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후에 세종학당 1학기
내가 살던 후에는 도시지만 시골에 가까운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다이노이(고궁)와 그 주변 문화재, 유적지들이 많기 때문인 듯하다. 후에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는데, 고궁이 있는 구시가지는 고궁의 경관을 지키기 위해 개발이 힘들고, 건물도 낮은 건물만 지을 수 있다. 그렇다고 신시가지라고 해서 개발이 많이 된 건 아니었다. 아파트도 거의 없고, 그나마 높은 건물은 소수의 5,4성급 호텔 몇 개가 다였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쇼핑을 할 수가 없었는데, 쇼핑이라고 하면 빅씨(Bic C)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여행자 거리 가게에서 기념품이나 개성 있는 옷과 가방을 아이쇼핑 하는 게 다였다. 정말 쇼핑을 하려면 다낭까지 가야 했다. 그런데 드디어 후에에서도 쇼핑할 곳이 생겼다. 빈컴 쇼핑 센터가 들어온 것이다!
빈컴 쇼핑 센터와 5성급 호텔인 빈컴 호텔이 후에 중심부에 들어왔다. 호텔은 크지만 쇼핑 센터는 5층밖에 안 되었다. 하지만 후에에서 보지 못한 완벽한 현대식 쇼핑 센터였다. 식당들도 체인점들이 많이 들어왔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 집도 들어왔다. 기존에 후에에 있던 한식집에서는 제육볶음이나 김치찌개, 고등어백반과 같은 클래식한 것들만 팔았었는데 이번에 들어온 한식당은 신세대들의 입맛을 저격한 닭갈비, 라면 사리 넣은 부대찌개 등도 팔았다. 빅씨 마트보다 훨씬 깔끔하고 체계적인(대신에 좀 더 비싼) 마트, 단정하고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옷가게와 레스토랑 등도 생겼다. 옛스러운 느낌의 후에도 좋았지만, 후에에서 진짜 도시 느낌을 경험하는 것도 반갑고 좋았다. 나중의 일이지만 10월 하반기에 파견 교원이 새로 오셨는데, 한국과 너무 다른 후에의 생활 풍경에 조금 힘들어하셨다. 그 분이 파견되고 2주 정도 지났을 때 빈컴 센터에 같이 왔는데, 들어오자마자 감탄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정도로 빈컴 센터는 후에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은 현대적인 곳이었다. 무엇보다도 맘놓고 안심하며 먹을 수 있는 깨끗한 식당, 맛이 보장된 프렌차이즈 식당이 많이 생긴 게 좋았다. 나와 김 선생님은 빈컴 센터가 오픈하고 며칠 뒤에 피자 파스타를 먹으러 갔다. 그동안 후에에서 먹었던 파스타는 맛이 없었다. 그런데 역시, 프렌차이즈는 어느 정도의 맛은 보장이 된다. 다른 데서 먹었던 피자나 파스타보다는 맛있었다.
2018년 1학기가 종강했다. 종강하는 날에 맞춰 빈컴 센터에서 놀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이번에도 역시 수료식 준비를 했다. 후에 세종학당은 1년에 3학기를 운영하는데, 학기마다 한 번씩은 문화행사를 한다. 학기 중에 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수료식과 문화행사를 같이 한다. 2018년 1학기 문화행사 주제는 '한국의 단오'였다. 후에 세종학당의 운영기관은 BBB코리아에서 간사님과 이사님이 직접 와서 진행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행사 준비는 힘들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사회자가 되어 행사를 진행해야 해서 긴장이 되었다. 그 전에도 문화행사 때 사회는 본 적이 있지만, 행사 사회는 할 때마다 긴장이 되는 것 같다.
사회를 봐야 한다는 걱정을 하면서도 학생들과 종강 파티를 즐겼다. 이번에도 학생들과 식당과 카페를 다녔고 노래방도 갔다. 식당에서 학생들의 추천으로 옥수수주스(?)를 마셨다. 후에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음료라고 한다. 그 전에도 식당에서 가끔 봤었고 먹어 본 적도 있었는데, 맛은 있었다. 다만 내가 음료수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한 잔만 마시고 마는 정도였는데, 학생들이 너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옥수수주스를 권해서 연기를 좀 해야 했다.
학생들은 자기들이 추천한 음료수를 내가 아주 맛있게 먹자 크게 만족했고, 나는 결국 음료수를 집에 사 와서 오랫동안 찔끔찔끔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