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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Aug 03. 2022

온라인 수업 시작!

2021년 1학기 문화원 세종학당

2021년 상반기에 문화원 세종학당 교원은 나, 윤 선생님과 이 선생님 세 명이었다. 윤 선생님과 이 선생님 모두 내가 국내 교육을 받을 때부터 이것저것 조언을 해 주셨다. 후에 세종학당 때도 그렇고 문화원도 그렇고, 나는 동료 복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하노이에 가지 못해 한국에 있는 나와 사정이 있어 한국으로 들어오신 윤 선생님은 ZOOM으로 실시간 비대면 수업을, 현지에 계신 이 선생님은 대면 수업을 할 예정이었다. 이번 학기에 내가 맡은 과목은 세종한국어 4권, 세종한국어 회화3, 비즈니스 1반이었다. 세종한국어와 회화 수업은 후에 세종학당 때도 했던 거지만 비즈니스 수업은 처음이었다. 후에 세종학당 시절 워크숍을 할 때 개발 중인 비즈니스 한국어 과정 설명회를 들었었다. 설명을 들으며 '아, 구성이 잘 되어 있네. 나도 가르쳐 보고 싶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걸 문화원 세종학당에서 강의하게 되어서 좋았다.


상반기 파견 교원은 일괄적으로 3월 1일부터 계약을 시작한 2017년 파견 때와 달리, 이번에는 파견되는 학당의 수업 개강일 며전에  계약을 맺어야 했다. 문화원 세종학당의 1학기 개강은 3월 셋째 주였기 때문에 나는 3월 중순까지 자유였다. 개강은 조금 늦었지만 나에게는 다행이었던 게, 덕분에 작년부터 했던 초등학교 다문화 학생 한국어 수업을 2월까지 이어서 할 수 있었다. 돈을 떠나서 다문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좋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가르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문화 학생 한국어 수업을 마무리하고 옛날부터 해 보고 싶었던 일을 하고 싶어서 혼자 강릉 주문진으로 2박 3일 여행을 갔다. 그건 바로 '한 번은 호텔에 틀어박혀 글만 쓰는 것'이었다. 글만 쓰기 위해 호텔로 가는 건 돈이 아까워서 못했었지만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세종학당 일을 다시 시작하니, 쓰고 있 <다문화 학생들과 추억> 브런치 북도 빨리 완성해서 브런치 공모전에 도전할 겸 그 돈 아까운 일을 한번 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고, 인절미 크림빵으로 유명한 '강릉 빵다방'이라는 빵집이 몇 달 전부터 인터넷에서 빵순이인 나를 유혹했기 때문에 강릉 주문진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빵다방에 가서 흑임자 크림빵을 흡입하고 호텔에서 먹을 빵을 더 샀다. 빵을 먹자마자 든 생각은... '아, 여기 오길 잘했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터져 나와 입 안을 가득히 채우는 부드러운 크림이 예술이었다. 그리고 호텔에 가서 <다문화 학생들과 추억>  브런치 북을 쓰기 시작했는데, 역시 집에서 글을 쓰는 것보다 훨씬 집중도 잘 되고 문장 표현도 잘 되는 것 같았다. 아니, 은연중에 호텔 값을 해야 된다는 생각에 그런 건가? 글을 쓰다가 넷플릭스를 보며 식사를 하고 또 글을 쓰고...


다시 먹고 싶다. 빵다방!


둘째 날도 그렇게 보내다가 해가 좀 어두워질 때쯤 호텔 옥상에 있는 하늘 정원 갔다. 평화롭고 한적한 분위기의 주문진, 넓게 펼쳐진 바다가 내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나는 바다가 좋다. 광활한 바다를 보면, 때로는 지구의 모든 곳을 다 껴안고 있고 그 안에 수많은 것들을 포용하고 있다는 생각에 따뜻하고 포근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깊이와 넓이 모두 가늠할 수 없고 무수한 상상을 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라는 느낌이 들어 무섭기도 하다. 그래서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내 안에 있는 번뇌와 걱정이 별 거 아니게 느껴진다.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조금 정리가 되는 느낌이어서 이번에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온 것이다. 내가 가진 고민은 큰 것은 아니었다.


'온라인 수업을 해본 적이 없는데 잘할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에 남들 다 하는 거니 나도 할 수 있겠지만 스스로를 약간 기계치라고 생각하고 있고, 온라인 수업을 그전에 논문 자료 때문에 아는 학생들 대상으로 5번 정도 한 적이 있는데 너무 미숙했었기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었었다.


호텔에서 바라본 주문진 바다


집으로 돌아와서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교실에서 대면 수업을 할 때는 PPT를 안 하거나 참고 자료 정도만 보여줘서 2시간 수업에 많아야 20장 정도만 준비를 했는데, 이제는 계속 PPT를 보여줘야 하니 수업 준비가 만만찮았다. 대면 수업 때보다 수업 준비 시간이 두 배는 늘었고 눈도 어깨도 아팠다.


드디어 개강 날이 되었다. 처음 시작하는 수업은 비즈니스1 수업이었다. 담당 과목도 처음 가르치는 과목이고 문화원에서의 수업도 처음이고 정식으로 시작하는 온라인 수업도 처음이다. 게다가 성인 대상 수업은 1년 2개월 만에 다시 하는 거였다. 원래 수업 전에 긴장하지 않는 편인데 긴장이 되었다. 수업 시작은 4시지만 3시 30분부터 줌을 켜 놓고 기다렸는데 4시가 거의 다 되도록 아무도 안 들어와서 당황했다. '설마 어학당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 30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수업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행히 한 명이 들어오더니 다른 학생들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번 학기에 여러분에게 비즈니스 한국어1을 가르칠 최희숙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선생님."


학생들이 어색하게 인사하기 시작했다. 대면이었다면 눈을 맞추고 인사하고 만나서 반갑다며 악수도 했을 텐데. 눈 맞춤은커녕 비디오를 끈 학생들에게 비디오를 켜 달라고 말해야 했고, 인터넷 환경이 안 좋은 학생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4년 전 후에 세종학당에서 첫 수업을 시작했을 때 처음 보는 한국인 선생님을 바라보던 초롱초롱하고 기대 가득한 학생들의 눈빛과, 수업이 끝나고 나눴던 대화들이 그리웠다.


그래도 학생들이 모두 집중해서 수업을 듣고 열심히 공부해서 기분 좋게 수업을 진행했다. 이 얼마 만에 느끼는 제대로 된 수업 분위기인가! 학생들이 질문을 하다니, 문제의 답 고민하다니, PPT에 있는 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다니! 대학교 어학당에서 마지막으로 가르친 반이 베트남 중급반이었는데,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부족한 잠을 수업 시간에 보충하는 학생, 지속적으로 지각 결석하는 학생, 수업 내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학생이 대부분이고 정말 공부하는 학생은 소수인 반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다문화 유치원생과 어린 학생들을 가르쳤으니, 정말 내가 하던 수업 다운 수업은 오랜만이었다. 3시간 수업이라 눈도 어깨도 피곤했고 학생들 인터넷도 중간에 계속 끊겨서 불편하기도 했지만, 수업을 하면 할수록 아드레날린이 나오는 듯했다.


"여러분, 지금 책이 없죠? 비즈니스 한국어 책은 문화원에서 빌리거나 E-BOOK으로 볼 수 있어요. 제가 채팅으로 링크를 보냈어요. 이 책을 보고 공부하세요."


정규 과정인 세종한국어 책은 학생들에게 제공이 되지만, 특별 과정인 비즈니스 한국어는 책이 제공되지 않아서 전자책으로 봐야 했다. 그래서 나는 전자책을 일일이 다 캡처해서 PPT로 만들어 보여줬다. 그래도 PPT 화면만 계속 쳐다봐야 하고 책이 없어서 학생들이 공책에 써야 할 내용이 더 많아 학생들이 고생하는 것같아 괜히 미안했다.


수업이 끝난 후 페이스북으로 단체 메시지 방을 만들고 이번 주 숙제를 공유했다. 첫 수업을 잘 끝내서 즐거운 마음으로 저녁을 먹는데, 학생들에게 메시지가 왔다.


"선생님, 저희가 책이 없기 때문에 선생님이 너무 힘들었어요. 다음 수업을 잘 준비할 거예요."

"오늘 선생님이 많이 고생했어요."


정말 감동이었다. 오히려 내가 힘들었고 고생했다니. 듣던 대로 문화원 학생들은 정말 착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것 같다. 학생들에게 또 메시지가 왔다.


"선생님, 이번 주 숙제 파일을 다시 보내주실 수 있어요? 그리고 mp3파일도 받고 싶어요."


문화원에서의 수업도 정말 재미있고 보람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드는 개강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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