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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Jul 27. 2022

두 번째 국내 교육

다시 가자!

국내 교육이 시작되었다. 2주 동안 오프라인으로만 했던 2017년 파견 때와 이번 교육은 다르게 개회식과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교육 첫째 날만 오프라인으로 하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원래는 수료식도 오프라인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때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갑자기 확 늘어나기 시작해서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동기라고 해도 파견을 나가면 서로 못 만나기 때문에 국내 교육 때만 유일하게 얼굴 보고 교류할 수 있는데, 코로나19가 이런 것들을 모두 단절시켰다. 2017년 파견 국내 교육 때 동기 선생님들과 교육 끝나고 치킨 먹고 예술의 전당 구경 가던 때가 그리웠다.


국내 교육 개회식은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했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여유롭게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찍 갔는데,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은 아니지만 코엑스는 그 전에도 가본 적이 있는데, 왜 이렇게 길이 헷갈리는 걸까. 코엑스에서만 호텔 대회의장으로 들어가는 길을 20분 헤매었다. 결국 세종학당재단에서 언제쯤 올 수 있는지 전화가 왔다. 


"선생님, 언제쯤 오실 수 있으세요?"

"죄송합니다 가는 길을 좀 헤매어서... 지금 바로 근처입니다."


길을 제대로 찾은 후 전력으로 뛰어갔다. 개회식이 12시에 시작하는데 11시 58분에 도착했다. 첫날부터 이런 실수를 하다니, 부끄러웠다. 자리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4인 책상에 두 명이 배치되었고 그 사이도 투명 판으로 막아 놓았다. 책상 위에는 일일이 손으로 이름을 켈리그라피로 쓴 카드가 있었다. 몇십 명이나 되는 교원들 이름을 이렇게 다 썼을 것을 생각하니 고마웠다. 개회식이 끝나고 오찬이 제공되었다. 메뉴 구성도 좋고 음식 하나하나가 고급져 보여서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오찬이 끝난 후 파견 교원 지침 및 복무 교육, 세종학당 기본교육과정 교육을 듣고 현지 적응 멘토링도 했다. 멘토링은 하노이와 하이퐁에 파견 가는 교원들이 하노이에 계신 한 명의 선배 교원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는데, 실질적인 조언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문화원에 가셔서 좋겠어요. 거기는 서로 업무 협조도 잘 되고 교원들 간 분위기도 좋아요."

"아 그래요? 정말 다행이네요."

"그런데 집은 어디에 구하실 거예요? 문화원 근처는 월세가 좀 비싸요. 50만 원 이상은 생각하셔야 할 거예요."


문화원 주변이 중심가이고 관광지라 월세가 비싸다고 한다. 무조건 집은 직장 근처에 구하고 싶은데, 후에에서는 30만 원이었고 그것도 후에 기준으로 정말 비싼 편이었는데... 그런데 문제는 하나 더 있었다. 멘토 선생님께서는 문화원의 특수한 사정으로 내가 비자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걱정은 되었지만, 그래도 내가 파견 갈 때쯤이면 비자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고 같은 지역에 파견 가시는 분들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돌아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국내 교육 시작이었다. 교육은 자가 학습과 실시간 비대면 교육을 같이 하는데, 실시간 비대면 교육은 약 1주일 동안 오전부터 오후까지 계속 이어졌다. 교수님들께서 세종한국어 교안 작성 실습, 온라인 한국어 교육 운영 실습, 온라인 말하기 피드백 방법 등을 가르쳐 주셨다. 세종한국어 교안 작성은 전에 수업도 들었었고 나도 수도 없이 했던 것이지만, 이렇게 교육을 들으니 많이 해 봤어도 또 배우고 고칠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온라인 한국어 교육과 온라인 말하기 피드백 방법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시대에 꼭 필요한 강의였다.


자가 학습은 온라인 세종학당의 사이버 한국어 초급1 과정과 한국 문화 과정, 파견지 언어 강의 과정 하나를 기간 내에 수강하는 것이었다. 한국 문화 과정은 클래스 101, 클래스 톡, 대한공예협회 등 문화 강의가 있는 사이트에서 세종학당재단이 제공해 주는 과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거였는데, 나는 대한공예협회의 한지 공예 지도자 과정을 선택했다. 한지 오브제, 한지 사각 접시 만들기 등 강의를 들었는데, 현지에 가면 꼭 한지 공예 수업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교육은 대체적으로 좋았지만, 하루 종일 앉아서 수업만 듣는 것은 역시 좀 힘들었다. 눈도 피곤했고 계속 앉아 있으니 다리도 탱탱 부었다. 그리고 온라인은 같이 수업을 들어도 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고, 집중도 오프라인보다는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세종학당은 2019년까지는 오프라인 수업만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많은 교원들이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었다. 원래 현지 파견 근무가 원칙이지만 파견 국가의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파견이 안 되거나 비자 준비 때문에 국내에 있으면 재택근무를 하며 온라인 수업을 했다. 파견을 가도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온라인 수업을 한다는데 베트남은 코로나가 심하지 않아서 대면 수업을 한다고 해서 다행이었는데...


나도 결국 파견을 가지 못하고 한국에서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멘토 선생님의 말씀대로 취업 비자를 못 받은 것이다. 문화원은 회사나 학교를 통해서 비자를 받을 때보다 필요한 절차가 하나 더 있었는데, 베트남 정부에서 해 줘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그게 계속 지연이 되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지. 1학기는 한국에서 보낸다고 해도 9월에 시작하는 2학기 때는 베트남에 있겠지. 아플 때 병원 가는 걱정 안 해도 되고 출퇴근 시간이랑 교통비도 아낄 수 있고 좋은 점도 많잖아. 이번 기회에 온라인 수업에 좀 익숙해져 보자'라고 생각하며 1학기 개강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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