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

기억이 마음을 다치게 할 때

by 마음을 쓰는 사람
갑작스럽게 사고가 나고, 전쟁터에서 돌아오고, 폭력을 겪거나, 가까운 사람을 잃는 일.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감당하기 힘든 큰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말하지만, 어떤 기억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되살아납니다. 불쑥 찾아온 그 기억은 마치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며,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기도 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그런 사건 이후에도 마음이 회복되지 못하고, 기억 속에 갇힌 채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병입니다. 이 장애는 단지 ‘힘든 경험’에 대한 반응이 아닌, 뇌가 충격을 안전하게 처리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정신질환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무엇인가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극심한 공포를 경험한 후, 그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그와 관련된 상황을 피하려 하고, 지속적인 불안과 경계심을 느끼는 증상을 말합니다.

PTSD는 사건이 끝난 후 몇 주 혹은 몇 달이 지나도 일상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증상이 지속될 때 진단됩니다. 뇌는 생존을 위한 반응으로 기억을 되살리고 경고 신호를 보내지만,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고립시키게 됩니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단순히 충격을 오래 기억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일상 기능을 방해할 만큼 반복적이고 강도 높은 감정 반응과 회피 행동, 신체적 긴장을 동반합니다.


주요 증상

재경험: 사건 당시의 장면이 꿈이나 플래시백으로 생생하게 떠오름

회피: 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 장소,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피하려 함

과각성: 쉽게 놀라고, 집중이 어렵고, 수면장애와 과도한 경계심을 동반함

부정적인 인지 변화: 자신이나 세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 죄책감, 무력감 등 정서적 변화가 나타남


이러한 증상은 특히 사건과 관련된 자극 앞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며, 사람에 따라 수개월 혹은 수년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왜 PTSD가 생기나요?

모든 사람이 외상적 사건을 겪는다고 해서 PTSD를 겪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정한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이 겹칠 때, 뇌는 그 충격을 평범한 기억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고장처럼 작동하게 됩니다.


- 기억이 멈추지 않는 이유

우리는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억합니다. 하지만 기억이 지나치게 생생하게, 반복적으로 되살아날 때, 뇌는 ‘이미 끝난 일’을 계속 현재로 끌어옵니다. 몸과 마음은 이미 벗어난 장소에 있지만, 머리는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는 것이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뇌가 충격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을 때 생깁니다. 위험을 감지하는 편도체,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 이 모든 것을 조율하는 전두엽의 연결이 비정상적으로 반응하면서, 위협이 끝난 후에도 뇌는 계속 ‘경고’를 울립니다.

결국, 뇌는 말합니다. "아직 위험해. 아직 끝나지 않았어."


- 마음의 기반이 흔들릴 때

물리적인 뇌의 변화 외에도, PTSD는 그 사람의 심리적 기반이 얼마나 단단했는가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감정 표현을 억눌렀거나, 정서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던 사람은 외부 충격에 더 크게 반응합니다. 내면의 불안, 억압된 분노, 표현되지 못한 슬픔들이 한 사건을 계기로 표면 위로 올라오며 감정을 폭주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사건 직후 누군가의 반응은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 정도는 누구나 겪는 거야”라는 말은 상처를 덮을 뿐 치유하지 못합니다. 반면, “그건 정말 무서운 일이었겠다”는 공감은 마음을 회복하는 첫 단추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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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치료하나요?


PTSD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방치할 경우 만성화되며 우울증, 알코올 의존, 자살 위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조기에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심리치료

인지처리치료(CPT): 외상 사건에 대한 왜곡된 믿음을 인식하고 수정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EMDR): 외상 기억을 새로운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법입니다.

노출치료: 안전한 환경에서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반응을 재조정하는 훈련입니다.


- 약물치료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불안과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데 사용됩니다.

수면 장애나 공황 증상이 심한 경우, 보조적으로 항불안제나 수면제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마무리하며

"이제 괜찮아졌잖아, 다 지난 일이야"라는 말은 PTSD를 겪는 사람에겐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그 일이 여전히 ‘현재’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기억이란, 때로는 시간을 이기고 마음속에 깊이 남습니다.

하지만 그 기억이 당신을 정의하지는 않습니다. PTSD는 병이며, 회복 가능한 상태입니다. 당신은 그날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고 있으며, 이제는 그 기억을 혼자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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