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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쑤아 Oct 30. 2022

게임 실랑이의 시작

"엄마, 나 이번 방학 동안 30분 이상 책 읽은 날이 이틀밖에 안돼. 그래서 독서감상문 쓸 책이 없어..."

여름 방학이 끝나갈 무렵 벼락치기로 방학숙제를 정리하던 딸의 말을 듣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아들도 아니고 딸의 방학생활이 이랬다니! 다행인(?) 것은 딸아이 스스로도 충격을 받은 것 같다는 것이다. 스스로도 문제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아서 더 잔소리는 하지 않고 "그래~애? 대박! 어째서 우리 딸이 그랬을까?"하고 대답만 해주었다. 딸은 "그러게 말이야. 신경 좀 써야겠어."라고 대답하더니 그날부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왜 방학 생활이 이러했는지의 원인은 바로 '게임'과 '유튜브'였다. 공부보다 독서를 강조하며 키워왔고, 책도 많이 읽어주고,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며 키웠으니 우리 집에서는 게임 등으로 갈등은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실제로 아주 어릴 때를 빼면 TV 보는 것 등으로 실랑이는 거의 없었고, 이때까지도 탭은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이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포노 사피엔스'라는 책에서는 요즘 태어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장기의 하나로 인식될 만큼 뗄 수 없는 기기라고 한다. 어른들은 스마트폰의 사용을 배우지만, 아이들은 몇 번 만져보면 자연스럽게 터득한다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무조건 제한하는 것은 미래 인재를 키우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 대신 그것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했다.


처음에는 중학교 갈 때까지 폰을 사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무조건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반감만 생길 테니 조절력을 키워주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편은 처음부터 스마트 기기를 주는 것에 호의적이었으니 의견은 쉽게 모아졌다. 그리고 내가 일을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연락할 일이 종종 생겼다. 그래서 딸아이가 3학년 때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주었다. 키즈폰 같은 것도 알아보았지만 3학년이 갖고 다니기엔 맞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아빠가 쓰던 아이폰을 유심만 바꿔서 주었다. 딸은 폰에 거의 관심이 없었고, 엄마랑 전화할 때나 한 번씩 꺼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둘째는 2학년이 되었을 때, 막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스마트 폰을 주었다. 딸은 폰을 줘도 큰 관심이 없었기에 걱정이 없었는데 아들은 달랐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신세계를 알게 된 둘째는 아빠에게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게임을 설치해 달라고 했다. 남편은 어떤 게임인지 살펴보고 12세 이하의 게임은 설치를 해주었고, 같이 하기도 했다. 하루 30분으로 시간을 제한했고 아이들도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교육을 학교에서 받아서인지 스스로 알람을 설치하고 시간이 되면 껐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니까 눈 건강이 걱정되었다. 그리고 각자의 세상에 빠져서 게임을 하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남편은 '플레이스테이션'을 샀다. TV에 연결하니 화면이 크고 멀리 앉아서 할 수 있고, 아빠까지 네 명이서 같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내가 봐도 좋아 보였다. 그렇게 넷이 앉아서 저녁마다 30분씩 축구게임, 자동차 레이싱, 싸우는 게임 등을 하며 깔깔거렸다. 여기까지도 좋았다. 


문제는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알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하던 게임은 레벨을 올리는 게임이었나 본데, 이 게임은 자기가 무엇을 만들어가는 게임인가 보다.(나는 아직도 잘 모르지만..) 단순히 레벨업 하는 게임은 조금 하면 흥미를 잃더니, 이 게임은 계속 잘하고 싶어 했다. 그러더니 유튜브로 '마크 잘하는 법'에 관한 영상을 찾아보고, 실제로 해보면서 더 재미있어했다.


지금까지는 스스로 알람을 맞추고, 스스로 끄던 아이들이라 나는 제한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냥 두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2시간도 넘게 게임기를 잡고 있는 날도 있을 만큼 아이들은 게임에 빠져 있었다. 아이들은 알람이 울려도 계속 하기 일쑤였다. 알람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믿고 있었기에 조금만 인식시키면 금방 조절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금까지도 잘 해오던 아이들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 빠진 아이들, 특히 아들 둘은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끄지 않았고, 알람도 못 들었으며 게임기를 끌 때는 짜증을 내서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이쯤 되니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조절력을 길러줄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보던 중 보게 된 영상에서 조선미 선생님은 '자기 주도는 18세가 되어야 가능하다'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강제성은 필요하겠다. 그래서 부모가 강제할 것들에 대한 것들과 아이들 스스로도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였고, 하나씩 시도해보고 있다. 어떤 것은 실패했고, 어떤 것은 괜찮은 면도 있었다. 다음에는 그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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