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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쑤아 Oct 30. 2022

10살 남자아이들의 우정

둘째가 친구를 데리고 왔다.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3학년 때도 같은 반이 되면서 친해진 친구인가 보다. 인사성이 밝고 활발한 친구는 아들과 성격이 정 반대로 보여서 둘이 친한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집에서 노는 것을 보니 남자아이들인데 사용하는 말도 거칠지 않고 귀여웠다. 한참 놀다가 그 친구가 집에 갈 시간이 되어 내가 집까지 태워다 주었는데, 가는 길에 내가 그 친구에게 "OO아, 너는 참 인사도 잘하고, 밝아서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좋을 것 같아."라고 칭찬을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네.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미카(우리 둘째)도 친구들한테 인기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그 후에 몇 마디의 대화가 오가는 중 아들의 친구는 나에게 우리 아들의 장점을 이야기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상대방의 장점을 칭찬하면서 호감을 얻는 것!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은 사회성의 기술을 이 아이는 10살에 벌써 터득하고 있었다. 그것도 계산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그리고 친구 엄마라지만 처음 보는 나에게도 공손하지만 어려워하지 않고 대답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그 친구의 이런 장점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말해주었다.

사회성을 타고 나나 싶을 정도인 친구와 우리 둘째는 1학기 내내 단짝으로 지냈다. 집에도 거의 매일 놀러 왔고, 토요일에도 약속을 해서 만나기도 했다. 우리는 곧 이사 계획이 있고, 아이들이 전학을 해야 해서 이렇게 사회성 좋은 친구 옆에서 좀 배우면 좋겠다 싶어 나는 내심 반갑기도 했다.

그러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2학기 개학을 했는데, 아들이 학교에 다녀오더니 "엄마, OO이가 전학을 갔어!"라고 했다. 여름 방학 동안 둘째는 성당에서 첫 영성체를 준비하느라 그 친구와는 만날 수가 없었다. 그 친구는 핸드폰으로 연락이 잘 되지 않았고, 아들도 성당 숙제를 하고 교리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개학하면 다시 만나서 놀면 되지 싶어서 나도 챙기지 않았는데 그 사이 전학을 갔다는 것이다. 그것도 연락도 없이!

아들은 처음에는 조금 서운한 듯 보였다. 어쩜 말도 없이 전학을 가냐고 한두 마디 투덜대고, 어느 학교로 갔는지 궁금해했다. 그래서 선생님께 여쭤보라고 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그러고는 끝이었다. 가끔 OO 이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친구에게 OO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 반가워는 했지만 굳이 찾지는 않았다.

나는 참 신기했다. 한 학기 내내 그렇게 붙어 다니고 놀더니 이렇게 금방 잊는다고? 그러다가 어른이 생각하는 '우정'이라는 것을 기대하기에 10살, 그것도 남자아이들에게는 이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살 남자아이들은 같이 있으면 둘도 없이 친한 친구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잘 어울려 노는 것 같았다. 이는 남자 어른인 남편에게서도 종종 보이는 모습이다. 

딸의 친구 관계를 살펴보면 2학년 때 친한 친구랑 다른 반이 되어서도 쉬는 시간마다 만나는 것 같았다. 지금은 3년 만에 같은 반이 되었는데 둘도 없는 단짝이다. 가만 보면 매일 붙어있으니 싸우기도 하고, 짜증도 나는 것 같은데 그래도 늘 같이 다닌다. 그런데 아들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노는 것 같다. 

여자인 엄마의 눈으로 봤을 때 아들의 친구 관계는 참 신기했다. 아직 어려서 깊은 우정을 쌓을 단계는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들은 자라면서 이런저런 친구를 만날 것이고,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우정'을 나누는 친구도 생길 것이다. 어찌 되었든 엄마의 기준대로 판단하지 않고, 잔소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라는 모습을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응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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