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육아에 대한 글에는 둘째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딸만 키웠다면 나는 '책대로 키우면 그렇게 자란다.'는 교만으로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둘째 아들을 키우면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 좌절하고, 나의 바닥을 보기도 하고, 내려놓기도 하며 많이 겸손해졌다. 그렇다. 나는 둘째 아들을 키우기가 딸보다는 힘들었고 그래서 성장하기도 했다.
여전히 둘째는 나에게 조금은 까다로운 아들이다. 유아기 때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누나랑 비교가 되어서인지 쉽지 않게 느껴진다. 그런 아들이 나를 울렸다.
3학년 어버이날 전, 아들이 일기장을 펼치고 심각하게 앉아 있었다. 3학년 선생님은 매일 일기를 쓰게 하셨기에 나는 숙제를 하나보다 하고 무심히 지나갔다. 아들은 가끔 일기장을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그날도 한참을 쓰던 일기장을 툭 내밀었다. 나는 '좀 길게 썼다고 칭찬받고 싶구나'라고 짐작하고는 웃으며 일기장을 읽었는데 펑펑 울고 말았다.
제목은 '엄마 아빠 고마운 점'
아이들을 끼고 키울 때, 너무 힘들다가도 '이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누구에게 받겠는가?' 생각을 했다. 내가 화를 내고 돌아서도 아이들은 금방 와서 달라붙는다. 나 같으면 다시 안 갈 것 같은데.. 엄마보다 아이들이 더 마음이 넓고 너그럽다. 내가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조건 사랑해준다.
아들의 일기를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둘째에게는 특히 미안한 기억이 많은데 아들은 좋은 것만 기억하고 있구나.. 숙제로 쓰기 시작했지만 한 바닥을 가득 매운 글을 읽으며 이렇게 깊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직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육아하며 아이들에게 많이 배운다.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엄마도 함께 자란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앞으로 더 아들에게 너그러운 엄마가 되어야지 결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