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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Jul 04. 2022

후에에서의 마지막 수업

2018년 후에 세종학당 3학기

새로 오신 파견 교원 선생님과 문화 인턴 대학생 선생님 두 분 다 우리가 그랬듯이 집이 없어 한동안은 호텔 생활을 하셔야 했다. 이 선생님은 우리 아파트 2층, 김 선생님이 사시는 곳에 들어오기로 하셨고 문화 인턴 선생님은 4층 우리 집에 들어오기로 하셨다. 김 선생님과 내가 귀국해서 떠난 자리를 또 다른 세종학당 파견 선생님들이 채우는 것이다. 2층 집주인과 우리 집 집주인은 자매인데, 덕분에 세종학당을 좋아했다. 그 집은 이후에도 계속 후에 세종학당 파견 교원들이 살았고 지금도 그렇다.


11월 말부터는 계속 선물 세례를 받았다. 귀국이 한 달도 안 남아 계속 송별회도 했고, 11월 20일은 베트남 스승의 날, 11월 27일은 내 생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처럼 과한 축하를 받았다. 한국에 있을 때도 이렇게 축하를 많이 받진 않는데 말이다. 내년이 되면 비록 틀렸지만 고마운 메시지가 담긴 케이크가 그리워질 것 같았다.


행복하시기 ㅂ랍니다


12월 8일에 3학기 수료식이자 후에 세종학당에서의 마지막 수료식을 했다. 수료식 때는 K-POP 문화수업 반 학생들의 멋진 공연을 했다.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를 췄는데, 한 달 동안 연습한 효과가 대단했다. 우리 학생들이 이렇게 멋있는 학생들이었나! 댄스 공연 뒤에는 앞선 무대와 비교되는 부끄러운 무대가 있었다. 내 단독 노래였다. 그동안 좋은 추억을 선사해 준 학생들에게 주는 조촐한 선물이었다. 실력은 별로라도, 한국인 선생님이 베트남어로 노래를 부르면 학생들도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지난번 10월 문화행사 때는 글짓기 대회와 K-POP 대회 참가자들과 관계자들 앞에서만 불렀으니 이번에는 우리 학당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노래는 지난번처럼 미떰의 <Người Hãy Quên Em Đi>였다. 이번에는 준비를 하고 불러서인지 그래도 실력이 좀 나았다.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못 부른 편이지만, 착한 학생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열렬히 호응해 주었다. 수료식이 끝나고 내가 가르친 학생, 안 가르친 학생 모두 와서 선생님들이 귀국하게 되어 아쉽다고 말했다. 몇몇은 고맙게도 편지까지 줬다.


"너무 아쉬워요. 내년에 또 오세요?"

"아니요. 올해가 마지막이에요. 저도 아쉬워요."

"그럼 다른 나라 세종학당으로 가시는 거예요?"

"아니에요. 다시 세종학당 선생님이 되려면 또 지원하고 면접을 봐야 해요."

"헐~ 선생님 또 지원해서 다시 오세요!"


다시 지원이라... 물론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일단 대학원 졸업부터 해야 했다. 졸업을 하면 세종학당 교원으로 후에든 다른 지역이든 베트남으로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료식 준비


중급 회화반은 개강을 일주일 늦게 해서 종강도 늦었다. 3학기가 끝나고도 수업이 두 번 남아 있었는데 진도는 다 나간 상황이라서 특별한 수업을 계획했다. 민화 수업이었다. 먼저 한국의 민화에 대한 설명을 간단하게 하고, 민화 색칠 예시를 보여 줬다. 그리고 A4용지에 인쇄한 민화 도안을 나눠 주고 사인펜과 색연필로 색칠한 후에 붓펜으로 그림 옆에 본인이 생각하는 멋있는 문장을 쓰게 했다.


민화 색칠하기

학생 중에는 실력자가 많았다. 그냥 예시 그림 몇 장만 보여줬을 뿐인데 예시 그림보다 예쁘게 색칠한 그림이 많았다. 파견 오기 전에 <민화의 즐거움>(저자 윤열수, 종이나라) 책을 샀는데, 책에 있는 부록 CD에 도안 파일이 있었다. 혹시나 사용할 일이 있을까 해서 가져온 것인데 마지막 수업 때 유용하게 활용한 것 같다. 마지막 수업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민화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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