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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Jun 12. 2022

중급 회화 수업

2018년 후에 세종학당 3학기

이번에는 학기에는 정규 과정인 세종한국어 수업 말고도 회화 3 수업을 맡았다. 2017년에 세종한국어 회화 1,2(초급) 시범 수업을 했고 2018년부터 정식으로 수업을 시작했는데, 2018년에는 세종한국어 회화 3,4(중급) 시범 수업을 실시했다. 중급 과정을 공부하는 학생 중에 말하기가 부족한 학생들이 있었고, 학기가 개강하는 시기와 시범 수업을 운영하는 시기가 맞아서 세종한국어 회화 3 시범 수업을 신청했다. 회화 3 수업은 시범 운영이기 때문에 수강료와 책이 무료이고 평가도 없다. 수업이 끝나고 시범 수업 보고서만 작성하면 되었다. 새로운 수업은 언제나 준비할 것도 많지만 재미도 있다. 지난 학기 초급 회화 시간처럼 이번에도 회화 수업을 재미있게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화 3은 학생들에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소수만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무료 수업이라 그런지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신청을 했다. 기존 세종학당 학생뿐만 아니라 후에 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를 전공하는 학생 3명도 추가로 신청했다. 친구가 세종학당에 다니는데 중급 회화 수업이 생겼고 게다가 무료라고 해서 신청했다고 한다. 원래 받기로 한 정원이 초과되었지만 그래도 수업을 꼭 듣고 싶다고 하는 학생을 외면할 수 없어 회화 3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수준이 되면 그냥 받았다.


회화 1,2 수업을 이미 해 봤지만 중급 단계는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수업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교재에 있는 대로만 수업을 해도 되지만, 회화 3을 신청한 기존 세종학당 학생들은 말하기 활동이 많이 필요한 학생들이었고 회화 수업을 듣기 위해 세종학당에 새로 등록한 후에 외국어대학교 학생들에게도 특별한 수업을 해 주고 싶었다. 이미 지난 학기에 회화 3 시범운영을 해 보신 동기 선생님께 어떤 식으로 하셨는지 여쭤보니, 교재 뒤에 있는 쓰기 활동 주제로 학생들에게 발표를 시켰다고 하셨다. 그냥 발표만 하는 게 아니라 발표 후에 교사와 친구들이 발표자에게 질문을 하고, 말하기 평가를 하는 것처럼 평가도 했다고 하셨다. 좋은 방법 같았다. 발표 전에 원고를 써야 하기 때문에 말하기와 쓰기 연습을 모두 할 수 있고, 처음에야 긴장을 하겠지만 나중에는 학생들이 말하기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외국어는 자신감이다. 아무리 외국어를 잘해도 자신감이 없으면 말을 못 하는 것처럼 보이고, 좀 서툴러도 자신감 있게 말하면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말하다 보면 실제로도 말하기 실력이 늘고 말이다.


그래서 회화 수업은 한 단원이 끝나면 학생들에게 쓰기 숙제를 줬다. 그리고 숙제를 한 번 수정해 준 다음에 다음 단원 시작 전에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하게 했다. 그리고 발표를 할 때마다 평가를 하고,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을지 피드백을 해 줬다.

 

"앞으로 내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해서 쓴 학생의 발표문. 수정 전.
발표 평가지

학생들은 처음에는 부담을 많이 느껴 발표를 제대로 못했지만, 수업을 할수록 실력이 좋아졌다. 긴장도 덜 하고 발음도 점점 좋아졌다. 일부러 사기 진작을 위해 다음 발표를 할 때마다 점수를 조금씩 올려 줬는데, 그게 효과가 있었다. 학생들은 조금씩 올라가는 자신의 점수를 보며 좋아했고, 자신감을 얻어 가는 듯했다.


중급 회화반 학생들


다른 수업도 문제없이 잘 진행되었다. 다만 이번이 나의 마지막 학기라서 학생들도 나도 시간이 갈수록 아쉬워하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몇몇 학생들은 베트남에 계속 있을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물어봤다.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기에 방법이 없지만, 있다고 해도 돌아가야 했다. 대학원을 휴학하고 온 상황이기 때문에 수업도 듣고 논문도 써야 했다. 이미 석사 논문을 쓰신 선생님들이 조언해 주시길, 논문 자료를 현직에 있을 때 모아놔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어떤 논문을 쓰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주말에는 선행 논문을 읽고 수업 때 학생들이 제출한 자료들을 모으며 귀국 후를 준비했다.


2018년 하반기 파견 교원 선생님이 파견 오셨다. 그리고 후에 세종학당 학생들에게 K-POP댄스를 가르쳐 줄 대학생 인턴 선생님도 오셨다. K-POP 수업은 장소와 시간 문제상 정규 수업이 모두 끝난 7시 반에 시작했는데, 학생들은 늦은 시간에도 열정적으로 춤을 배웠다. 여럿이 맞춰서 춤을 추는 것을 보니 조금 엉성해도 멋있어 보였다. 나도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간단한 동작을 해 봤는데, 내가 몸치라는 사실만 알게 되었다. 체면을 챙기려면 시도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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