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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Feb 08. 2022

한국어 교원들의 목소리

한국어 교원의 현실 2

지난 글 : 멋있는 포장, 이면의 어둠. 한국어 강사 (brunch.co.kr)


지난 글에서 15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국내 한국어 교원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위상은 높아져 가는데 왜 한국어 교원의 처우는 변하지 않을까? 그 이유에는 교원들의 열정으로 수익을 내려는 기관의 욕심도 있지만, 그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어 교원의 처우가 이렇게 안 좋은 이유와 처우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교원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 한국어 교원의 처우는 왜 안 좋을까


아래는 OO시에서 운영하는 OO센터에서 낸 자원봉사 공고를 기관을 특정할 수 없게 재구성하여 쓴 것이다.

1. 모집 분야 : 평일 한국어 자원봉사자
2. 지원자격 : 한국어교원 자격증 소지자, 열정을 갖고 한국어 수업 및 센터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실 분.
3. 근무 조건
1) 기간 : 1년
2) 수업시간 : 매주 화요일 14시 ~ 16시


문제가 많은 공고이다. 한국어교원 자격증 소지자만 뽑는데 시간도 평일, 그것도 보통은 근무 시간인 2시에서 4시까지 한국어 수업을 할 사람을 자원봉사로 뽑는다. 이 공고를 낸 센터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영어와 중국어, 베트남어 등 다른 언어 강사 채용 공고도 냈다. 한국어 자원봉사자 채용 공고와 똑같을까? 영어로 된 공고지만 한국어로 번역해서, 역시 기관을 특정할 수 없게 재구성하여 써 봤다.

1) 모집 분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초급반/중급반)
2) 근무 시간: 매주 수요일, 목요일 19:00~20:30
3) 업무: 외국어 강의, 외국 사회 문화 강의
4) 근무 기간: 1년
5) 지원 자격: 합법적 비자를 소유한 원어민, 경력자(우대 사항), 한국어 가능자(우대 사항)
6) 급여:  수업 당 50,000원


다른 언어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급여를 받는 강사를 뽑았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말하자면, 이 기관에서 한국어 강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한 건 딱 한 번이다. 그 이후로는 낮은 시급이기는 하지만 한국어 강사를 채용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이런 공고를 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에서도 이런데, 일반 사설 기관의 현실은 언급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곳만이 아니다. 한국어 교원을 자원봉사로 뽑는 학원과 센터 공고가 많다. 봉사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경력이 없는 사람은 강의 경험과 경력을 쌓을 수 있고, 경력이 많은 사람은 재능 기부로 좋은 일을 하는 게 아닌가. 돈이 없는 등의 사정이 있어 한국어를 배우지 못하는 외국인 혹은 다문화 가정을 위해 능력 있는 사람들이 재능 기부를 하는 건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한국어 자원봉사를 뽑는 공고 중 몇 개를 보면 한국어 교원들의 재능 기부로 기관이 지출을 아끼려는 의도가 보인다. 위의 예시처럼 한국어는 자원봉사자로, 다른 언어는 돈을 주고 채용하는 경우도 있고, 학생들에게는 수강료를 받으면서 한국어 교원은 자원봉사자로 뽑는 경우도 몇 번 봤다. 모집 공고에 활동 혜택이라고 당연히 주어야 하는 자원봉사 경력 인증이나 강사 활동 인증서를 명시하는 경우도 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해 주는 곳은 양반이다. 교재비와 보증금이라고 오히려 돈을 받는 곳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 기관들은 대체 왜 한국어 교원 이렇게 대할까. 아마  "한국어는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가르칠 수 있으니까, 경력 쌓으려고 자원봉사라도 지원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으니까, 한국어 교원 대우는 옛날부터 이랬으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코이카 해외봉사단 국내 교육을 받을 때였다. 한국어교육 봉사단원끼리 모여서 한국어 수업 교안(교수 학습 지도안)을 작성하고 있었는데, 다른 분야 봉사단원 한 분이 우리를 보고 웃으며 이렇게 말하면서 지나가셨다.

"한국어 그거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가르치는 거..."


해외에서 일할 때, 근무하던 곳에 어떤 분이 잠깐 방문하셔서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분은 자신도 나중에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하시며, 나에게 "선생님은 국어국문과를 나오셔서 이 일을 하시는 거예요?"라고 물으셨다. 내가 학부는 국어국문과를 나왔지만 대학원은 한국어교육 전공이라고 하자, 그분은 놀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국어 교육 전공이요? 그게 대학교(대학원) 전공까지 있는 거예요?" 그분도 은연중에 이렇게 생각하신 것 같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쉽다고, 한국어는 한국 사람이면 가르칠 수 있는 일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한국어는 가르치기 쉬운 것도 아니고 한국 사람이라고 누구나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한 외국인 학생이 이유를 말할 때 사용하는 한국어 연결 어미 '-아서/어서'를 배웠다고 가정하자. '-아서/어서'를 설명하고 학생에게 문장을 만들어 보라고 하자 학생이 이렇게 썼다.


배가 고파서 식당에 갈래요?


위 문장은 틀린 문장이다. "배가 고프니까 식당에 갈래요?"라고 써야 한다. 한국어를 어려서부터 자연적으로습득한 한국인은 '-아서/어서'의 특징을 몰라도 언어적 직관(사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알아냄)이 있어 저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어가 외국어인 사람들은 다르다. 한국어 교원은 '-아서/어서'의 특징과 용법을 파악하고 이유를 나타낼 때 쓰는 다른 문법과 무엇이 다른지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효과적으로 설명해 주어야 한다.


참고 : 국립국어원 한국어교수학습샘터


어휘도 마찬가지다. 정서와 감정은 영어로 하면 모두 ' feeling(s), emotion, sentiment'이다. 이 단어를 똑같다고 설명하면 학습자는 이런 실수를 하게 될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내 정서는 사랑이야 / 김소월은 한국인의 감정을 시로 잘 표현한 시인이다.


'정서'는 민족과 언어 공동체의 감정과 생각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 심리나 성향을 말할 때 사용한다. '감정'은 정서에 비해 순간적인 심리적 반응이고 주로 희노애락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두 단어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한국인들은 두 단어의 의미 차이를 몰라도 실수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어 교원은 단어를 가르치기 전에 유의어와의 의미 차이를 파악해야 하고, 학습자들이 실수하지 않게 가르쳐야 한다. 어떤 것을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가르치는 일은 다른 일이다. 그리고 이런 설명을 한국어로 해야 한다. 국내 대학교 한국어 학당에서는 한국어를 한국어로만 설명하는 것이 원칙이고, 해외에 있더라도 한국어 원어민 교사라면 한국어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초점이 아니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어 교원은 한국어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전공 공부를 하고 논문을 쓰며 연구를 한다. 한 시간 수업을 위해 두세 시간은 기본으로 수업 준비를 한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어?"라고. 맞다. 쉬운 일은 없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 또한 그렇다.


"한국어 교원 처우는 옛날부터 그랬으니까"라는 인식도 한국어 교원의 처우 개선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어 교원들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부업으로 하기에는 괜찮지만 본업으로 하기에는 안 좋은 직업, 결혼한 여자가 하기에 좋은 직업(주 수입은 남편에게 의존하고, 시간 강사이기 때문에 집안일과 육아와 병행해서 할 수 있으니까), 자아실현 하고 싶은 돈 있는 사람이 하기 좋은 직업, 은퇴하고 나서 자원봉사로 하기에 좋은 직업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옛날부터 변하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현실적인 말이지만, 이런 현실에 맞추고 수긍하면 한국어 교원의 처우는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많은 교원들이 지금도 자긍심을 갖고 본업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어한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부당한 현실에 맞서야 한다.옛날부터 그랬다고, 바뀌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계속 바뀌어 간다. 한국어 교원의 처우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2. 한국어 교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목소리


2018년, 강원대학교는 한국어 강사 채용 공고를 내면서 기존 강사들도 모두 채용 과정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2년 동안 8번 계약을 연장한 한국어 교원을 교원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교원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채용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자격을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가 자격증이기에, 교원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 씨는 2016년 9월 국문학 학위와 2년 이상의 한국어 교육 경력을 인정받아 강의를 시작했다. 2018년 11월까지 매 학기 8회에 걸쳐 계약을 갱신했다. 3개월마다 계약하는 식이었다. 2018년 11월 말 가을학기가 끝났을 때였다. 최 씨는 동료 시간강사 1명과 함께 해고됐다.
... (중략)...
학교 측이 운영세칙 개정을 알리고 유예기간을 뒀다면 충분히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터였다. 최 씨는 “이 내용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은 채 공고를 내고, 기존 강사 모두를 채용과정에 포함시킨 것은 필요에 따라 사용하고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한 처사”라고 했다.
최 씨보다 두 달 앞서 한 전임강사 A 씨가 해고됐다. 지난해 2월에도 한 명이 해고됐다. 강사들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체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에 이어 중앙노동위까지 강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학교 측이 최 씨 등 3명에 대한 중앙노동위의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행정소송 1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노동위의 복직명령에 따라 강사들은 지난해 차례로 복직했다. 하지만 A 씨는 지난 8월 또다시 해고됐다. 학교 측은 4년 전 국제어학원 채용과정을 문제 삼았다.

기사 출처 : 한국어 인기에도 웃을 수만은 없는 ‘한국어 선생님’ - 경향신문 (khan.co.kr)


하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 애초에 강원대학교에서 교원을 채용했을 때 교원 자격증이 필수가 아니었으니 자격증이 없는 교원이 채용되었을 것이다. 교원 자격증이 없는 것이 문제라면 그 교원을 2년 동안 계속 고용한 학교도 잘못이라는 건가? 교원은 본인이 잘못이 아닌 이유로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예고 없는 해고(계약 연장 불가)라는 갑질은 한국어 교육 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에, 안타깝게도 많은 교원들은 항의도 제대로 못하고 물러난다. 하지만 강원대 한국어 교원들은 학교의 일방적인 갑질을 그냥 수긍하지 않았다. 강원대학교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했고, 재판부는 1심과 2심 모두 한국어 교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강원대학교는 결과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 교원들은 학교를 상대로 3년 넘게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참고 기사 : 강원대, 한국어강사 부당해고 소송 1ㆍ2심 패소…윤영덕 "대법 상고 무리수" - 로리더 (lawleader.co.kr)

  

2019년,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에 가입한 대학교 한국어 학당 교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출처 :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한국어 교원들이 처우 개선을 위한 시위를 시작했을 때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데 거기는 그나마 낫겠지. 시급도 괜찮게 준다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서울대 한국어 교원을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서울대학교 또한 다른 대학 기관과 다르지 않았다. 시급이 높은 편이라도 학부 시간 강사의 절반도 안 되었고, 시수도 주 14시간 이하였다. 그리고 십 년 이십 년 강의를 해도 학기마다 재계약을 해야 했다. 수업 외 노동시간은 인정되지 않았고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복지 혜택도 받지 못했다.


(참고 : ‘강사’도 ‘노동자’도 아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 계약직 강사들 처우 개선 시위 - 경향신문 (khan.co.kr))


서울대 언어교육원은 20여 년 전부터 한국어 강사들을 시간강사로 계약해왔습니다.
[A씨/서울대 어학교육원 강사]
"총장 발령 시간강사로 돼 있어요. 9년 동안 여기서 일했는데 6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하며 계약직 시간강사로 간주가 된 거죠."
그런데 최근 자신들이 시간강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교육부, 노동부 등에 알아보니 한국어 강사는 교육법상 '강사'가 아닌 일반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것.
그렇다고 노동자 대우를 받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일반 노동자라면 최저시급, 수당 같은 임금 체계부터, 2년 이상 일하면 무기계약직이 돼야 하는데, 서울대 한국어 강사 80명 가운데 39명은 2년 이상, 심지어 10년 넘게 일했는데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이 돼도, 합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강의료는 일반 시간강사의 절반밖에 안됩니다.

기사 출처 : 한류 열풍 단물만 '쏙'… 한국어 강사는 '고용 불안' (imbc.com)


경희대학교는 수년간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한국어 교원을 채용해 왔다. 기사에 따르면 강사 100명 중 80명을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근로계약서는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인데 이마저도 쓰지 않고 강사를 채용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원들의 투쟁으로 2020년 5월 결국 전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되었다. 서울대학교도 2020년 3월 한국어 교원 75명 중 36명이 자체 직원 자격으로 무기계약 전환이 되었다.


참고 기사 : [단독] 경희대 '갑질' 토로한 한국어 강사들, 분통 터뜨린 내막 < 단독기사 < 월요연재 < 기사본문 - 월요신문 (wolyo.co.kr)


경희대학교 한국어교원 (좌)/ 서울대학교 한국어교원(우) 출처 : 전국대학노동조합 홈페이지


연세대학교 한국어 학당도 작년부터 교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연세대학교는 국내 한국어 교육 기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다. 1959년에 '연세대학교 한국어 학당'을 개원한 후부터 지금까지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1학년도 봄학기까지 151개국에서 146,520명이 한국어 학당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기관을 흔히 '한국어 학당'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연세대학교 한국어 학당'의 영향이다. 그만큼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 연세대학교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그러나 그 위상과는 다르게, 한국어 학당 교원들의 처우는 다른 기관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대학교 한국어 학당 교원의 시급이 평균 3만 원인데, 연세대학교 신입 교원은 시급 27,000원을 받는 등 더 안 좋은 면도 있었다. 20년을 넘게 일한 교원도 연봉 1,500만 원이 넘지 못한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로는 학생 수의 감소로 교원의 시수도 줄어들어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석박사 학위가 있는 교원들의 월급은 겨우 90만 원 정도였다. 급여가 이러한 것도 놀라운데, 연세대 한국어 학당이 자랑하는 한국어 교재들도 교원들의 열정 페이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학교는 교원들에게 60만 원을 지급하고 단기간에 제작할 수 없는 교재를 제작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참고 : 연세 편집 위원회 님의 브런치 <128호>이름을 찾는 사람들 (brunch.co.kr) )


출처 :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강사 노조 인스타그램


연세대학교 한국어 학당은 그동안 교원들에게 교안 연구 및 회의 시간을 수업 시작 전 20분으로 공지하고 의무적으로 참여할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이에 강사 노조는 교안 회의 시간을 강의 외 노동 시간으로 인정하고 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를 했다. 교안 회의란 같은 수업을 맡은 강사들이 모여 수업할 내용을 연구하고 교안을 작성하고 효과적인 수업 방안을 위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회의이다. 지난 글에서도 말했지만, 무급으로 강제로 하게 하는 것이 문제이지 교안 회의나 교원 회의 등이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수업과 관련된 수업 외 근무는 학생과 좋은 수업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학교는 교원들이 교안 회의 시간에 대한 임금을 요구하자, 교안 회의를 자율화하고 무임금을 주장했다. 교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기 위해, 즉 지출을 아끼기 위해 교육 신념을 포기하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일을 한 것이다.


연세대학교 한국어 학당 교원들은 작년에 165일간 피켓 시위를 이어 갔고, 지금도 한국어 교원의 마땅한 권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3. 정부도 나서야 한다.


출처 : 전국대학노동조합 홈페이지


한국어 교원의 처우 문제는 한국어 교원이라는 직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어의 세계화는 대한민국 정부의 국책사업이다. 정부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세계로 더욱더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어, ‘신한류’로 세계에 확산한다' 라는 주제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한국어 확산 계획을 발표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말과 한글 확산을 위한 계획 수립, 3대 추진전략 9대 과제 제시>
 1. ‘똑똑한 한국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한국어 확산 기반 형성 : 한국어 표준 교육과정 정비와 교재 인증제도 도입으로 질 좋은 한국어 학습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한국어 교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한국어교원자격제도를 개선한다. 한국어-외국어 병렬 말뭉치 구축*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학습 기능 등으로 똑똑한 한국어학습을 지원한다.
2. ‘친절한 한국어’: 대상별, 목적별 맞춤형 한국어 경험 지원 : 한국어 학습 배경과 학습자의 특성을 분석해 알맞은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학습자 외에도 학계·산업계 등 다양한 한국어 유관 업계를 고려한 지원 정책을 펼친다. 해외에서 더욱 많은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도록 물적 기반을 확대한다.
3. ‘친근한 한국어’: 우리말과 한글의 대외 노출 기회 확대 :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가 보이고 들릴 수 있도록 그 접근성을 높인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중심으로 하던 지금까지의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어 확산 방법을 다각화한다.


좋은 계획이다. 한국어 교원의 처우 개선에 대한 계획은 없다는 것을 빼고는 말이다. 교원을 위한 정책 계획에는 교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재교육, 학술대회 지원 등만 나올 뿐이다. 한국어 교원의 처우 개선에 대한 요구는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를 포함한 정부 기관에서도 이런 현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문체부는 이번 계획을 바탕으로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한국어 확산과 직접 연관된 2021년 정부안 예산도 2020년 대비 39% 증액한 555억 원을 확보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국어 학습 열풍을 고려할 때, 한국어 확산은 우리 문화와 산업의 대외 확장과 우리나라의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문체부 박양우 장관은 “이제 한국어는 명실상부 한류의 한 갈래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라며, “우리 문화, 경제의 대외 확장의 기반이자 우리 국민의 자긍심의 원천인 우리 말과 글이 세계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맞다! 한국어는 우리 자긍심의 원천이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그런데 정작 그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원의 처우가 이렇게도 안 좋은 것은 모순이다. 그리고 한국어의 세계화를 부르짖는 정부가 한국어 교원의 처우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모순이다. 양질의 교육이라는 열매는 양질의 땅에서 결실을 맺는다. 한국어 교원은 한국어 교육을 싹 틔우는 땅이다.



<정보,사진 출처>


[단독] 경희대 '갑질' 토로한 한국어 강사들, 분통 터뜨린 내막 < 단독기사 < 월요연재 < 기사본문 - 월요신문 (wolyo.co.kr)

한류 열풍에도…한국어 강사는 ‘고용 불안’ [뉴스+] - 세계일보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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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노조 뉴스 (kuwu.or.kr)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노조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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