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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Feb 21. 2022

봄날의 문화 수업

2018년 후에 세종학당 1학기

3월 교원 회의 때, 학당장님이 우리에게 수업 시간이 좀 넉넉하면 남는 시간에 문화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세종한국어 교재는 보통 한 권에 60시간 수업을 한다. 후에 세종학당은 한 주에 6시간 총 10주가 한 학기여서 딱 60시간 수업을 한다. 하지만 시험을 보는 시간이 있으므로 사실 60시간으로 한 권을 끝내기에는 조금 빠듯하기 때문에 남는 수업 시간이 별로 없다. 하지만 문화 수업은 학생들도 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수업 시간은 좀 넘더라도 문화 수업을 해 보기로 했다. 


3월 말에는 초급 1A(세종한국어 1권) 아침반 학생들에게 한복 입고 절하기 수업을 했다. 세종한국어 1권 문화 1 파트 주제가 '한국인의 인사법'인데,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명절에 어른들께 절하는 방법도 설명하면 좋을 것 같았다. 학생들은 한 명만 남자고 모두 여자였다. 남자 한복 한 개와 여자 한복 몇 개를 수업 전에 준비하고, 본 수업이 모두 끝난 후 교실 바닥에 스펀지 한글 퍼즐 매트를 깔았다. 그리고 남학생과 여학생 한 명을 앞으로 불러 한복 입는 방법, 옷고름 매는 방법, 절하는 방법을 알려 준 후 시범을 보이게 했다.


한복 입고 절하기


모든 여학생이 동시에 한복을 입을 만큼 한복이 충분하지 않아서, 여학생들은 돌아가며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질서는 지켜 가며 입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한복을 입고 싶어 했다. 그렇게 돌아가며 한복을 입고 절하는 연습을 하고, 또 한복 치마를 옆으로 잡아당기는 등 여러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한복을 입고 좋아하는 학생들을 보니 한국 사람이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나도 한복을 거의 안 입는다는 게 좀 반성이 되었다. 작년에 후에 세종학당에서 한복 입기 문화 행사를 했을 때 딱 한 번 입어 보고, 그 전에는 10년 전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전통 예절 수업을 했을 때 입어본 게 끝이었다. 예쁜 한복을 하나 사서 간직하고 싶었지만 한복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다. 한복이 싸다면 정말 일상복처럼 부담 없이 살 텐데... 


초급 1A반 저녁 수업 때도 한복 입고 절하기 문화 수업을 하고 싶었지만, 저녁 때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못했다. 아침 수업은 학생이 13명밖에 안 되고 정규 수업 시간도 11시에 끝나지만, 저녁은 7시 반에 끝나는 데다가 학생 수도 많다.  문화 수업을 했다가는 최소 8시 반에 끝날 텐데 그럼 너무 늦어서 학생들이 저녁도 못 먹는다. 아침반과 저녁반을 차별하는 것 같아 많이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4월 초에는 중급 2A(세종한국어 7권) 반 학생들과 색종이로 한복 접기 수업을 했다. 중급 2A는 저녁 반이지만 수업 시간이 30분 정도 여유 있게 남았고 학생 수도 적었다. 마침 작년에 색종이 한복 접기 문화 행사를 하고 남은 키트가 10개 정도 있어서 중급 2A 학생들에게 하면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한복인 마고자와 여자 한복인 치마저고리를 접고 카드를 만드는 키트였다. 작년에 했던 것처럼 PPT로 한복을 간략하게 설명한 후 한복 접는 방법을 알려 준 후 접게 했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 복잡해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어 학생들에게 "여기까지 하고 다음 시간에 이어서 할까요?"라고 말했지만 학생들은 도전 정신을 가득 담은 눈으로 꼭 다 만들고 갈 거라고 했다. 나는 또 여기저기서 "선생님,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제 거 한번 봐주세요!", "선생님.... 저 잘못한 거 같아요." 이렇게 불러대는 소리에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한복 접기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모든 학생들이 만들기를 성공했다. 학생들은 배고픈 건 상관 안 하고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자기가 만든 것도 찍고 친구랑 같이 찍고 단체 사진도 찍고... 결국 나도 9시가 다 되어서야 저녁을 먹었지만 그래도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정규 수업보다 문화수업이 몸은 힘들어도 학생도 나도 재미있다. 나중에 또 시간이 남아서 학생들과 문화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복 접기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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