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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쑤아 Oct 30. 2022

게임 실랑이 끝내기

아이들이 마인크래프트에 빠지게 되면서 게임 시간에 대한 실랑이를 줄이기 위해 공부하고 고민을 해보았다. 육아서나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면 게임 실랑이를 줄이는 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엄마나 아빠가 함께 해서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하면 아이가 부모의 말을 듣게 된다고 한다. 또, 게임 말고도 재미있는 것이 많으면 게임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우선 우리 집은 아이들과 사이가 좋다. 아이들이 우리의 말을 잘 따르고, 우리도 아이들의 의견을 잘 듣는다. 남편은 아이들과 게임도 가끔 하고, 나도 아이들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리액션을 하며 듣는다. 그래서 부모와의 관계가 나빠서 조절이 안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또, 우리 집은 공부를 많이 시키지 않는다. 학원은 다니지 않고, 국어와 수학 복습만 하면 되니 하루 공부 시간은 길어야 30분이다. 거의 매일 놀이터나 운동장에서 2시간씩 뛰어 논다. 그렇게 생각하면 게임 말고 재미있는 것이 없어서 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는 결론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스스로 끄기가 힘들까? 지금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게임 속 모든 것이 새롭고 재미있는 단계인 것 같다. 남편은 얼마 못 가서 시들해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믿고 두었다. 하지만 게임은 하면 할수록 시간이 늘어났고, 주말에는 3시간씩 앉아 있기도 했다. 조절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밖이나 집에서 노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게임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해서이다.


처음 시도한 것은 '할 일을 다 하면 마음껏 해도 된다.'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말한 의사 선생님은 할 일을 다 하면 게임을 몇 시간씩 할 시간이 없을 거라고 하셨다. 할 일의 기준은 학생의 본업인 공부와 건강에 관련된 운동, 씻기, 식사 등의 활동이다. 게임 시간의 제한이 없이 '너희가 할 일을 다 하면 게임을 해도 된다. 대신 9시 이후에는 잠 잘 준비를 한다.'는 지침을 말했더니 아이들은 신이 났다. 나는 속으로 '해 보면 그렇게 많이 할 시간은 없을걸?'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아이들이 할 일을 다 끝내도 게임을 할 시간이 매일 두 시간은 생겼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지 않고, 공부도 매일 복습만 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기 위해 빨리 숙제나 복습을 끝내고 씻는 것은 잔소리가 필요 없어서 좋긴 했지만, 완성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문제집을 채점해보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를 '?'를 그려놓고 넘어간다거나 일기 쓰는데 글씨가 엉망인 경우도 많았다. 처음에는 다시 하라고 시켰지만 이것이 반복되니 아이들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엄마는 게임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이 방법은 실패.


쿠폰제를 통해 게임 시간을 획득하는 방법도 시도해보았다. 이것은 용돈주기와 연계시킨 방법으로 자기 계발서를 읽다가 저자가 아이들에게 시도한 방법인데 좋았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매주 10장의 쿠폰을 주고 평일 하루에 최대 2장을 쓸 수 있다. 쿠폰 1장은 게임 30분이다. 그러니까 하루에 게임 시간은 최대 1시간이다. 책을 30분을 읽으면 보너스 쿠폰을 한 장 받을 수 있다. 매주 일요일에 정산을 해서 쿠폰 1장당 1,000원씩 용돈을 주기로 했다. 한참 아이들이 피규어를 사려고 돈을 모으고 싶어 해서 쓴 방법인데, 피규어보다는 게임이 재미있었나 보다. 그리고 하루에 한 시간을 꼬박꼬박 할 수 있으니 굳이 더 쿠폰을 모을 필요가 없었는지 의도한 '책읽기'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방법도 실패.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책 읽은 시간만큼 게임하기! 이것은 남편의 생각이었다. 나는 책을 억지로 읽히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웠다. 안 그래도 책, 책 그래서 거부가 생기려는 마당에 게임하는 데까지 책을 읽어야 하면 책을 정말 싫어하게 될까 봐였다. 하지만 남편은 '게임은 유익해서 하게 하느냐?'라고 했다. 책을 억지로라도 매일 읽으면 어쨌든 남는 것이 있다. 읽다 보면 재미도 찾고, 흥미도 생기는데 읽기가 시작이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별로 유익하지도 않은 게임은 하게 하면서 책은 왜 읽게 하면 안 되냐고 해서 나도 동의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지금은 매일 할 공부와 운동(밖에서 30분 이상 뛰어놀기 또는 줄넘기 300개)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책을 읽는 시간만큼만 게임을 할 수 있다. 웃기는 것은 책을 읽을 때는 초 단위까지 맞춰서 시간을 재지만, 게임을 할 때는 알람을 맞추지 않는다. 내가 시간 체크하는 것을 놓치면 몇 분씩 더 하는데 그것은 넘어가 주고 있다. 주말에는 책 읽은 시간의 2배를 게임할 수 있다. 이렇게 인심을 써 주었지만 주말에는 밖에 나가는 일이 많아서 게임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다. 게임하는 시간에는 유튜브나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포함된다. 즉, 디지털 활동하는 모든 시간은 책을 읽은 시간만큼만 허락되는 것이다. 책은 집에서 수준에 맞는 글책을 읽게 하고, 쉬는 시간에 읽은 것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수요일에 도서관 가서 읽은 것은 인정된다. 도서관에서는 만화책을 읽어도 괜찮다고 해주었다. 


이렇게 실행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아이들은 이제 게임을 하기 전에 당연하게 책을 펼치고 알람을 맞춘다. 막내는 아직 30분을 집중하기 힘들어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앉아 있는 모습이 귀엽다. 둘째는 내가 대학 시절에 읽던 '꼬마 니콜라' 시리즈를 한 권씩 읽고 있다. 누나가 재밌다고 추천했다는데, 창작 책을 싫어하는 둘째가 그렇게 글밥이 많고 그림이 없는 책을 읽는 것이 나는 신기하기만 했다! 무조건 30분이라도 읽어야 하니까 읽기 시작한 것이 재미도 있었고, 긴 책을 접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아이들과 만든 규칙을 엄마인 내가 스스로 깨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솔직하게 말하면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으면 내가 편하기도 하다. 싸우지도 않고, 조용하고, 아이들 셋이 같이 하며 깔깔거리는 소리도 듣기 좋다. 그러니 인심도 얻고, 나도 편하려고 그냥 하게 해 주다가 조절력이 없어지게 된 것은 아닐까 반성을 많이 하였다. 지금 사용하는 '책 읽은 시간만큼 디지털 하기' 방법은 나도 꼭 같이 잘 지켜서 아이들과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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