수준으로 심하고,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반복되는 정신 질환입니다.
조울증(Bipolar Disorder)은 조증(들뜸)과 우울증(가라앉음)이 교대로 나타나는 기분 장애입니다. 조증 상태에서는 비정상적으로 기분이 들뜨고 활동량이 많아지며, 우울증 상태에서는 극심한 무기력감과 절망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두 감정 사이에서 사람은 균형을 잃고 흔들리며, 그로 인해 학업, 직장, 대인관계 전반에 영향을 받습니다.
조울증은 다음과 같이 유형이 나뉩니다:
양극성장애 I형: 조증이 1주일 이상 지속되며, 그 뒤에 우울 삽화가 나타나는 유형
양극성장애 II형: 조증보다는 약한 '경조증'과 우울증이 반복되는 유형
이 질환은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이라는 인식과 달리, 명확한 의학적 진단 기준과 치료 방법이 존재하는 정신 질환입니다.
조울증은 때로는 창의성과 에너지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상은 자신과 주변 모두를 지치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질환입니다.
비정상적으로 기분이 고조되거나 과민해짐
수면 욕구 감소 (3~4시간 수면에도 활동적임)
말이 많아지고,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떠오름
자신감 과잉 또는 과대망상
충동적 행동 (지출 과다, 무분별한 투자, 무계획한 성적 행동 등)
지속적인 우울감, 무기력감
일상에 대한 흥미 상실
수면장애 (불면 또는 과다수면)
자기비하, 죄책감
자살 충동
이러한 증상은 며칠에서 몇 주간 지속되며, 주기적으로 반복됩니다. 때로는 조증과 우울증이 빠르게 교차하거나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여, 진단이 까다로운 경우도 있습니다.
조울증의 원인은 하나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유전적, 생물학적 요인이 중심이 되며, 환경적 요인이 발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조울증은 유전적인 경향이 큽니다. 부모나 형제자매 중 조울증을 앓았던 사람이 있다면, 그 위험은 몇 배 더 높아집니다. 이는 단지 ‘성격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방식이 비슷한 유전적 패턴으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감정은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조절됩니다. 하지만 조울증이 있는 사람은 이 물질들의 분비가 지나치게 많거나 적거나, 조절 타이밍이 어긋납니다. 그래서 기분이 갑자기 들뜨거나 가라앉는 극단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입니다. 감정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셈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거나, 늘 자신을 억제하며 살아온 사람일수록 조증이나 우울증의 파고가 더 거칠게 밀려옵니다. 감정이 오랜 시간 눌려 있다가 한 번에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것이죠.
실직, 이별, 실패 같은 큰 사건은 누구에게나 힘듭니다. 하지만 감정의 탄력성이 약한 사람은 이런 사건을 계기로 감정 조절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특히 이전에 한 번도 감정을 적절히 다뤄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감정의 폭풍이 갑작스럽고 무섭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조울증은 '완치'보다는 '관리'의 개념에 가까운 질환입니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기분의 폭을 좁히고, 일상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 기분 안정제(예: 리튬), 항우울제, 항정신병 약물을 병용하여 감정의 급격한 변화 폭을 줄입니다.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CBT), 가족 치료 등을 통해 증상 인식과 조절력을 기릅니다.
생활 리듬 조절: 수면, 식사, 활동 시간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스 관리와 자기 인식 향상: 증상이 악화되기 전 신호를 인식하고, 조기에 대처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조울증은 때로 ‘천재의 병’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조증 상태에서의 창의성, 에너지, 카리스마는 일견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깊은 우울의 늪은 상상 이상으로 깊고 고통스럽습니다. 감정이 들뜬다고 해서 반드시 좋다고 할 수 없으며, 가라앉는다고 해서 스스로를 탓할 이유도 없습니다.
감정이 때론 우리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때, 그 감정을 붙잡고 함께 걸어가 줄 전문가와의 동행이 필요합니다. 조울증은 감정이 병이 된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병입니다.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감정이 너무 크고 깊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도움이 필요한 신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