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국어 교원 Aug 08. 2022

비대면 수업의 장단점

2021년 문화원 세종학당 1학기

문화원 세종학당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수업이 있다. 정규 과정인 '세종한국어' 과정을 1주일에 4시간 하는데, '화/목'이나 '수/금' 두 시간씩 두 번, 토요일에 4시간 연속으로 수업을 한다. 특별 과정은 시간 편성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편인데, 2021년 1학기에 내가 맡은 특별 과정인 '세종한국어 회화3'은 한 주에 4시간 수/금요일에, '비즈니스 한국어1'은 토요일에 세 시간 하는 걸로 정했다. 후에 세종학당 때는 월/수/금이나 화/목/토 두 시간씩 세 번을 수업해서 주 6일 출근을 해야 했는데, 문화원은 토요일에 일하는 대신 월요일에 쉬어서 좋다. 비록 토요일에는 일하지만, 월요일에 남들 다 일할 때 혼자 자유를 누릴 수 있으니까! 아무튼 1학기에 내 수업 시간은 하루에 2~4시간, 1주일에 15시간이었는데,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아 여유 있게 근무할 수 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재택근무라 출퇴근도 그냥 출퇴근 앱으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집)에서 체크만 하면 되어서 시간 여유가 더 있을 줄 알았다.


'집에서만 일하면 몸이 찌뿌둥하고 살도 찔 테니 아침에 요가 학원도 계속 나가고, 틈틈이 베트남어 공부도 해야지! 내가 집에 있으니 집안일도 더 많이 하고.'


그런데 재택근무 한다고 시간 여유가 생기는 건 아니더라. 1학기에 내 출퇴근 시간은 평일 12시부터 밤 10시까지(수업이 한국 시간으로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항상 있다), 토요일은 3시부터 7시까지였는데 정말 그 시간에는 거의 수업을 하거나 수업 준비를 하거나 숙제 검사만 했다. 일도 더 많이 했고 출퇴근도 했던 후에 세종학당 때보다 쉬는 시간이 부족했다. 아침에 요가 끝나고 집에 와서 집안일 잠깐 하고, 점심 먹고 바로 수업 자료를 만들었다. 베트남어 공부는 할 때보다 못할 때가 더 많았다. 이게 다 비대면 수업이기 때문이었다! 비대면 수업은 대면 수업 때보다 수업 준비 시간이 두 배는 더 들었고, 대면 수업할 때는 숙제 검사를 수업 시간 전후나 쉬는 시간에 했는데 비대면 수업 때는 학생들이 메시지나 카톡으로 제출한 숙제를 수업 이외의 시간에 수정해 줘야 하니 하루 종일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내가 숙제를 많이 주는 선생은 아닌데 학생들이 너무 성실한 탓에 숙제를 거의 빠짐없이 다 해서 휴일인 일요일, 월요일에도 숙제 수정을 해 준 적도 많았다.


집에서 일한다고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었다. 처음 며칠 동안은 편했는데, 쉬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이 분리가 안 되니 집중도 안 되고 마음도 불편해졌다. 사무실에서 일하면 피곤해도 당연히 참고 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근무할 텐데, 집에서 일하니 피곤을 참는 게 더 힘들었다. 게다가 내 집이고 내 방인데 왠지 모르게 답답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수업할 때도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짱 씨, 들어왔어요? 들어왔으면 얼굴을 보여 주세요."


"소리가 너무 작아서 안 들려요. 더 크게 말해 주세요."


"... 다음에는 린 씨가 대답해 보세요. 린 씨? 어, 아까 린 씨 있었는데 어디 갔어요?"

(잠시 후) "선생님 죄송해요. 집 인터넷이 끊겼어요. 지금은 4G 사용해요."


('-은 적이 있다/없다' 수업 중) "타오 씨, 타오 씨는 한국에 온 적이 있어요?"

"... 선생니이 ... 저... 한국... 없어요."(인터넷 연결 상태 안 좋음) 


"짱 씨! 비디오 끄지 마세요 얼굴 보여 주세요!"


문제는 또 있었다. 수업 전에 학생들한테 이어폰을 사용하라고 공지했는데 꼭 한 반에 한두 명이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시끄러운 환경에서 공부해서 주변 소음이 들리게 했다. 그리고 다 같이 따라서 읽어 보라고 할 때는 학생들 목소리가 큰 만큼 내 귀도 아팠고, 인터넷이 안 좋은 학생이나 목소리가 작은 학생은 과연 잘 따라 읽었는지 아닌지 확인이 불가능했다. 대면 수업일 때는 목소리가 작은 학생도 발음이 틀리면 대개 고쳐줄 수 있었는데, 비대면 수업 때는 목소리가 큰 학생과 인터넷 사정이 좋은 학생의 말소리만 뚜렷하게 들려서 누가 발음을 틀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장 잦았고 신경 쓰이게 한 문제는 인터넷이었다. 평소에도 하노이의 인터넷 상태는 한국에 비해서 좋지 않았는데, 언젠가 유난히 인터넷 문제가 많았던 때가 있었다. 하노이에 계신 선생님들도 요즘 인터넷 문제가 특히 많다고 하셨다. 상어가 바닷속 광케이블을 갉아먹었다나? 검색해 보니 사실 확인이 된 건 아니고 몇 년 전부터 인터넷이 안 될 때면 나오는 소리 같은데, 진짜 원인은 뭐였을까 궁금하다.


아무튼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온라인 수업은 불편했지만, 장점도 분명 있었다. 먼저, 코로나에 걸린 학생도 많이 아프지 않으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장소에 관계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천둥 번개가 내리치고 폭우가 오는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지각 결석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후에 세종학당에서 대면 수업을 할 때는 그런 날이면 일단 집 앞 도로가 물에 잠겨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서, 그날은 교실에 전체 학생 중 반 정도가 오면 많이 온 것이었다. 아니, 교원들이 고립되어서 학당에 못 간 적도 있었고 말이다.


또 수업할 때 내가 인터넷으로 더 많은 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고, 기자재의 문제로 신경 쓸 일이 없었다. 코이카 단원 시절 울란바토르에서 빔 프로젝터를 사용해서 수업을 하려고 했는데, 수업 10분 전에 전선 공사 때문에 학교 건물에 전기가 끊겨서 급하게 수업 계획을 바꾼 적이 있었다. 후에 세종학당에서는 수업 도중 인터넷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건물 인터넷이 끊긴 적이 있었다, 또 교실에 빔 프로젝터가 설치된 게 아니라 그걸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해서 번거로웠다. 그런데 비대면 수업 때는 그런 문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제일 편했던 건 내가 타자를 쳐서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면 수업에서는 칠판에 판서하는 속도가 느렸지만 비대면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대답을 내가 들으면서 바로 화면에 써 주고, 학생의 발화가 끝나고 어떤 것이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빠르게 알려줄 수 있었다.


이런 장점도 있었지만 역시 수업은 학생들과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게 더 편하고 더 유익하고 재미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베트남에 가서 대면 수업을 하고 싶었다. 2021년 4월, 한국은 코로나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었지만 다행히 베트남은 그나마 괜찮다 여겨지는 상황이었고 현지에서는 대면 수업을 하고 있었다. 베트남은 안전하다, 마스크도 잘 안 끼고 다닌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늦어도 올해 2학기에는 베트남으로 갈 수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5월부터 베트남 상황도 나빠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1주일 사이 하노이 감염자가 100명이 넘어가고 다낭 등 지역 확진자가 늘어나고, 지역 이동도 통제가 되었다. 그러더니 결국 5월 말 하노이도 봉쇄(셧다운)가 시작되었다. 다른 가게들은 문을 닫고 식당은 포장만 가능해졌고, 꼭 필요한 일이 있어 밖에 나갈 때는 통행증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코로나가 아무리 심해도 도시 전체 봉쇄는 하지 않아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은데, 집에만 있어야 하고 통행증을 가지고 있어야만 밖에 나갈 수 있다니 얼마나 불편하고 답답할까. 출국이 더 늦어지는 건 둘째 문제고 베트남에 계신 교원들, 학생들이 걱정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온라인 수업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