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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Jun 22. 2022

글짓기 대회 및 케이팝 경연 대회

2018년 후에 세종학당 3학기

오랜 시간 준비해 온 '베트남 전국 세종학당 글짓기 대회 및 케이팝 경연 대회'가 10월 6일부터 1박 2일로 열렸다. 작년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후에 세종학당은 대회 2주일 전부터 엄청 바빠졌다. 기념품 준비, 장소 알아보기, 대회 세부 일정 다시 논의와 업무 분장 등등 할 일이 많았다. 운영 요원의 할 일이 훨씬 더 많았고, BBB코리아 세종학당 담당 간사님이 미리 오셔서 준비를 같이 했기 때문에 내가 할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옆에서 바쁘게 일하는 것을 보고 미안해질 정도였다. 


2018년에 국제교류처 건물 확장 공사를 완료했다. 작년부터 세종학당 사무실 바로 앞에서 매일매일 공사를 해서 공사 소음에 많이 시달렸었다. 원래 이어폰으로 음악을 잘 듣지 않고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쓰는 건 지양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공사 소음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이어폰을 내내 달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2018년 여름부터 그동안 견뎌 온 공사의 덕을 봤다. 후에 세종학당 바로 앞 공간이 훨씬 넓어지 데다가 바로 앞에 강당이 생기고, 새로 생긴 건물 발코니에서 후에 경치를 훤히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딱 대회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작년에는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의과대학 강당에서 대회를 했는데 이번에는 사무실 바로 앞에서 대회를 하니 너무 좋았다. 발코니도 있어 손님들이 대회 중간중간 나와서 경치 구경도 할 수 있고 말이다. 그리고 손님들 숙박 장소도 학당 바로 옆,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잠시 묶었던 그린 호텔로 정해서 정말 편했다.


이번 대회부터는 케이팝 경연 대회를 새로 시작했다. 먼저 각 학당 대표 참가 학생들이 유튜브로 케이팝 춤이나 노래 동영상을 올렸고, 거기에서 제일 많은 조회수와 좋아요를 받은 학생들이 본선 대회인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이렇게 8개 팀이 본선에 올라왔는데 아쉽게도 후에 세종학당 학생은 올라오지 못했다.


행사 날이 되었다. 아침에 하노이, 호찌민, 꾸이년, 껀터 등 9개 세종학당에서 참가자들과 인솔 교사들이 올 예정이었다. 나는 자원봉사자 학생들과 같이 후에 국제공항으로 손님들 마중을 하러 나갔고, 다른 선생님들은 그린 호텔 로비에서 준비를 했다. 호텔에 안내 데스크를 설치하고, 기념품과 옷, 명찰 등을 배치하는 등 학당과 호텔에서 하는 일이 훨씬 힘든데, 공항 마중 팀은 손님들이 오기 전까지는 여유가 있어 바쁜 중에 노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나와 학생들은 공항에서 기념사진을 여러 장 찍으며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공항에서 돌아와 호텔 팀에 합류해 또 바쁘게 일을 하자 어느덧 저녁 만찬 시간이 되었다. 만찬 때는 각 학당 선생님들이 학당 소개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어떤 선생님은 PPT까지 정성스럽게 만들어 와서 발표하셔서 감탄했다. 만찬을 즐기며 베트남 및 한국 전통 무용 공연도 보고 한국 문화 퀴즈 행사도 했다. 각 학당 학생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퀴즈를 풀어 분위기가 좋았다.



환영식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였다. 내 옆에서 축하 공연을 같이 보던 자원봉사자 학생 응아 씨가 나에게 제안을 했다. 


"선생님, 우리 Người Hãy Quên Em Đi 같이 불러요!"


'Người Hãy Quên Em Đi'는 내가 좋아하는 베트남 가수 미떰(Mỹ Tâm)이 부른 노래인데, '이럴 거였니'라는 제목으로 한국어 버전 노래도 있다. 수업 시간에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가끔 부른 노래인데 나와 불러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못한다며 웃어넘겼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 내 임기도 3달밖에 안 남았다. 응아 씨, 그리고 옆에서 노래를 하라고 부추기는 학생들은 내가 후에 세종학당에 처음 왔을 때부터 가까이 지낸 학생들이었다.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노래를 불러 보기로 했다.

 


응아 씨가 먼저 한국어로 부르고, 이어 내가 베트남어 부르는 식으로 번갈아서 노래를 불렀다. 내가 베트남어로 노래를 부르자 관객들이 환호했다. 우리 학당 학생 빼고는 한국인 선생님이 베트남어로 부를 줄 예상 못했을 것이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물론 잘 불러서 그런 건 아니었다. 응아 씨는 잘 불렀는데 나는 못 불렀다. 갑자기 특별 공연을 하겠다고 해서 행사 내용을 변경한 것도 노래를 못 부른 것도 같이 행사를 준비한 후에 세종학당 선생님들한테 미안했지만, 학생들과 손님들이 진심으로 좋아해 줬고 임기가 별로 안 남은 시점에 특별한 추억을 쌓게 되어서 좋았다. 


다음 날, 드디어 글짓기 대회 밑 K-POP경연대회가 시작되었다. 오전 8시부터 9시까지는 글짓기 대회를 진행했고, 10시부터는 K-POP 경연대회를 했다. 작년에는 내가 글짓기 대회 감독을 했는데, 올해는 김 선생님이 감독을 맡고 나는 다른 교실에서 교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를 진행한 경험이 없어서 걱정을 좀 했었는데, 선생님들이 편하고 적극적으로 말씀을 잘해 주셔서 다행히 순조롭게 잘 되었다. 


"저희 세종학당에서는 재단에서 보내 준 학종이하고 색종이로 한복 접기 문화 수업을 했어요."

"한복 접기 용으로 나온 한지 색종이가 있어요. 저희는 일반 색종이 말고 그걸로 한복 접기를 했어요."

"정말요? 그건 어디에서 구할 수 있어요?


"저희 학당에서는 문화 수업을 한 학기에 8주 동안 해요. 민요 수업도 하고 요리 수업, 연극 수업도 했어요. 연극은 한국 드라마 대본으로 했는데, 학생들이 연기하는 거 동영상 촬영을 하고 같이 편집해서 수료식 때 다 같이 시청했어요."

"좋네요. 저희도 다음에 그렇게 해 봐야겠어요."

  

간담회 주제는 각 학당의 현황과 문화 수업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었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세종학당 문화 수업 개선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토론을 하게 되었다. 한 시간 동안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나 걱정했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벌써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고 하니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갔냐고 다들 놀라셨다. 간담회 때 좋은 의견들이 많이 나와 선생님들이 하신 말씀을 열심히 기록했고, 대회가 끝나고 보고서로 작성해 제출했다.


글짓기 대회가 끝나고 K-POP 경연대회를 시작했다. 참가 팀들 모두 실력이 대단했다. 어떻게 저렇게 춤을 잘 출까? 후에 세종학당에 문화 인턴이 파견된다면 K-POP 댄스 문화 인턴이 와서 K-POP 댄스 팀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가 하나같이 다 좋아서 내가 심사위원이라면 고민이 아주 많이 될 것 같았다. 정말 대회가 아닌 공연을 보는 느낌으로 관람했다.


경연대회가 모두 끝나고 경품 추첨을 한 후, 글짓기 대회와 K-POP경연 대회 시상을 했다. 글짓기 대회 중급 대상은 하노이 3 학생이, K-POP 경연대회 대상은 빈즈엉 세종학당의 QB Girls 팀이 받았다. 내가 가르친 적이 있는 후에 세종학당 학생도 글짓기 초급과 중고급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아서 아주 뿌듯했다.

 

K-POP경연 대회. 중간 노란색 티셔츠가 우승팀인 QB Girls.





사진 출처 : Sejong Hue | Facebook (후에 세종학당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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