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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Dec 25. 2021

다시 또 후에로

2018년 후에 세종학당 1학기

2018년이 되고 다시 후에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비자 신청이 아닌 비자 연장만 하면 되었고 비자 연장은 금방 됐기에 2월 초에 바로 출국할 수도 있었지만, 설날은 보내고 출국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설날 연휴가 1주일인데, 보통 2주 동안 연휴를 즐긴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에는 마트도 식당도 거의 문을 안 연다. 2월 중순에 설이 끼어 있으니 그전에 가면 이래저래 불편한 게 많을 것 같고, 어차피 일찍 가도 학당에서 할 일이 딱히 없었다. 다음 학기 수업 준비만 하면 되는데 그건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으므로 설이 지나고 동료인 김 선생님과 같이 다낭 공행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다낭 공항에 도착하고 베트남 항공에서 비행기가 착륙할 때마다 틀어주는 'Hello Viet Nam' 노래가 나오자 반가운 마음이 차올랐다. 1년 전 처음으로 베트남에 왔을 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밀려들어오는 습기 가득한 더위에 당황했었다. 한국도 여름에는 무덥지만, 그건 차원이 다른 무더움이었다. 마치 사우나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이런 날씨에서 어떻게 2년을 살다 가나 첫날부터 참 걱정이 많았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두 번째로 왔을 때는 날씨조차 편안하게 느껴졌다. 겨우 2개월 동안 떨어져 있었다고 베트남이 그리웠는데, 'Hello Viet Nam'과 다낭 공항에 내리자마자 훅 들어오는 습기 머금은 더위가 '어서 와, 기다렸어!'하고 날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반가운 마음은 아주 잠시였고, 입국 심사를 받는 줄이 너무 길어 금방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 습한 더위 속에서 입국 심사만 1시간이 넘게 기다렸다. 사람이 많은 것도 있었지만 통과시켜 주는 속도가 느렸다. 엄청 까다롭게 심사를 하는 것은 아니었고 직원들이 여유가 넘치는 것이 문제였다. 그나마 덜 더울 때라 다행이지, 한여름이면 정말 짜증이 났을 것이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오자, 나와 김 선생님은 눈을 크게 뜨고 여권에 찍히는 사증 도장과 출국 예정 날짜를 유심히 봤다. 왜냐하면, 이것 때문에 작년에 한국으로 일시 귀국했을 때 크게 당황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명 작년(2017년) 4월 10일에 베트남에 들어올 때 1년짜리 취업 비자가 당당히 찍힌 여권을 들고 왔고 입국 심사 담당자도 그걸 봤다. 그런데 담당자가 사증란에 베트남 체류 기간을 2017년 4월 24일까지로 적은 것이다! 베트남은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최대 15일까지인데, 우리에게 취업 비자가 있는 것을 깜박하고 그렇게 써 버렸다.


우리는 여권 사증에 우리 귀국 날짜가 잘못 적혔다는 걸 정말 모르고 있었다. 언젠가 베트남에 있는 지인이 "선생님들 여권 사증에 입국 도장 찍을 때 잘 보세요. 내가 비자 기간이 거의 다 돼서 연장 신청을 했는데, 공항 직원이 내가 여기 15일만 체류하는 걸로 써 놨더라고요! 공항 직원 실수인데 내가 그거 때문에 불법 체류자 취급받아서 경찰서에 가서 조사도 받고, 결국은 한국에 다시 갔다 오라고 해서 갔다 왔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우리는 '아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 넘겼었다. 그런데 그 일이 우리한테도 생긴 것이다! 귀국 날짜가 잘못된 것을 언제 알았냐면, 2017년 12월에 한국으로 일시 귀국하기 위해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표를 받을 때 알았다. 그것도 참 웃긴 게, 똑같이 잘못됐는데 나는 문제없다고 바로 표를 받았고, 옆에서 다른 직원에게 체크인을 하던 김 선생님은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내 체크인을 담당했던 직원은 옆에서 문제가 생기자 내 여권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한테도 표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낭 공항 직원들이 와서 우리에게 왜 이제까지 출국 안 하고 있었냐고, 이건 문제가 된다고 했다. 우리는 이 상황도 황당했고, 적반하장의 태도에도 화가 났다. 그리고 전에 지인에게 들었던 이야기처럼 불법 체류자가 되어 경찰 조사도 받을까 봐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받은 취업 비자를 들이밀며 강하게 항의했다. 우린 적법하게 체류한 거고 이건 당신들 쪽의 잘못이라고. 그러자 공항 직원들도 당황해하면서 잠시 서로 이야기를 하더니, 체념한 표정으로 사증란에 적힌 체류 가능 날짜를 볼펜으로 2017년 4월 24일에서 2017년 12월 31일로 고쳤다. 그러더니 그냥 비행기 표를 주었다... 다행이었지만 정말 황당했다. 누구는 똑같은 문제로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는데 우리는 그냥 볼펜으로 쓱 고치고 끝이라니... 베트남은 되는 것도 안되고  안 되는 것도 되는 나라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들었는데, 이게 딱 그런 경우인 것 같았다.


이렇게 볼펜으로 고치면 끝


아무튼, 이런 이유로 우리는 입국 심사를 받을 때 심사관에게 여권에 찍힌 취업 비자와 비자 기간을 손으로 딱 짚으며 강조했고, 여권 사증란에 찍히는 도장을 유심히 봤다. 다행히 이번에는 제대로 했다. 제발 그런 실수 좀 하지 말길...



표지 이미지 출처 :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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