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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May 23. 2022

방학 시작! 호찌민 달랏 여행!

2018년 후에 세종학당 2학기

2학기가 끝나고 수료식을 했다. 수료식 때는 내가 초급 회화 수업 때 했던 한국 전통 등 만들기 체험을 했다. 초급 회화 때는 민화로 장식하는 육각 등과 한지로 장식하는 사각 등을 만들었는데, 수료식 때는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니 사각 등 하나만 하기로 했다. 사각 등 만들기를 시작하기 전, 미리 만들어 논 사각 등에 불을 켜고 보여주니 학생들이 눈을 반짝이며 빨리 만들고 싶어 했다.


전통 등 만들기는 방법이 복잡해서 초급 회화 시간에 했을 때도 학생들이 보내는 도움의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그때는 10명이 좀 넘었는데도 정신 없었는데, 이번에는 몇십 명이 하는 데다가 방법을 아는 사람이 나, 그리고 나와 같이 미리 연습을 해 본 선생님 두 명뿐이었기에 단단히 각오를 했다. 수료식 전에 사각 등 만들기 연습을 하면서 과정을 일일이 촬영하고 당일 ppt로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했지만, 역시나 곳곳에서 나를 불러댔다. 

수료식 전에 전등을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촬영했다.


"선생님, 이거 맞아요?" , "이 종이는 어떻게 붙여요?", "선생님 어려워요!", "저 잘했어요?", "이거 여기 붙이는 거 맞아요?", "도와주세요 ㅠㅠ"


한국어를 못하는 학생은 그저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만들던 전통 등을 내밀고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했다. 나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바쁘게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녔고, 잘못 만든 학생들은 내 손에서 문제가 해결되는 걸 보고 "우와~"하며 감탄했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닌데 전문가가 된 거 같아서 우쭐했다. 그렇게 모든 학생들이 전통 등을 다 만든 후에 등을 켜니, 사방에서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뿌듯한 수료식이었다.


학생들의 작품과 수료식 케이크


수료식이 끝나고 마음이 설렜다. 8월에 나 홀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쓸 수 있는 휴가는 주말 포함 겨우 6일인데,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호찌민과 달랏으로 가기로 했다. 호찌민을 선택한 이유는 거기가 베트남에서 제일 큰 도시이기 때문이었다. 도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후에를 벗어나서 도시의 느낌을 좀 받아 보고 싶었다. 한인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하고 싶었고,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빵도 좀 실컷 먹고 각종 먹을거리가 잔뜩 있는 뷔페도 가고 싶었다. 또 소문의 랜드마크 81 건물도 가고 싶었다(랜드마크 81 건물은 베트남에서 제일 높은 건물로, 2018년 여름에 완공되어 사람들에게 오픈이 되었다.). 두 번째 여행지로 달랏을 선택한 이유는 달랏이 날씨가 좋고 조용한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라고 들어서이다. 후에는 날씨가 좋을 때는 아주 가끔이고, 숨이 턱 막힐 만큼 습기 차게 덥거나 비가 오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리고 매일매일 들리는 오토바이 소리와 집 근처 얼음공장 돌아가는 소리 좀 그만 듣고 싶었다. 


그렇게 여행을 떠났다! 비행기를 타고 호찌민에 도착해서 드마리스 뷔페부터 갔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뷔페를 정말 좋아해서 한국에 있을 때도 나 혼자 가끔 뷔페에 갔다. 후에에 뷔페는 호텔 조식 뷔페밖에 없다. 그런데 온갖 산해진미와 디저트가 가득한 뷔페 음식을 먹으니 입이 춤추는 거 같았다. 내 식욕만큼 위가 크지 않은 사실이 억울했다.


뷔페에서 실컷 배를 채운 다음에는 한인 미용실로 가서 파마를 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베트남 현지 미용실에서는 머리에 안 좋은 싼 약품을 쓴다는 말도 있었고, 무엇보다 말이 안 통하니 내가 원하는 스타일과 다르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인 미용실인 '힌트 헤어'라는 곳에 갔다. 그냥 베트남 한인 카페에서 검색한 미용실 아무 데나 예약한 건데 알고 보니 베트남 연예인들도 자주 방문하는 유명한 곳이었다. 사장님께서 직접 내 머리를 해 주셨는데, 나는 원래 머리 할 때 말을 안 하는 편인데 동료 파견 교원 이외의 한국 사람과 얼굴 보고 대화하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사장님이 입담이 좋으셔서 그런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했다. 가격은 한국 미용실 가격하고 비슷한 정도로 비쌌지만 머리 스타일도 정말 마음에 들게 나왔고 사장님 포함 직원들도 정말 친절해서 만족했다.


호찌민 거리는 축구 응원으로 난리였다. 이날이 바로 아시안컵 한국-베트남전을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쇼핑몰에서는 '한-베 축구 기념'이라고 20% 세일 행사도 했고, 베트남 회사들은 4시에 하는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3시에 퇴근할 정도였다.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베트남 국기를 달고 부부젤라를 불며 다니고 카페나 공원 대형 티브이에서 다 같이 축구를 보는데, 혹시나 베트남이 대패하거나 경기 중에 베트남 선수가 안 좋은 일을 당하면 괜히 한국 사람인 내가 눈치를 보게 될까 봐 걱정도 됐다. 이런 이유도 있고, 한국은 이미 아시아 축구계에서는 강자였지만 베트남은 이제 막 국제 대회에서 승리를 맛보고 있었기에 베트남이 이기길 바랬는데, 결국 3:1로 지고 말았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축구에서 졌어도 환호성을 지르며 밤늦게까지 거리를 활보했다. 머리도 예쁘게 잘 됐고, 호텔에서 여유롭게 맥주를 마시며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간간이 들리는 환호성과 부부젤라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박항서 감독과 축구 인기


다음 날에는 유명하다고 소문난 빵집에서 아침을 먹고 빈컴 랜드마크 81 건물로 갔다. 원래 전망대를 가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완공이 된 게 아니라 1~4층만 개방이 된 것이고 전망대는 갈 수 없었다. 언젠가 여기 다시 와 볼 날이 있을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달랏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빈컴 랜드마크 81, 달랏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찍은 호찌민 야경


밤 비행기라 달랏 공항에도 밤에 도착했다. 내가 예약한 샘 투옌 람 리조트는 공항에서 택시로 30분은 산속을 타고 가야 하는 곳이라, 밤중에 여자 혼자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은 좀 무서웠다. 게다가 가는 길이 정말 불빛 하나 없는 길이었다. 오토바이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는 조용한 곳을 원해서 산속에 있는 곳으로 예약했는데, 이 순간만큼은 괜히 예약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냥 택시 기사를 믿고 택시를 타고 갔다. 기술의 발달로 구글 지도를 통해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을 할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나는 은근히 내가 구글 지도를 보고 있다는 것을 기사가 볼 수 있는 각도로 핸드폰을 들고 택시를 타고 갔다. 


30분 정도 지나고 샘 투옌 람에 도착하자 안도감이 확 들었다. 생전 처음 오는 곳이 집 같이 느껴졌다. 로비로 들어가자 직원이 친절한 미소로 맞으며 나를 숙소로 안내해 줬다. 그동안 호텔은 많이 다녔지만 별채가 따로 있는 리조트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기대를 좀 하고 들어갔는데, 아 이런.... 벽지에 군데군데 곰팡이가 들어 있다. 선반이나 화장실 바닥을 보니 먼지도 있었다. 숙박한 사람이 오랫동안 없었나? 그래도 일단 너무 늦은 밤이니 대충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리조트를 둘러봤다. 방 안은 좀 별로였지만 정원은 정말 예뻤다. 꽃과 정원으로 유명한 달랏 답게 사방을 꽃으로 조화롭게 꾸몄다. 정원도 예뻤고 호수를 바라보며 탈 수 있게 만든 그네도 분위기 있었다. 방 안을 보고 실망한 마음이 정원을 보고 풀렸다. 나이 들면 이런 곳에 별장을 짓고 아늑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달랏 숙소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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